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 중국 문화혁명 시기 작곡가 '리지에푸'(李劫夫)는 <마오쩌둥이 부모보다 좋다>라는 노래를 만듭니다. 중국사람은 지금도 이 노래를 자주 부릅니다. 그러니까 '마오쩌둥이 부모보다 좋다'라는 국가 이데올로기 유행가를 만든 거지요.
노랫말 중에는 "공산당의 은혜가 하늘 땅보다 크고, 마오쩌둥이 부모보다 좋다"라는 구절도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공산당이 국가보다 상위 개념이고 마오쩌둥이 공산주의 사상을 기반으로 하는 나라를 건국했으니, 중국 국가 입장에서는 당연히 이런 노랫말을 만들어 '공산주의 마오쩌둥 사상이 부모보다 좋다'라는 이데올로기를 홍보하고 건국자 마오쩌둥을 높이려 하겠지요.
그런데 언제부터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중국사람은 이 노래를 부르면서 가사를 살짝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마오쩌둥이 부모보다 좋다'(爹親娘親不如毛主席親)라는 구절을 '돈이 부모보다 좋다'(爹親娘親不如錢親)로 바꿔 버린 겁니다. 다르게 표현하면 국가 입장에서는 마오쩌둥이 훌륭할지 몰라도, 내 입장에서는 마오쩌뚱보다 돈이 좋다는 거지요.
공식 석상에서는 원래 노래 가사대로 부르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돈이 좋다는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겁니다. 국가 공산주의 이데올로기 홍보 노래를 돈이 좋다는 의미로 바꿔 버렸으니, 국가기관에서 조치할 만도 하지만, 중국 정부도 사실이 그렇다고 인정했을까요? 별다른 반응이 없습니다.
세상 어느 나라에서나 부모는 자식에게 열심히 공부하라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중국 부모들도 자식에게 열심히 공부하라고 하는데, 중국 부모가 자식에게 예를 들어 설명하는 방법은 조금 적나라합니다.
중국 부모는 자식과 길을 걷다 청소부를 보게 보면, "너도 공부를 안 하면 돈을 벌 수 없고, 돈을 못 벌면 저렇게 길에서 청소를 해야 한다"라고 가르칩니다. 자식에게 어려서부터 돈이 중요하다고 확실하게 알려주는 건 좋지만, 바람직한 교육 방법은 아닙니다.
중국 정부도 이건 너무 비상식적인 교육 방법이라고 생각해서인지, 최근에는 부모들에게 이런 식으로 자식 교육을 하지 말라는 공익광고를 만들어 방송합니다.
중국 정부 공익광고는 똑같은 상황을 두 부분으로 나눠 연출합니다. 첫 번째 화면에서는 어머니가 길에서 청소부를 보며 위의 내용대로 자식에게 공부 안 하면 너도 저렇게 된다고 말합니다. 두 번째 화면에서는 같은 상황에서 자식에게 열심히 공부해서 돈을 많이 벌어 청소부를 도와주는 사람이 되라고 말합니다.
공익광고에 나오는 어머니의 교육 방법이 유하게 바뀌긴 했지만, 여전히 돈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내용은 변하지 않습니다. 어려서부터 부모에게 이런 교육을 받은 중국사람은 드러내 놓고 돈을 좋아합니다.
250년 전 '애덤 스미스'와 2250년 전 '한비자'
1766년 영국 사람 '애덤 스미스'는 "우리가 편하게 밥을 먹을 수 있는 건, 빵집 사장이 빵을 팔고 정육점 사장이 고기를 파는 덕분"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빵집과 정육점 사장은 우리가 편하게 밥을 먹으라고 빵과 고기를 파는 게 아니라, 그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즉 돈을 벌려는 이기심 때문에 음식을 만들어 판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면서 인간의 이기심을 긍정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하지요.
영국 사람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인간의 이기심을 인정하는 내용으로 자본주의 기본 이론을 만들어 세계적인 경제학자가 됩니다. 하지만 '애덤 스미스'보다 2000년 전에 살았던 중국 사람 '한비자'는 기원전 250년에 이미 이런 내용을 <한비자>에 남겼습니다.
