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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기 명인
 이종기 명인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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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기사 : [최정욱 소믈리에와 함께 하는 대한민국 와인기행] 오미나라 ②

세계 최초로 오미자 와인을, 국내 최초로 오미자 스파클링 와인을 개발했지만 판매는 쉽지 않았다. 적자 행진이 이어졌다. 이종기 명인은 다른 곳에서 얻는 수입으로 적자를 메꿀 수밖에 없었다. 양조전문가인 그는 국내 소주 회사 두 곳에서 기술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거기서 얻는 수입이 전부 오미나라에 들어간다. 그래도 그가 계속 양조사업에서 손을 떼지 못하는 것을 성공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성공'은 무엇일까?

"재정적으로 안정이 되어야 한다는 거죠. 지금도 계속 (돈을) 집어넣고 있으니까.

조선시대 말에 일제 총독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술도가가 14만 개가 있었다고 해요. 남한에만 10만 개가 있었죠. 프랑스가 크고 작은 와이너리까지 합하면 지금 15만 개 정도가 돼요. 우리나라에서도 원료만 좋은 게 나면 젊은이들도 다 그 지역(생산지역)에 들어가서 양조를 할 수 있을 거예요. 내가 성공을 하면 진짜 그럴 가능성이 있는 거죠.

내가 성공해서 우리나라 방방곡곡에 와이너리가 수만 개가 생기게 하는 게 내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내가 성공하는 게 일 단계고, 이 단계는 이걸 복제해서 전국에 좍 퍼뜨리는 것, 그게 살아있는 자의 꿈인지도 모르지. 사람이든, 나무든, 짐승이든 자기가 하는 걸 복제해서 퍼뜨리고 싶은 게 당연할 테고."

"술 산업은 농업과 같이 육성해야 하는 산업"

오미자 증류주 고운달은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세계 어디에 내놔도 꿀리지 않는다는 게 이종기 명인의 설명이다.
 오미자 증류주 고운달은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세계 어디에 내놔도 꿀리지 않는다는 게 이종기 명인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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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성공'의 가장 큰 장애물로 '제도'를 들었다. 즉 주세법 개정이 가장 시급하다는 것이다. 세법 개정으로 와인을 포함한 전통주를 만드는 사람들이 마음 놓고 양조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나라 주세법은 와이너리나 양조장을 지원하고 육성해야 하는 산업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통제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세금원으로만 보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술 산업은 농업과 같이 육성해야 하는 산업으로 생각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게 문제죠. 산업적인 패러다임을 바꿔야 하는 데 그렇지 못해서 큰일입니다."

그가 사과증류주 문경바람을 출시하게 된 것은 사과를 소비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문경은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사과 산지다. 소비되지 않은 사과가 창고마다 가득 쌓여 있어 해결이 시급하다는 문제제기는 전부터 꾸준히 있어왔다. 2016년, 김영란법 시행 이후 사과 재고량은 급격히 늘어 각 생산지역마다 사과 소비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현실이다.

과일을 대량 소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술로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종기 명인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생식용 과일과 양조용 과일은 품종부터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생식용 과일로 술을 만드는 것은 장려할 일이 못 된단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양조용 과일에 대한 인식을 갖게 된 것은 10년이 채 안 된다고.

"우리 조상들은 양조용이라는 개념은 없었지만 술을 빚을 때 가장 귀하고 좋은 것으로 했어요. 제사 때 술을 빚어서 쓰는 게 우리의 전통이었는데, 일제강점기에 그런 것들이 사라졌지요. 100년 이상 양조 암흑기가 이어진 거죠. 해방 후에는 금주령 때문에 그렇게 됐고."

오미나라의 외관.
 오미나라의 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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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재배되는 사과는 전부 전형적인 생식용 과일이지 양조용은 아니란다.

"그걸로 와인을 빚었을 때 도저히 경쟁력이 없어요. 하지만 증류주는 달라요. 가능성이 있죠. 문경바람이 효자 노릇을 할 것 같아요. 스파클링 와인은 만들 때 힘만 들지 재정에 전혀 기여를 못해요."

사과 브랜디 문경바람은 오크통 숙성과 도자기 숙성 두 가지가 있다. 25%와 40% 두 종류다.

오미로제 증류주도 있다. 2016년 6월 15일에 출시한 '고운달'이 바로 그것이다. 52%로 도수가 높은데, 이것 역시 오크통 숙성과 도자기 숙성 두 가지로 나뉜다. 은은한 오미자 향이 감도는 최고급 증류주다. 값은 문경바람의 10배나 된다. 신세계 백화점에서 꾸준히 팔리고 있단다.

