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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마포구 마포로6재개발 사업 구역. 철거를 앞둔 건물임을 알리는 '경고문'이 붙어있다.
서울 마포구 마포로6재개발 사업 구역. 철거를 앞둔 건물임을 알리는 '경고문'이 붙어있다. ⓒ 신상호

지난 25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역 2번 출구, 롯데시티호텔을 지나 신촌 방면으로 30미터가량 올라가니, 철거 작업이 한창인 마포로6도시환경정비 구역이 눈에 들어왔다. 이 구역은 모두 1만6857㎡ 부지에 29층짜리 주상복합 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 구역은 지난해 7월 관리처분인가를 받아 대부분 조합원들이 이주를 했다. 건물 철거도 한창 진행 중이었다. 아직 남아있는 낡은 건물에는 '철거가 진행되는 건물로 쓰레기 투기 등을 하지 말라'는 경고문이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턱없이 적은 보상금, 법대로 손해 받아들일 수 없어"

겉보기는 별문제 없이 진행되는 것 같지만, 속사정은 복잡하다. 철거가 이뤄지지 않은 건물에서 아직도 영업을 하는 세입자들도 있다. 관리처분 인가가 끝나 철거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원칙대로라면 이들은 나가야 한다. 하지만 그들은 필사적으로 버티고 있다.

"험한 꼴 당하기 전에 나가야 한다고 해요. 그런데 손해를 보면서 무작정 나가는 게 맞는 건가요?"

이날 만난 박제연씨는 해당 구역 내 건물에서 학원을 운영 중이다. 건물 뒤편에서는 굴삭기 1대가 철거 작업을 하고 있었고, 폐자재를 실어 나르는 덤프트럭도 쉴 새 없이 오갔다.

그는 지난 2010년 2월 이 구역에 속한 공덕 빌딩에 이 음악학원을 냈다. 모두 4개 층, 170평 크기로 규모도 컸다. 방음 등의 시설을 갖춰야 하는 음악학원이라 1개 층당 시설비만 1억 원 가량을 썼다. 몇 년간 영업을 하면서 학생들도 200여 명을 확보했다.

하지만 지난 2015년부터 재개발이 본격 진행되면서, 세입자인 그는 나가야 했다. 토지소유주가 아닌 세입자는 재개발 사업에 찬반을 논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 토지소유주가 결정하면, 세입자는 그냥 나가야 한다. 법이 그렇게 정했다.

대신 도시환경정비법은 세입자들에게 영업보상금을 지급하라고 정한다. 감정평가에 따라 그에게 주어진 영업보상금은 9000만 원 수준이었다. 박씨는 학원 설비에 들인 금액에도 못 미치는 돈을 받고 나갈 수는 없었다. 법이 정한대로 그냥 손실을 받아들이긴 억울하다.

"돈 문제로 귀결된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서울시 쪽도 아무런 방법이 없다고 해요. 하지만 보상금만으로는 이 근처 지하 건물 한 칸도 얻을 수 없습니다. 법에서 정했다고 해도 손해를 당연시 받아들여야 한다고 하는 건 받아들일 수 없어요."

세입자가 할 수 있는 수단 없지만, "끝까지 싸울 것"

 박씨의 학원이 있는 건물 뒤편에서는 철거 작업이 한창이다.
박씨의 학원이 있는 건물 뒤편에서는 철거 작업이 한창이다. ⓒ 신상호

박씨가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 조합은 정비사업의 합법적인 절차를 밟았고, 세입자 보상금도 법원에 공탁해놨다. 박씨가 현재 이 건물에 남아있는 것 자체도 '불법 점유'다. 해당 건물의 소유권자인 조합은 박씨의 '점유'를 허락하지 않았다.

그는 끝까지 싸울 거라고 했다. 지난 24일 법원 집행관과 용역직원들이 이 건물에 대한 인도 집행을 하러 왔을 때는 건물 곳곳에 '신나'를 뿌리고 대비했었다. 극단적인 선택지였지만 다행히 '불'이 붙진 않았다.

인도 집행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을 우려한 집행관은 집행 시점을 연기했다.

"재개발에 반대하던 세입자들도 하나 둘씩 떠나가 이제는 몇 남지 않았어요. 서울시나 구청도 어찌할 도리가 없으니 받아들여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세입자에게 불리한 현실과 끝까지 싸울 겁니다."

