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선에서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압승을 거뒀다.
AP,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각) 이란 내무부는 대통령 선거 개표 결과 로하니 대통령이 57.1%를 득표하며 연임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로하니 대통령의 득표율은 지난 2013년 대선(50.9%)과 비교해 오히려 6%포인트 정도 올라갔다.
이로써 로하니 대통령은 결선 투표를 거치지 않고 승리를 확정 지었다. 로하니 대통령의 최대 경쟁자로 꼽혔던 보수 진영의 에브라힘 라이시 후보는 38.5%를 득표하는 데 그치면서 낙선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승리 연설에서 "이번 대선은 이란의 분열이 아니라 통합을 보여줬다"라며 "누구도 이란을 종파, 빈부, 지리적 조건으로 나눌 수 없으며 나도 정치적 반대파를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란은 다른 국가들과 평화와 친선을 추구하며 우호 관계를 증진할 준비가 됐다"라며 "그러나 이란에 대한 모욕과 위협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특히 강대국들은 이를 주의하기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온건 개혁파인 로하니는 2013년 집권 이후 이란의 개방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2015년 이란과 서방의 역사적인 핵 협상 타결을 성사시키며 경제·문화적 개방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번 대선은 이란 최고 종교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실상 라이시를 지지했음에도 로하니 대통령이 압승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신정일치 국가인 이란은 최고 종교지도자가 대통령보다 권력이 강하다.
이란 유권자들은 로하니 대통령의 손을 들어주면서 개혁·개방 정책을 지지했다. 또한 로하니 대통령이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인권 보호, 언론 및 통신의 자유 확대 등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그러나 로하니 대통령이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하다. 실업률은 여전히 높고, 물가 상승도 잡아야 한다. 핵 협상 타결로 경제 제재가 해제됐으나 아직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이란과 맺은 핵 협상을 파기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로하니 대통령의 새로운 대미 관계 설정도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