한비자는 <한비자>라는 책에 의사가 입으로 환자의 상처에서 고름을 빨아내는 건, 환자를 불쌍히 여겨서가 아니라 병을 고쳐주고 사례를 받기 위해 그런다고 합니다. 또 수레(현대 고급 승용차)를 만드는 제조업자는 많은 사람이 빨리 부자가 되길, 관을 만드는 제조업자는 많은 사람이 빨리 죽기를 바라는데, 이는 수레 제조업자가 인자하고 관 제조업자가 잔인해서가 아니라고 설파합니다. 많은 사람이 부자가 돼야 수레(현대 고급승용차)를 많이 팔 수 있고, 많은 사람이 죽어야 관을 많이 팔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지요.
그러면서 법가 사상가 한비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애정도 동정심도 의리도 인정도 아니고 오직 개인의 이익 한 가지뿐"이라며 "사람은 이기심에 따라 움직이는 동물"이라고 결론냅니다.
중국에는 양유음법(陽儒陰法), 외유내법(外儒內法)이라는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중국사람은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고매한 도덕을 이야기하는 유교 사상을 말하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사람이란 천성적으로 개인의 이익 즉 돈을 좋아한다고 이야기하는 한비자의 법가 사상으로 살아간다는 의미입니다.
사회주의 국가 중국이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도입해 순조롭게 경제발전을 하는 건, 어쩌면 2250년 전 한비자가 인간의 이기심을 긍정적으로 인정하는 자본주의 기본 사상을 만들었고, 또 중국사람이 이미 2250년 동안 이런 자본주의 사상으로 생활한 경험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2000년 전 사마천의 <사기>와 현대 중국 교과서
2000년 전 '사마천'이 쓴 <사기>는 중국 최고 역사서입니다. 사마천은 <사기> <화식열전>에서 자신의 경제철학과 경제의 기초가 되는 돈 그리고 사람과 돈의 관계에 관해 말합니다.
먼저 사마천은 사람의 귀와 눈은 좋은 소리와 색깔을 즐기려 하고, 입으로는 맛있는 음식을 맛보려 하고, 몸은 안락과 향락을 즐기고, 마음은 권세와 지위를 과시하려 한다며, 사람은 선천적으로 쾌락을 좋아한다고 규정합니다. 그래서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걸 하기 위해 돈이 필요해 본능적으로 돈을 좋아하게 되는데, 이건 타고난 본성이기에 특별히 가르칠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예의(禮義)는 돈에서 나오고, 돈이 없으면 예의(禮義)있는 사람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예의(禮義)있는 사람이 되려면 반드시 부유해져야 한다고 하면서, 지혜로운 사람은 부유해질 수 있고 지혜롭지 못한 사람은 빈곤해진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지혜롭지 못하면 돈을 벌 수 없고, 돈이 없으면 예의(禮義)있는 사람이 되지 못한다는 말이지요. 그래서 중국에서는 고고하게 살아가는 가난한 선비가 존경의 대상이 아니라, 지혜롭지 못한 사람입니다.
현대 중국에서도 사마천의 이런 경제 개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인지 가정에서는 부모가, 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이 이런 사실을 솔직하게 가르칩니다. 중국 부모가 자녀에게 읽히는 필독서 <증광현문>에 나오는 글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식이 지혜롭기를 바라고, 사람은 누구나 돈을 좋아한다. 하지만 이런 내용은 유교 책 오행(五行)에 나오지 않는다."(誰人不愛子孫賢,誰人不愛千鐘粟,奈五行不是這般題目)한자 구절 중 오행(五行)은 유교의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식을 사랑하고 세상을 즐기기 위한 돈을 좋아하지만, 유교 책에는 타인을 사랑해야 하고 자신의 분수에 맞게 절제해야 한다고 쓰여 있으니, 책에 나오는 내용과 현실이 다르다는 걸 알라는 거지요. 다음은 중국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글입니다. 이 글은 <증광현문>에도 나옵니다.
"책 속에 곡식 창고가 있고, 책 속에 황금 보석이 있고, 책 속에 좋은 마차(고급 승용차)가 있고, 책 속에 아름다운 여자가 있다."(書中自有千鐘粟,書中自有黃金屋,書中車馬多如簇,書中自有顏如玉)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열심히 공부하라는 교훈 글인데, 공부해서 돈을 벌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너무 솔직하게 알려줍니다. 그러니까 고급 승용차를 사고, 아름다운 여성을 얻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한데, 이 돈을 얻는 방법이 책에 있으니, 열심히 공부하라는 거지요.
세상 사람 누구나 돈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한국 사람은 지나치게 돈을 좋아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예의가 없는 행동이라고 생각하기에, 드러나게 돈과 관련된 표현은 잘 안 하지요.