스파클링 와인과 관련, 이 명인은 2018년에는 오크통에서 숙성한 중저가의 스파클링 와인을 생산, 판매할 예정이란다. 오미로제 스파클링 와인 값이 9만9천 원으로 비싸기 때문이다. 3만 원대의 스파클링 와인이 출시된다면 소비자들이 보다 쉽게 마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광명동굴에서도 스파클링 와인을 찾는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와인의 소비 수준이 높아진 만큼 품질이 좋으면서 합리적인 가격의 스파클링 와인을 기대하는 소비자가 많아진 것이죠. 오미로제 스파클링 와인과 스파클링 스페셜 와인 두 가지를 추천하면 가격부담 때문에 구매를 망설이는 경우가 많은데, 저렴한 스파클링 와인이 출시된다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릴 것으로 기대됩니다."

최정욱 소믈리에의 설명이다.

오크통에서 와인이 숙성되고 있다.
 오크통에서 와인이 숙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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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자부할 수 있는 바는 세계 최고의 일류 양조기술자들과 같이 술을 개발하고 같이 품평회를 했고, 또 시장에서 성공도 하고 실패도 해봤다는 거죠. 그래서 나는 나름대로 세계적인 수준을 알고 있다는 거죠.

그런 관점에서 명주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이지 누구와 경쟁을 하려고 하는 건 아닙니다. 내가 만든 오미로제 스파클링 와인은 독특하고 어디에 내놔도 꿀리지 않아요. 그렇다고 완성품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더 연구를 해서 품질을 올려야 한다고 보는 거죠."

죽을 때까지 술을 빚겠다는 이종기 명인. 그래서 그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 주세법 개정과 제도 개혁을 위해 직접 나설 생각이다. 국내 양조산업을 육성하고 경쟁력을 키워 장기적인 발전을 꾀하려면 법과 제도를 탓하고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서 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도자기에서 증류주가 숙성되고 있다.
 도자기에서 증류주가 숙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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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욱 소믈리에의 와인팁 ②]

오미로제 프리미어 와인 : 오미자를 1년 반에 걸쳐 발효시킨 뒤 오크통에서 숙성시킨 와인이다. 특히 오미자의 신맛이 와인의 독특한 산미로 살아 있어 한국음식과 아주 잘 어울린다. 산채비빔밥 등 나물향이 진해 와인과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음식에도 적절하게 잘 어울린다. 와인과 매칭하기 어려운 매운 국물요리와도 잘 어울려 함께 마시면 한국 맛을 유감없이 맛볼 수 있다.

오미로제 스파클링 와인 : 병에서 2차 발효를 시켜 숙성시킨 프랑스 상퍄뉴의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든 스파클링 와인으로 한국 최초이자 유일한 스파클링 와인이다. 섬세한 기포가 아름다우며 부드러운 탄산이 오미자의 복합적인 맛과 조화를 이룬다. 적절하게 포함된 산미가 식욕을 돋워주기 때문에 식전주나 만찬주, 건배주로 많이 사용된다.

오미로제 스파클링 스페셜와인 : 오미로제 스파클링 와인 생산공정을 단순화 해서 가격 부담을 줄인 제품으로, 오미로제 스파클링 와인과 같은 향기와 맛을 즐길 수 있다. 한식과 양식의 전채요리, 구운 생선, 크림이나 오일소스 파스타, 토핑이 강하지 않은 피자와 잘 어울린다.

오미로제 T와인 : 오미로제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즐길 수 있도록 숙성방식을 단순하게 해서 출시한 와인이다. 오미로제의 독특한 맛이 살아 있다. 한식 요리, 고기요리, 생선요리 뿐만 아니라 명절음식에 잘 어울린다.

문경바람 : 사과와인 증류주. 부드러운 사과향이 은은하게 풍기는 증류주로 향이 강한 음식과 함께 마시면 음식의 맛과 식감을 더 잘 느낄 수 있다. 매운 양념을 한 고기요리나 족발, 순대와 같은 음식, 생선회 등과 잘 어울린다.

고운 달 : 오미자 와인을 증류주로 도자기 혹은 오크통에 오랜 시간 숙성시켜 출시한 제품이다. 용기가 달을 연상시킨다 하여 고운 달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주류전문가들에게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식 만찬에 곁들이거나, 얼음을 넣어 은은한 향기를 즐기면서 마시기에 좋은 제품이다.


태그:#이종기, #오미로제, #스파클링와인, #오미나라, #문경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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