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수에 '천사무료급식소'가 생겨 어르신들에게 무료 급식을 대접하고 있다. 하지만 무료급식소의 위치와 급실 일자가 기존 이동밥차 무료급식과 겹쳐 지역복지 관계자들은 복지서비스 중복에 따른 우려를 표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일 여수 성상공원 옆 성산로66 에 '천사무료급식소'가 문을 열었다. 매주 화, 목, 토요일에 70세 이상 어르신에게 무료급식을 제공한다.
하지만 '사랑해 빨간밥차'가 직선거리 1km도 안 되는 성산공원에서 8년째 금요일과 토요일에 무료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인근 거리에 토요일 무료급식이 겹친 셈이다.
'사랑해 빨간밥차' 자원봉사자 최아무개씨는 "어르신들을 위해 무료급식소가 늘어나는 건 좋은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지역 정서를 감안해 위치나 날짜가 중복이 안 됐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사무료급식소 관계자는 인근에 이동 무료급식소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성산로에 무료급식소를 열었다고 밝혔다. 주 3회 70세 이상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무료급식을 제공하는데, 1회 평균 약 300여명이 식사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대구의 본부에서 여수의 무료급식 실태를 파악하고 준비했다면서 "여수 '천사무료급식소'를 5월에 열었는데, 옆이라 할지라도 추가로 늘어나는 것이어서 어르신을 위한 복지가 더 나아진 것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중복 문제는 고려 사항이 아니라는 의미로 읽힌다.
성산공원에서 매주 토요일 사랑해 빨간밥차에서 무료급식을 이용하다가 5월부터 천사무료급식소를 이용하는 한 어르신은 "(사랑해 빨간밥차를 이용할 때는) 실외에서 식사를 했는데, 천사무료급식소를 이용할 때는 실내에서 먹으니 더 좋다"라고 말했다.
지난 20일 '사랑해 빨간밥차'에서 만난 한 자원봉사자는 "평소 250명까지 오시던 어르신들이 5월부터 갑자기 80명가량 줄었다. 어르신들이 바로 옆에 새로 생긴 무료급식소로 많이 가신다"라면서 "무료급식소가 들어설 때 주변 무료 급식 상황을 살폈어야 했다"라고 아쉬워했다.
천사무료급식소 관계자는 "우리는 전국적으로 화, 목, 토요일에 무료급식을 실시한다, 겹치는 건 어쩔 수 없다"라고 밝혔다.
천사무료급식소가 들어선 지역 시의원인 강재헌 의원도 "토요일에 무료급식이 겹치는 문제로 이사장과 대화를 해봤는데 통하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신규 시설 책임자가 지역사회와의 소통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여수 지역의 한 복지관계자는 "위치나 복지서비스 제공 날짜 중복은 지나친 경쟁으로 비칠 우려도 있고, 자원봉사 인력의 부족문제도 나타날 수 있다. 또한 동일 서비스인 무료점심 제공이 겹치면 복지에 대해서 '퍼주기'식이라는 비난이 따를 수도 있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또 다른 여수의 종합복지관의 관장은 "무료 급식은 이미 여수 시내 6곳의 복지관에서 하고 있고, 또 두 대의 이동 밥차에서도 실시한다. 그리고 GS칼텍스에서도 운영을 하고 있다. 거기다 몇 군데 대형교회와 성당에서도 운영하고 있어서 인구 대비 여수로서는 무료 급식소가 부족한 서비스라고 여겨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천사무료급식소 관계자도 "자원봉사자가 부족해 화, 목, 토요일에서 변경해야 할 입장이다. 하지만 토요일은 변경이 어렵고, 화, 목을 월, 수로 변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비스 중복에 따른 지역 자원봉사자 확보에 어려움을 인정한 것이다. 또한 이와 같은 입장은 "급식일자 변경 문제는 전국적인 틀에서 움직이는 관계로 변경이 어렵다"는 당초의 이야기와는 상반된다.
대구에 주소지를 둔 천사무료급식소의 정확한 명칭은 '사단법인 전국자원봉사자연맹 산하 천사무료급식소'다. 천사무료급식소 홍보담당자 역시 대구에 본부를 두고 있는 '전국자원봉사자연맹'소속이라고 밝혔다. 누리집에는 서울본부와 대구관리본부로 주소지가 구분돼 있다.
천사무료급식소 관계자의 말처럼 여수에 추가로 생긴 '무료급식소' 덕분에 어르신들의 복지가 긍정적으로 향상될 것인지, 지역 내 서비스 중복으로 복지 전달의 혼란으로 연결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