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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헌법 전문(全文)에는 두 개의 구체적 사건이 언급된다. "우리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에 등장하는 3.1운동과 4.19혁명이다.

이 가운데 4.19혁명은 한국현대사의 대표적인 민중항쟁이자 한국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평가받는다. 이어지는 5.18민주화운동과 6월민주항쟁을 아우르면 그 자체로 한국 민주주의가 이룬 역사이자 오늘 한국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가리키는 기준이 될 것이다.

지난 겨울 광장에서 이어진 촛불은 한국 시민사회가 헌법정신을 바탕으로 역사의식을 실천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기회였다. 마침 문재인 대통령이 5.18 기념식에서 9년 만에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고, 올해 6월에는 6월 민주항쟁이 30주년을 맞으니, 긴 안목으로 어제를 살피며 오늘을 놓치지 않고 내일을 내다볼 방법을 찾아볼 때다.

혁명, 그때 이미 누군가가 꾸었던 꿈

 4.19 혁명_십대가 만난 현대사 1 / 윤석연 지음 / 소복이 그림 / 한겨레틴틴
4.19 혁명_십대가 만난 현대사 1 / 윤석연 지음 / 소복이 그림 / 한겨레틴틴 ⓒ 참여사회
"훗날 사람들은 이승만 독재 정권을 무너뜨린 거대한 움직임을 '혁명'이라고 했다. 그 후에도 사람들은 좀 더 나은 세상, 더 살기 좋은 세상을 꿈꾸었다. 그 꿈은 언제나 새로웠지만 그 꿈이 거슬러 올라가 닿은 곳은 '혁명'이라고 불리는 4월이었다. 그 후에도 더 많은 사람들이 꾸는 꿈은 1960년 4월, 그때 이미 누군가가 꾸었던 꿈이었다."

시작은 4.19혁명이다. 한국현대사에서 '혁명'이라 불리는 유일무이한 사건이지만, 막상 책으로 만나기는 쉽지 않다. 어린이책을 빼면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펴낸 민주화운동가 김정남의 <4.19혁명>과 십대가 만난 현대사로 쓰인 윤석연 작가의 <4.19혁명> 정도가 꼽을 만하다.

전자는 혁명의 발단과 전개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였고, 후자는 김주열 열사를 비롯해 당대 인물이 처한 상황과 그들이 겪은 고뇌를 이야기 방식으로 다뤄 생생함을 더한다.

특히 집회와 시위의 자유, 국가보안법 등 오늘날까지 논란을 겪는 문제를 생각해볼 거리로 정리하고, 옛 민의원(현 서울시의회)과 옛 수송초등학교 터(현 종로구청) 같은 4.19혁명 유적지, 김수영의 <푸른 하늘을>과 이한직의 <진혼의 노래> 등 혁명을 노래한 시도 함께 담아내 현장과 기억을 되새길 수 있다.

빛나는 계절의 위대한 시민, 오늘의 시민의 새로운 계절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_광주 5월 민주항쟁의 기록(전면개정판) / 황석영, 이재의, 전용호 지음 / 창비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_광주 5월 민주항쟁의 기록(전면개정판) / 황석영, 이재의, 전용호 지음 / 창비 ⓒ 참여사회
"세계의 학자들은 5.18 민주화운동을 '전환기의 정의transitional justice'라고 명명하면서 '과거청산의 대표적인 모범 사례'라고 말했다. 남미나 남아공 등지에서 발생한 국가폭력과 반인륜적 범죄행위에 대한 과거청산 작업이 부분적으로밖에 이루어지지 않은 반면, 5.18의 경우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명예회복, 피해보상, 기념사업' 등 광주문제 해결 '5대 원칙'이 모두 관철되었다는 점이 높게 평가됐다."

