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끝내 파리 기후변화협정(파리 협정)을 탈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각)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은 파리 협정 탈퇴를 공식 선언한다"라며 "오늘부터 협정의 비구속 조항 이행을 전면 중단한다"라고 발표했다.
이어 "파리 협정은 미국에 불리하고, 나는 미국 국민의 이익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라며 "미국에 도움이 되는 공평한 조건으로 새로운 협정을 추진할 것이며, 만약 실패하더라도 상관없다"라고 밝혔다.
파리 협정은 오는 2020년 만료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하기 위해 지난 2015년 11월 파리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마련한 전 세계 195개국의 합의에 따라 공식 발효됐다.
지구온난화의 주요 원인인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혁명 이전보다 섭씨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는 것을 목표로 세우고 각국이 감축량을 정해 이행하도록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에서 파리 협정이 미국에 불리한 조건으로 만들어졌고, 과학계의 연구 결과도 믿을 수 없다며 탈퇴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특히 제조업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자동차와 에너지 기업들도 탈퇴를 촉구했다.
최근 이탈리아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도 파리 협정을 지지한다는 내용을 공동 선언문에 담으려고 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끝까지 반대하면서 결국 실패로 끝난 바 있다.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0%를 차지하는 미국이 탈퇴하면 파리 협정은 목표 달성이 어려워진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신임하는 장녀 이방카 트럼프도 탈퇴를 만류했으나 결심을 바꾸지 못했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 협정 탈퇴를 발표하자 미국 국내외에서는 반발이 쏟아졌다. 특히 경제 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오히려 미국 경제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 연구팀은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가뭄, 홍수 등 자연재해가 경제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며 "기후변화를 막지 못하면 오는 2100년 세계 경제의 생산량은 20% 정도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석탄보다 태양에너지 분야의 고용률이 훨씬 높다"라며 "청정 에너지 분야는 기업에 더 많은 이익을 안겨주고, 더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낸다"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 협정을 주도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업적 지우기'라는 분석도 있다. 이날 오바마는 트럼프 대통령의 탈퇴 결정이 "미국이 미래를 거부하는 극소수의 국가가 됐다"라고 비판했다.
국제사회도 미국의 탈퇴를 우려하며 오히려 결속에 나섰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리커창 중국 총리는 이날 독일 베를린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양국이 파리 협정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로 결의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파리 협정을 대체할 수 있는 지구온난화 해결책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며 "전 세계가 더욱 야심 차게 협정을 이행해야 한다"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