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의 인심은 밥상에서 난다고 했다. 보리밥 한 그릇을 먹더라도 상차림이 푸짐하고 정갈하다. 어느 집이건 불쑥 찾아가도 상차림에서 남도의 인심이 넉넉하게 묻어난다. 숫제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음식을 내오는 곳도 더러 있다. 먹거리의 참맛과 즐거움을 한꺼번에 안겨준다.
여수에서 이곳까지 오는 내내 들녘의 황금보리밭을 구경하며 달려왔다. 청보리밭 물결이 엊그제였던 거 같은데 어느새 들녘은 황금물결이다. 이번에 찾아간 남도 미식여행은 땅끝 마을이다. 전남 해남 대흥사 입구의 식당가다.
우리 일행이 찾아간 곳은 보리쌈밥집이다. 관광지라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인심도 후하고 음식 맛도 빼어나다. 이집의 돼지불고기와 직접 담근 고추장은 걸작이다. 돼지불고기 쌈에 곁들인 해남 막걸리 한잔은 진짜 별미다.
그 시절의 향수가 새록새록 피어나는 보리쌈밥
해남 대흥사 초입의 보리쌈밥집 물레방아다. 다른 가게들은 한산한 데 비해 유독 보리밥집 몇 곳만이 손님들로 가득하다. 무릇 음식은 이렇듯 사람들이 붐비는 곳에서 먹어야 맛있다. 잔칫집 분위기라야 없던 입맛도 저절로 살아나기 때문이다.
보리쌈밥은 1인분에 8000원이다. 2인 이상이면 석쇠불고기가 덤으로 나온다. 각종 쌈채와 함께 먼저 내온 석쇠불고기가 미각을 자극한다. 한쌈 큼지막하게 싸서 해남의 삼산 두륜탁주를 곁들이니 그 맛이 가히 일품이다. 불향이 배인 대패삼겹살 불고기 쌈과 탁주의 궁합이 경이롭다. 하기야 삼겹살 요리는 언제 먹어도 좋은 음식이긴 하다.
보리밥은 섬유질이 풍부해 장운동을 활발하게 해주고 독성물질의 배출을 도와 대장암과 변비 예방에 좋다. 또한 다이어트는 물론 당뇨 환자에게도 좋은 건강 음식이다. 보리밥은 비타민 B1이나 B2가 쌀밥보다 많아 각기병을 예방해주며 단백질 등의 영양가가 쌀밥보다 우수하다.
이렇듯 영양이 풍부한 보리밥에 톳나물과 시금치나물 무나물 버섯볶음 등 갖가지 나물과 고추장을 넣고 쓱쓱 비벼낸다. 이때 이집에서 직접 담갔다는 고추장은 존재감이 강하다. 여기에 쑥 향기를 잔뜩 머금은 쑥된장국이 함께 거드니 맛있는 밥상이 된다.
보리쌈밥도 보리비빔밥과 또 다른 맛으로 우리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보리밥의 참맛을 한껏 느끼며 먹는 즐거움이 한 가득이다. 보리가 익어가는 계절 늦봄에 찾은 전남 해남의 보리밥집, 보리밥 한 끼니에서 그 시절 보릿고개의 향수가 새록새록 피어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블로그 '맛돌이의 오지고 푸진 맛'과 여수넷통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