중국 사람은 가정에서는 부모에게, 학교에서는 수업시간 교과서에서 사람이 돈을 좋아하는 건 당연하고, 돈이 없으면 예의(禮義)있는 사람이 될 수 없다고 배웁니다. 그렇기에 자신이 돈을 좋아한다는 걸 감추지 않고 스스럼없이 표현하고 또 공개적으로 그렇게 행동합니다.
BMW 고급 승용차에 앉아 울겠다 2010년 6월 중국 강소성 텔레비전에서 청춘 남녀 짝짓기 오락 프로그램인 <비성물요>(非誠勿擾)가 방영됐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방송되자마자 중국 사람에게 큰 인기를 끌었는데 그 이유가 재미있습니다.
먼저 프로그램 <비성물요>는 제목 자체로도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비성물요>(非誠勿擾)는 중국 블로그에서 사용하는 인터넷 용어로 '정성이 없으면 귀찮게 하지 마세요'라는 의미입니다. 블로거가 인터넷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나서, 다른 사람이 자신의 글에 정성을 가지고 댓글을 달라고 부탁할 때 사용합니다. 글의 내용과 상관없는 장난 댓글이나 논리적이지 않은 일방적인 댓글은 사양한다는 거지요.
청춘 남녀 짝짓기 오락 방송 제작자가 프로그램 제목을 인터넷 용어 비성물요(非誠勿擾)로 지은 이유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청춘 남녀가 방송에서 짝을 고를 때, 남녀 참가자 스스로 자신의 수준을 생각해 보고 그 수준에 맞는 짝을 고르라는 이유였을 겁니다. 그러니까 한국말로 바꾸면 청춘 남녀가 짝을 찾을 때, 여자가 자신이 생각하는 수준보다 훨씬 떨어지는 남자가 자신에게 집쩍거리면 '어따대고 감히'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거지요.
<비성물요> 는 프로그램 제목으로도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습니다. 하지만, 방송이 시작되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건, 여성 참가자 '마누'(馬諾)의 촌철살인 같은 한마디 말 때문이었습니다.
지금도 중국 인터넷 검색프로그램에서 <비성물요> 프로그램을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마누'라는 이름이 나옵니다. 마찬가지로 '마누'를 검색하면 연관어로 <비성물요> 프로그램이 나옵니다.
여성 참가자 마누가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 자전거 타기를 취미로 가진 남성 참가자가 마누에게 호감을 느끼고, 자신의 자전거 뒤에 타고 같이 야외에 놀러 가자고 했습니다. 이런 제안을 받은 마누가 남성 참가자에게 대답한 말이 바로 "나는 BMW 고급 승용차 뒤에 앉아 울겠다"였습니다.
그러니까 '당신 같이 돈이 없어 자전거 타기를 취미로 가진 남자와 놀러 다니기보다는, 돈이 많아 BMW(고급 외제 차) 운전하기를 취미로 가진 남자와 놀러 다니겠다'는 말이지요. 중국어 뉘앙스로 다시 해석하면, '돈은 없지만 나를 정말 좋아하는 남자와 살기보다는, 나를 진심으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돈이 많은 남자가 더 좋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중국사람은 마누의 이 말을 '나는 BMW 뒤에 앉아 울지언정, 자전거 뒤에 앉아 웃지 않겠다'라고 해석합니다.
격이 높은 문자를 사용해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돈을 좋아한다'고 표현한 중국 최고 역사가 사마천과 법가 사상가 한비자의 글귀처럼, 마누의 이 말도 고사성어로 중국 역사에 길이 남을 겁니다.
중국 사람은 자신이 돈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남에게 숨기지 않고, 드러내 놓고 당연하게 말합니다.
[About story] 한국에서 무역 일로 중국 사업가를 만나면서, 중국에서 장사 일로 중국 고객을 만나면서, 중국대학교에서 가르치는 일로 중국 선생님과 중국 대학생을 만나면서 알게 된 중국사람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되도록이면 제가 직접 경험한 일들을 쓰려고 합니다. 나무만 보고 산을 못 보는 우를 범할 수도 있겠지만, 중국에 관한 개략적인 이야기는 인터넷에 넘쳐 나므로 저는 저의 주관적인 기준으로 글을 풀어가겠습니다. 이런저런 분야에서 중국과 관련된 일을 하시는 분들의 피드백을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