5.18민주화운동은 여전히 슬픔이지만 당연히 자긍이기도 하다. 특히 역사의 평가라는 점을 눈여겨볼 만한데, "1997년 '12.12, 5.18 재판'을 통해 전두환, 노태우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은 사법적 단죄를" 받았고, "특별법 제정과 더불어 '민주화운동'으로 명명"되었고, "2011년 5.18기록물은 영국의 <대헌장>, 미국의 <독립선언문>, 프랑스의 <인간과 시민의 권리에 관한 선언> 등과 마찬가지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이러한 평가가 가능했던 이유는 엄혹한 폭압 속에서도 목소리를 내는 일을 멈추지 않은 시민들과 이를 글로 남긴 기록 덕분이다.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는 광주에서 벌어진 5월 민중항쟁을 기록한 첫 책이자, 오늘날 5.18민주화운동이 제대로 평가받고 그 정신이 6월항쟁으로 이어지는 데 디딤돌이 된 책이다. 마침 32년 만에 전면개정판이 나와 "빛나는 계절에 위대한 시민"이 어떻게 세상을 바꾸었는지를 전하니, '오늘의 시민'이 만들어갈 '새로운 계절'을 겹쳐 다시 읽어본다.

오늘까지 이어지는 투쟁과 승리의 경험

  6월 항쟁_1987년 민중운동의 장엄한 파노라마 / 서중석 지음 / 돌베개
6월 항쟁_1987년 민중운동의 장엄한 파노라마 / 서중석 지음 / 돌베개 ⓒ 참여사회
"살아가노라면 평생 동안 잊지 못할 벅찬 감동과 감격을 느낄 때가 있다. 그것은 대개 한마음으로 무리를 지어 공동선을 추구할 때 생긴다. 6월 항쟁에 참여한 투사나 6월의 거리에서 함께 호흡한 많은 시민들은 질풍노도 같은 감격이나 뿌듯한 긍지를 지금도 회상하곤 할 것이다. 그들은 그토록 힘들여 바꾸어놓은 세상이 변하더라도, 또 공동체를 모래알처럼 흐트러지게 하는 이상한 논리가 횡행하더라도 굳건히 제 갈 길을 갈 것이다."

4.19혁명과 5.18민주화운동이 민주주의의 역사와 시민의 정신을 되새기는 계기라면, 6월항쟁은 군부독재를 끝내는 동시에 대통령 직선제라는 제도적 성취를 이뤄냈다는 점에서 오늘과 밀접하게 닿아 있다.

물론 앞선 두 사건에 비해 시간적으로 가깝기에,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진 일이기에, 무엇보다 당대에 승리를 일궜다는 경험이기에, 그때를 겪은 이들이 여전히 거리와 광장에서 전하고 나누는 목소리에는 더욱 힘이 실린다.

당시 현장 취재기자였던 한국현대사 연구자 서중석은 6월항쟁을 1945년 8월, 1960년 4월에 이어 한국인이 맞이한 세 번째 해방이라 평했다. 또, 민주화운동 측의 자료와 평가를 넘어 전두환 정권 측의 자료와 판단까지 아우르는 역사가의 균형 잡힌 시선을 놓치지 않고, 예기치 못한 상황의 연속에도 어떻게 역동성을 잃지 않고 자유와 민주주의를 쟁취했는지를 파노라마처럼 펼쳐낸다.

지난 겨울 거리와 광장을 밝힌 촛불을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월항쟁의 끄트머리에 살짝 붙이고 싶다. 스스로 전하는 칭찬이자 그렇게 붙여도 부끄럽지 않을 이야기를 계속 써나가겠다는 다짐이기도 하겠다. 언젠가 새로 쓰일 민주주의의 역사에서 오늘 우리의 모습을, 나아진 내일의 민주주의를 마주하길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박태근님은 알라딘 인문 MD입니다. 온라인 책방 알라딘에서 인문, 사회, 역사, 과학 분야를 맡습니다. 편집자란 언제나 다른 가능성을 상상하는 사람이라 믿으며, 언젠가 ‘편집자를 위한 실험실’을 짓고 책과 출판을 연구하는 꿈을 품고 삽니다. 이 글은 월간<참여사회>6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4.19 혁명

윤석연 지음, 소복이 그림, 한겨레틴틴(2010)


#촛불혁명#5.18민주화운동#6월항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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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가 1995년부터 발행한 시민사회 정론지입니다. 올바른 시민사회 여론 형성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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