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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1987년 6월 항쟁 30주년을 맞았습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와 <오마이뉴스>가 공동기획으로 '6.10 민주항쟁 30주년 기념, 1987 우리들의 이야기' 특별 온라인 전시회를 열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전시회 내용 가운데, 가상 시민 인터뷰와 시대적 풍경이 기록된 사진 등을 갈무리해 독자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 편집자 말

대학생 아들을 둔 40대 아주머니

 1987년 5월 1일 "호헌 철폐"와 "독재 타도"를 외치며 종로3가 도로에 누워 시위를 시작하는 학생들
1987년 5월 1일 "호헌 철폐"와 "독재 타도"를 외치며 종로3가 도로에 누워 시위를 시작하는 학생들 ⓒ 경향신문사,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1987년 5월 12일 '4. 13 호헌'을 비판하고 독재정권의 폭력성을 폭로하는 대자보와 이를 꼼꼼히 읽고 있는 대학생들
1987년 5월 12일 '4. 13 호헌'을 비판하고 독재정권의 폭력성을 폭로하는 대자보와 이를 꼼꼼히 읽고 있는 대학생들 ⓒ 경향신문사,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작년 가을에 아들 친구가 구속된 모양이에요. 줄곧 같은 학교를 다녔던 친한 사이라 저도 잘 알고 있던 아인데...

작년에 대학엘 갔으니 이제 2학년인 셈이죠. 한눈 한 번 안 팔고 공부만 열심히 하는 아이였어요. 우리 애랑 친하게 지내더니 대학도 같은 학교를 가더라고요. 올해엔 두 녀석이 군대도 같이 갈 예정이었어요. 그런데 선배들과 무슨 공부를 하다 잡혀간 모양이에요.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지만 요즘 세상을 보면 걱정이 많이 드네요.

올해 초엔 같은 학교 학생 한 명이 경찰서에 끌려갔는데 결국 죽어서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경찰이 찾던 사람은 다른 학생이었데요. 찾던 학생과 아는 사이라고 참고인으로 잡아간 거라 하더라고요. 다짜고짜 옷부터 다 벗기고 물고문을 했나봐요. 그러다 그 사달이 난 거래요. 사람 목숨 하나하나가 얼마나 소중한데, 우리나라 경찰들은 그걸 잘 모르나 봐요.

그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어요. 죄를 짓지 않아도 경찰에게 잡혀갈 수 있고, 운 나쁘면 고문을 받다 죽임을 당할 수도 있는 세상이라는 말이잖아요. 우리 아들같이 평범한 애들도 어느 날 갑자기 경찰한테 똑같이 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소름이 돋더라고요. 이러니 어떻게 마음 놓고 살 수 있겠어요. 이건 잘못돼도 뭔가 크게 잘못된 일이죠. 절대 그냥 넘어가선 안 될 일이에요.

역사를 기록하는 30대 사진가

 1987년 5월 14일 "호헌철폐"와 "독재타도" 현수막을 내걸고 명동성당에서 집회를 진행 중인 시민들
1987년 5월 14일 "호헌철폐"와 "독재타도" 현수막을 내걸고 명동성당에서 집회를 진행 중인 시민들 ⓒ 경향신문사,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1987년 5월 18일 '5. 18 광주민중항쟁 7주기'를 맞아 교내에서 행진을 시작한 대학생들
1987년 5월 18일 '5. 18 광주민중항쟁 7주기'를 맞아 교내에서 행진을 시작한 대학생들 ⓒ 경향신문사,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나는 역사를 기록하는 사진가입니다. 어디를 가든 누구를 만나든 내 어깨엔 항상 카메라가 걸려 있어요.

이 풍진 세상을 기록으로 영원히 남겨야겠다는 사명감에 독학으로 사진을 배웠습니다. 처음부터 내가 직접 사진을 찍어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어요. 사진이란 게 쉽게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카메라 장비나 필름 값도 만만치 않았고요. 그런데 사진은 쓰임새가 아주 많더라고요. 홍보할 때도 좋고 세상의 잘못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기에도 아주 효과적이죠.

요즘은 뉴스나 보도사진도 믿기 힘들더라고요. 특히 민주주의를 위한 행사나 활동엔 왜곡이 많거든요. 보도통제가 점점 심해지는 것 같아요. 일부러 조작한 유언비어도 많은 거 같고요. 그러다 보니 거짓말이 어느새 진짜처럼 되어 가더라고요. 정확하고 올바른 기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잘못된 기록은 왜곡된 역사의 시작일 테니까 말이에요.

오늘은 5월 18일이에요. 저녁에 명동성당에서 '광주민중항쟁 제7주기 미사'가 열린다고 해요. 정의구현사제단에서 박종철 군 고문치사사건과 관련해 발표도 있을 모양이에요. 사람들도 많이 참석할 거라고 하더라고요. 오늘은 사진으로 남겨야 할 역사적 장면이 많이 나올 것 같아서 긴장이 좀 되네요. 늦지 않게 얼른 가봐야겠어요.

 1987년 5월 25일 '고 박종철 군 고문 치사사건' 조작으로 철야조사를 받던 경찰 간부들이 사진 기자의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자 황급히 도망가는 모습
1987년 5월 25일 '고 박종철 군 고문 치사사건' 조작으로 철야조사를 받던 경찰 간부들이 사진 기자의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자 황급히 도망가는 모습 ⓒ 경향신문사,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 사진 출처 : 박용수, <경향신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6월 항쟁 3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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