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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일 오후 일본 구마모토 교육회관에서 열린 '명성황후 122주기 기념 한일 심포지엄-일한의 과거를 직시해 한층 더 깊은 우호를'이라는 주제의 심포지엄 장면. 이날 심포지엄에는 일본 '명성황후를생각하는모임'의 회원 등 일본인 100여명과 한국에서 참여한 '전주이씨 대동종약원 홍릉봉향회' 회원 15명이 참석했다.
지난 2일 오후 일본 구마모토 교육회관에서 열린 '명성황후 122주기 기념 한일 심포지엄-일한의 과거를 직시해 한층 더 깊은 우호를'이라는 주제의 심포지엄 장면. 이날 심포지엄에는 일본 '명성황후를생각하는모임'의 회원 등 일본인 100여명과 한국에서 참여한 '전주이씨 대동종약원 홍릉봉향회' 회원 15명이 참석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지난 2일 오후 일본 구마모토 교육회관에서 열린 '명성황후 122주기 기념 한일 심포지엄-일한의 과거를 직시해 한층 더 깊은 우호를'이라는 주제의 심포지엄 장면. 이날 심포지엄에는 일본 '명성황후를생각하는모임'의 회원 등 일본인 100여명과 한국에서 참여한 '전주이씨 대동종약원 홍릉봉향회' 회원 15명이 참석했다.
지난 2일 오후 일본 구마모토 교육회관에서 열린 '명성황후 122주기 기념 한일 심포지엄-일한의 과거를 직시해 한층 더 깊은 우호를'이라는 주제의 심포지엄 장면. 이날 심포지엄에는 일본 '명성황후를생각하는모임'의 회원 등 일본인 100여명과 한국에서 참여한 '전주이씨 대동종약원 홍릉봉향회' 회원 15명이 참석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여기 계신 분들 중에서 학교에서 '명성황후 시해 사건'에 대해서 들어보신 분 있으신가요?"

이러한 질문이 주어지자 장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100명이 넘는 일본인들은 고개를 돌려 손을 든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

"두 명... 두 명 뿐입니까?"

지난 2일 오후 일본 구마모토현 교육회관에서 열린 '명성황후 122주기 기념 한일 심포지엄-일한의 과거를 직시해 한층 더 깊은 우호를'이라는 주제의 심포지엄에서 패널로 참여한 최상철 재일민단 구마모토현 본부 사무국장의 질문에 손을 든 일본인은 단 두 명뿐이었다.

"이것이 일본의 현실이다."

최 국장을 비롯해 120여 명의 한국인과 일본인 모두 고개를 내둘렀다.

이날 심포지엄은 일본인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명성황후를 생각하는 모임'이 주최한 행사다. 이 모임은 지난 2005년부터 현재까지 12년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명성황후'를 모신 홍릉을 찾아 참배하고, 사죄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120여 년 전 명성황후 시해 사건에 가담했던 일본인들의 후손을 찾고, 이 사건의 진실을 알리는 데 노력하고 있다.

이날 심포지엄도 이러한 활동의 일환이며 특히, 심포지엄에는 고종황제의 증손인 이원 대한황실문화원 총재를 비롯한 '전주이씨 대동종약원 홍릉봉향회'(아래 홍릉봉향회)회원 15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경기도 여주 홍릉에 안장된 고종황제와 명성황후의 제사를 주관하고 있다.

명성황후 시해 사건 진실을 알리는 일본인들

일본 역사기행에 나선 홍릉 봉향회 회원들을 초청하여 '명성황후를생각하는모임'과 '재일본대한민국민단구마모토본부', '평화헌법을지키는구마모토현민의회', '구마모토교과서네트워크' 등이 심포지엄을 연 것.

이 자리에는 100명이 넘는 일본인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오전부터 행사장에 도착해 명성황후 초상화를 내걸고, 현수막을 붙이는 등 정성껏 행사를 준비한 뒤 홍릉 봉향회 회원들을 맞이했다.

이날 심포지엄 주제 발제자인 이카이 다카아키 오사카대학 명예교수가 '일본의 근대과정과 일한 관계'라는 주제로 발제를 마치자 최 국장이 행사에 참석한 일본인들에게 '학교에서 명성황후 사건을 배웠는지'를 물었더니 겨우 두 명만이 손을 든 것이다.
이에 손을 든 두 명의 일본인에게 '어떤 내용을 들었는가'라는 질문이 다시 주어졌다.

자신을 나카무라라고 밝힌 백발의 한 일본인은 "고등학교 때 사회과 선생님이 교과서를 쓰지 않고 일본역사를 가르쳐주었는데, 그 속에서 '민비사건'이라는 표현으로 학생들에게 이 사건을 이야기해 준 적이 있다"며 "그 당시에는 듣고서 바로 잊었었다"고 말했다.

당시 일본의 교과서에 명성황후 시해 사건이 기록되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정규 수업과정에서는 이 사건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음을 알려주는 답변이었다.

