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 신정공항 가는 지하철 안 우주가 다 보인다 -이상옥의 디카시 <표정>단오절 연휴를 이용 한국을 다녀오려고 비행기표를 예매했다. 5월 27일(토) 대체근무일 수업을 하면 화요일까지 휴무인데다 마침 수요일 있는 수업도 종강을 해서 6월 4일까지 쉴 수가 있어 한국에서 정확하게 일주간 지낼 수 있는, 내게는 황금연휴가 된다.
이번에는 좀 다른 방식으로 다녀오기로 했다. 칭다오에서 부산공항으로 운행하는 부산항공을 왕복 이용하기로 하고 먼저 인터넷 예약을 마쳤다. 정저우에서 칭다오로는 침대기차를 이용해서 가보기로 하고, 지난주 금요일 예매를 하려고 하니, 한 좌석도 없이 매진이었다. 고속철도 마찬가지였다.
중국 단오절 연휴 기차표 1주일 전 매진정저우는 중국에서 교통의 요지로서 어디든 갈 수 있는 편리함을 지니고 있어 설마 하며 일주일 전 예약하면 충분히 표를 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 것이 오산이었다. 중국의 편리한 교통망을 생각하기 전에 인구가 13억이 넘는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13시간 이상 걸리는 침대 기차여행을 기대했는데 그 꿈은 다음 기회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인터넷으로 정저우-칭다오 왕복 비행기 표를 예매하려니 이상하게 계속 에러가 났다. 어쩔 수 없이 지난 주 토요일 정저우의 신정공항으로 직접 가서 예매를 했다. 정주경공업대학교 앞에서 동펑루 지하철역까지 택시를 타고 가서 지하철로 신정공항까지 갔다. 한국이나 중국 어디든 어느 장소나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습득하고 소통한다. 인터넷 예매를 하지 못하고 직접 신정공항까지 가서 오프라인 예매를 하는 것이 어쩐지 좀 어색하다.
아무튼 새 정부가 들어서고 한중관계가 개선될 기미를 보이는 것 같아 기대가 크다. 사드 문제가 발생하기 이전에 느꼈던 한국인에 대한 중국인의 호의가 다시 회복되는 것이 아닌가? 조심스럽지만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일이 요즘 몇 차례 있었다. 얼마 전 늘 다니는 마트에서 물건을 사는데, 그곳의 빵집을 운영하는 젊은 남자가 내게 전과는 달리 다가와서 말을 건다.
"어느 나라 사람이냐" "한국인이다" "사우스 코리안이냐?" "영어를 할 수 있느냐" "조금 할 수 있다" "나는 한국을 아주 좋아한다." "무엇 때문에 그러냐" "한국은 민주주의가 매우 발달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한국인들은 비교적 많은 자유를 누리고 있다" "그런데 노스 코리아는 싫어한다" 등등의 완벽하지는 않지만 영어와 중국어를 섞어가며 대화를 나눴다. 신정공항에서도 내가 정저우에서 칭다오 가는 비행기 표를 예매할 때 여직원은 내 여권을 보고 한국인인 것을 확인하고는 활짝 웃으며 친절하게 안내를 해준다. 서툰 중국어를 인내심으로 다 받아주며 미소를 잃지 않았던 것이다.
아무쪼록 새 정부가 지혜롭게, 한미관계도 잘 유지하면서 한중관계도 잘 풀어나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덧붙이는 글 | 지난해 3월 1일부터 중국 정주에 거주하며 디카시로 중국 대륙의 풍물들을 포착하고, 그 느낌을 사진 이미지와 함께 산문으로 풀어낸다.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스마트폰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감흥)을 순간 포착(영상+문자)하여, SNS 등으로 실시간 소통하며 공감을 나누는 것을 지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