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는 대단히 부적절했다. 남북뿐만 아니라 (모든) 정상회담 회의록은 국가 차원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비밀을 유지해 보관해야 한다. 그게 상례이고 당연한 조치다."
서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국정원의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른바 NLL 대화록) 공개를 "대단히 부적절했다"라고 비판했다.
서 후보자는 29일 오전 국회 제3회의장에서 진행된 인사청문회에서 "어떤 이유에서든 그것이 일반에 공개됐다는 점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라며 이 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서 후보자는 전직 국정원장의 처벌 검토를 시사하기도 했다.
신경민(더불어민주당) : 정상회담 회의록이 청와대에서 유출된 것인지도 함께 조사해 달라.
서훈 : 네.
신 : 발췌본이 만들어지고, 발췌본이 회람된 것도 함께 조사하는 게 맞다.
서 : 관련된 사항을 한 번 들여다보겠다.
신 : 만약 잘못됐다면 전직이라고 하더라도 (당시) 국가정보원장도 다 처벌을 받아야 한다.
서 : 국정원 내규나 관련된 규정에 어긋남이 없는지 찾아보겠다.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논란은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이 지난 2012년 18대 대선을 앞두고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대화에서 서해북방한계선(NLL)을 포기하겠다고 발언했다"라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박근혜 정부의 첫 국가정보원장이었던 남재준 전 원장은 2013년 6월 이 회의록을 공개하며 논란을 증폭시켰다.
2014년 5월, 윤상현 당시 새누리당 의원은 원내수석부대표직에서 물러나며 "노 전 대통령은 (NLL) 포기라는 말을 한번도 하지 않았다"라고 말한 바 있다.
"국정원 신뢰 저하, 대단히 부끄러운 일"
서 후보자는 지난 해 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중국 내 북한 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 사태'를 거론하며 "어떤 연유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너무 빠른 시간에 언론에 공개됐다는 점은 평소와 다르다고 느꼈다"라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서 후보자는 "북풍의 역사가 국가정보원 입장에선 아픈 역사다"라며 "과거 제가 국가정보원에서 근무하던 시절에도 (북풍이) 있었습니다만, 저희가 어떤 형태의 정치개입도 안 하겠다는 각오 속에 이런 아픈 역사를 끊으려는 의지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서 후보자는 국정원의 18대 대선 개입 사건(이른바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서도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이라는 점에서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그 사실 관계는 한 번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서 후보자는 ▲ 박원순 서울시장 제압 문건 ▲ 반값등록금 운동 차단 문건 ▲ 보수단체 관리 ▲ 휴대폰 사찰 사건(이른바 임과장 마티즈 사망 사건) ▲ 간첩조작 ▲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개입과 언론공작 ▲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찰 등 각종 논란과 관련된 조사를 요청하는 신 의원의 질문에 "살펴보겠다"라고 답했다.
앞서 서 후보자는 청문회 모두발언을 통해 "앞으로 국정원은 국내 정치와 완전히 단절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그 동안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 논란으로 인해 국민적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로부터 국정원의 기능과 존재가 의심받는 상황은 평생 국정원을 지킨 사람으로서 대단히 부끄러운 일"이라며 "저는 국가정보기관이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한다면 국가안보가 위험해진다는 확고한 소신을 갖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서 후보자는 "저는 28년간 몸 담았던 국정원에 무한한 애정을 갖고 있고, 국정원의 역할과 기능이 무엇인지 잘 안다"라며 "청문회를 통해 국가정보원장으로서 봉사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오직 국가와 국민에 헌신하는,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그리고 구성원 스스로가 자랑스러워 하는 국가정보기관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