박씨는 지난 27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국민 마이크' 프로그램에도 참여해, 세입자의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마포구청과 조합에 따르면, 박씨처럼 현재 이 구역에 남은 사람들은 8명 남짓이다. 박씨가 속한 세입자 비대위는 29일부터 강제철거에 반대하는 문화제도 연다.

조합 "보상금 올려주겠다고 해도 안 나가, 해도 너무해"

"저 사람들 해도 너무하네요"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김경자 조합장의 목소리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김 조합장은 아직까지 남아있는 세입자들 문제로 마음고생이 심하다고 토로했다. 박씨 등 남은 세입자들에게 보상금을 추가로 더 주겠다고도 제안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다.

"시에서 사전협의체 진행하면서 2월 말까지 이주해주면 평가금액(보상금)의 30%를 더해서 주겠다고 했어요. 그 사람들이 지금 1년 넘게 있으면서, 조합이 받아야 할 월세도 있는데 그것도 안 받겠다고 했어요. 그래도 안 나갔어요."

그는 세입자 보상금도 일방적으로 정한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조합과 세입자, 서울시 등 3자가 정한 평가서를 합쳐 평가가 진행됐고, 이의를 제기하는 절차도 있었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보상을 받고 나간 사람들도 많다고 했다.

"보상금을 법원에 공탁을 걸어놨는데, 평가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은 이의가 있다고 체크를 하는 부분이 있대요. 그걸 통해서 서울토지수용위원회에서 평가서를 배정해서 보내고,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서 평가를 또 해요. 보상금을 받고 나간 사람들도 많아요."

조합이 현재 남아있는 세입자들과 추가 협상할 여지는 없어 보인다. 김 조합장은 "최대한 제안을 했다"면서 "세입자들이 조합에 무리한 금액을 요구하고 있다"라고 했다.

사전협의체 수차례 열렸지만, 이견 좁혀지지 않아

 지난 24일 서울 마포구 공덕빌딩 앞에서는 '강제철거'에 반대하는 마포6구역 세입자비대위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세입자들의 반대로 철거는 집행되지 않았다.
지난 24일 서울 마포구 공덕빌딩 앞에서는 '강제철거'에 반대하는 마포6구역 세입자비대위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세입자들의 반대로 철거는 집행되지 않았다. ⓒ 박제연

서울시와 마포구청이 갈등조율을 위해 운영한 사전협의체는 사실상 무력했다. 사전협의체란 정비사업 진행 과정에서 조합과 세입자 간 갈등을 중재하기 위해 공공이 참여해 해법을 모색하는 제도다.

마포구청에 따르면 마포로6 조합과 세입자, 서울시 코디네이터, 마포구청 관계자가 참여한 사전협의체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 4월까지 총 7차례가 열렸다. 양쪽 협의가 여의치 않아 조례에서 정한 횟수(5회)를 넘기기도 했다.

협의 과정에서 세입자 보상금을 일부 늘려주겠다는 조합의 제안도 있었다. 하지만 남은 세입자들은 이 제안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한 상황에서 이해관계 당사자가 아닌 공공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별로 없었다.

결국, 사전협의체는 양측의 완만한 타협을 이끌지 못하고 마무리됐다. 더 이상 사전협의체는 열리지 않는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사전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했지만, 절충이 되지 않았다"면서 "실질적인 추가 협의는 조합과 세입자들이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포구청 "사전협의체 더 이상 안 열려, 집행 과정만 모니터링"

그는 또 "다만 (세입자 건물에 대한) 인도집행 과정에서 용역업체 사람들이 집행 대상자에게 물리력을 행사하는지는 체크할 것"이라면서 "집행 당일 담당 공무원이 나가서 행정 지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 집행관이 세입자가 있는 건물에 대한 집행을 유예한 기간은 2주. 하지만 남은 세입자들은 여전히 나갈 생각이 없다. 조합은 건물을 헐어야 '사업'을 할 수 있다. 철거가 되지 않으면, 사업 이자 비용 등 조합원 손실이 가중된다. 갈등 중재를 위한 사전협의체는 더 이상 열리지 않는다.

세입자와 원주민의 의사에 반해 건물 철거가 이뤄지는 것을 '강제철거'라 한다. 지난해 9월 서울시는 강제철거를 막기 위해 사전협의체 제도를 보완하는 등 추가 대책을 내놨다. 박원순 서울 시장도 "강제철거는 원칙적으로 없도록 하겠다"라고 강조했었다. 하지만 이곳 마포 도시정비 현장에선 '강제철거'를 막기 위한 마땅한 대안이 보이질 않는다.


#강제철거#재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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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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