또 다른 한 여성은 수업시간에 배운 것도 아니라고 했다. 이 일본인은 "(역사 관련 자격증 시험) 수험공부를 하면서 알게 됐다"며 "한국이 식민지로 되어가는 과정, 1910년 일한병합조약에 대해서 외워야 했는데, 그 내용 중에 민비시해사건이 있었다고 쓰여 있어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자 최 국장은 "한국은 36년의 식민지 시기 동안 아주 어려운 시기였다, 나라는 물론, 말과 글을 빼앗겼다, 이름도 창씨개명했다, 16세 소녀들이 강제로 끌려가 군 위안부를 해야 했다, 그 고통을 어찌 말로 다 할 수 있겠는가"라면서 "왜 일본과 한국은 이토록 갈등을 겪어야 하는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답은 역사를 직시하고 바로 배울 때 비로소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명성황후' 시해사건 가르치지 않는 일본

이에 이날 주제 발제를 했던 이카이 다카아키 교수가 덧붙였다. 그는 "일본 교과서에는 '명성황후'라는 표현이 없다, '민비사건'이라고 서술하고 있다, 또 한일관계를 줄거리만 간략하게 싣고 있다, 올바른 (한일의) 우호관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자세가 없다"며 "그런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기회를 통해서 그런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일 오후 일본 구마모토 교육회관에서 열린 '명성황후 122주기 기념 한일 심포지엄-일한의 과거를 직시해 한층 더 깊은 우호를'이라는 주제의 심포지엄 장면. 이날 심포지엄에는 일본 '명성황후를생각하는모임'의 회원 등 일본인 100여명과 한국에서 참여한 '전주이씨 대동종약원 홍릉봉향회' 회원 15명이 참석했다. 사진은 인사말을 하고 있는 고종황제의 증손 이원 대한황실문화원 총재.
지난 2일 오후 일본 구마모토 교육회관에서 열린 '명성황후 122주기 기념 한일 심포지엄-일한의 과거를 직시해 한층 더 깊은 우호를'이라는 주제의 심포지엄 장면. 이날 심포지엄에는 일본 '명성황후를생각하는모임'의 회원 등 일본인 100여명과 한국에서 참여한 '전주이씨 대동종약원 홍릉봉향회' 회원 15명이 참석했다. 사진은 인사말을 하고 있는 고종황제의 증손 이원 대한황실문화원 총재. ⓒ 오마이뉴스 장재완

 지난 2일 오후 일본 구마모토 교육회관에서 열린 '명성황후 122주기 기념 한일 심포지엄-일한의 과거를 직시해 한층 더 깊은 우호를'이라는 주제의 심포지엄 장면. 이날 심포지엄에는 일본 '명성황후를생각하는모임'의 회원 등 일본인 100여명과 한국에서 참여한 '전주이씨 대동종약원 홍릉봉향회' 회원 15명이 참석했다.
지난 2일 오후 일본 구마모토 교육회관에서 열린 '명성황후 122주기 기념 한일 심포지엄-일한의 과거를 직시해 한층 더 깊은 우호를'이라는 주제의 심포지엄 장면. 이날 심포지엄에는 일본 '명성황후를생각하는모임'의 회원 등 일본인 100여명과 한국에서 참여한 '전주이씨 대동종약원 홍릉봉향회' 회원 15명이 참석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이후 여러 명의 일본인이 질문을 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명성황후 시해 사건'을 중년이나 노년이 되어서 처음 듣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모임에 참석한 대부분의 퇴직 교원들은 자신들이 학교에서 이러한 올바른 역사를 가르치지 못한 것에 대한 잘못을 뉘우치는 말을 토해냈다.

자신을 전직 신문기자라고 밝힌 한 일본인은 "취재를 하다가 가이 도시오(명성황후를 생각하는 모임 회장) 선생을 만났고, 그 이후 여러 자료 조사를 했었다, 사건의 현장이었던 경복궁에도 가 봤고, 숲속(명성황후를 불태운 장소)에도 가 봤다"며 "정말 한국분들에게 죄송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또 저는 세세코고등학교(명성황후 시해 사건의 주도자인 사사 도모후사가 세운 학교)의 졸업생으로서 뭘 할 수 있는지 고민했다, 그저 죄송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그 때문에 더 많은 일본인이 이 사건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러한 기회를 만들어 주신 데 대해 감사한다"고 말했다.

한일관계 발전적으로 바꾸어 나갈 계기가 되기를

이러한 토론이 오간 후 심포지엄을 끝맺으며 고종 황제의 증손인 이원 총재가 소감을 밝혔다. 그는 "오늘 이 포럼은 한국과 일본의 역사를 바로 알고,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진정한 서로의 우호를 다져갈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고종황제와 명성황후의 증손자로서 오늘 이러한 뜻깊은 자리를 만들어 준 구마모토 시민들과 여러 관계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왜곡된 역사를 어떻게 개선해 나갈 것인가, 한일 관계를 어떻게 좀 더 발전적으로 바꾸어 나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자리가 더 많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들의 만남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심포지엄을 마친 이후 홍릉봉향회 회원과 명성황후를생각하는모임 회원 50여명은 장소를 이동해 교류회를 이어갔다. 이곳에서 이들은 준비해 온 선물을 주고받으며 오늘 행사의 소감을 나눴다.

이날 교류회에서 만난 한 홍릉봉향회 회원은 "처음에는 왜 우리가 저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라면서 "하지만 이제는 저 사람들의 진심을 믿는다, 그들이 보여준 10여 년 동안의 태도와 노력이 우리의 마음을 열었다, 과거를 올바로 알아야 새로운 신뢰관계를 맺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저 사람들의 활동은 매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명성황후#구마모토#홍릉봉향회#역사왜곡#한일교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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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나무는 자기를 찍는 도끼에게 향을 묻혀 준다.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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