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사진보기

앵무새와 같은 조류를 통해 감염되는 앵무병으로 일본에서 임산부 2명이 연이어 사망했다.
지금까지 앵무병으로 3~4년에 한 건 정도로 노약자 사망사고 사례는 있었지만, 임산부가 사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앵무병 임산부 사망사례가 해외에서 보고된 적은 있으나 지금껏 일본에서는 단 한 건의 보고도 없었다. 때문에 앵무병 사망사고를 상당히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추가적인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을까 후생노동성은 향후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앵무병은 앵무새나 잉꼬와 같은 반려조를 비롯해 닭, 오리, 칠면조, 비둘기, 기러기를 포함한 조류를 통해 사람에게 감염되는 세균성 인수공통전염병이다. 주로 병에 걸린 조류 배설물의 미세입자를 흡입하는 과정에서 감염되지만, 새가 물거나 입맞춤하면서 감염되기도 한다.

드물지만 앵무병 환자의 기침으로 인한 사람 간 전파도 가능하다. 노출 후 7~14일 정도의 잠복기를 거친 뒤 피로감, 발열, 기침, 두통 증상의 일반적인 독감과 같은 호흡기 증상이 나타나며 폐렴과 심근염으로 진행할 수도 있다.

조류에서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되는데 구토, 녹색 설사, 체중감소와 같은 소화기형을 비롯해 눈과 코 분비물, 기침, 호흡곤란 증상을 나타내는 호흡기형, 그리고 경련과 발작을 동반한 중추신경계형이 있다.

사람감염과 달리 잠복기는 수일에서 수년까지 다양하며 경우에 따라 평생 보균자로 남는 경우도 많다. 때문에 외관상 건강해 보이지만 다른 개체나 사람에게 전염시키기 때문에 그 심각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새로운 반려조를 가족으로 받아드릴 경우에는 최소 한 달가량 격리하여 관찰한 후 합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무엇보다 앵무병 검사를 통해 감염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노출되어도 무증상 또는 경미한 반응으로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그러나 면역력이 저하된 환자나 어린이, 노약자, 임산부 등은 심각한 합병증으로 생명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치명적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앵무병... 흔한 질병은 아니지만, 치명적

앵무병은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해외사례에 비추어 보더라도 발생 빈도가 빈번하고 흔한 질병은 아니지만, 치사율이 높기 때문에 간과할 수만은 없다. 우리나라도 반려동물 인구수 증가에 비례하여 반려조 또한 이전과 달리 많은 반려인과 함께 삶을 공유하며 교감하고 있는 현실이다.

하지만 일본을 비롯한 해외 여러 국가와 달리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법정전염병으로 분류되지 않아 관리 및 실태 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앵무새를 비롯한 조류를 진료하는 필자의 병원에서 앵무병이 심심찮게 진단되는 것을 볼 때 우리나라도 더 이상 절대로 안전지대가 아니며 강 건너 불구경할 수 없는 이유다.

앵무병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진단되지 않고 흘러간 사례가 분명히 존재했고 앞으로도 발생하여 공중보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볼 때 이제부터라도 앵무병에 관한 연구 활동과 자료수집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비둘기의 경우에는 앵무병과 더불어 크립토코쿠스와 같은 곰팡이를 매개하기 때문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비둘기는 군집 생활을 하기 때문에 개체 중 일부만 질병에 노출되어도 빠르게 확산되어 짧은 시간 내 전체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 크립토코쿠스는 인체에 감염되면 뇌.신경조직 손상을 유발하여 뇌수막염을 일으킬 수 있고 뇌뿐만 아니라 피부와 내장에 농양 또는 육아종을 만드는 만성질환을 야기한다.

크립토코쿠스도 앵무병과 같이 분변을 통해 감염되기 때문에 비둘기가 많이 모여 있는 공원, 다리 밑에는 가급적 출입을 자제하고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비둘기가 날갯짓을 하게끔 자극하지 않도록 하고 외출 후에는 손 씻기를 비롯해 개인위생을 철저히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