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는 지난 7일 오후 8시 <뉴스데스크>를 통해 최근 논란이 된 검찰의 '돈봉투 만찬'과 관련한 새로운 사실을 보도했다.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전 검찰국장이 돈봉투를 뿌린 식당에서 같은 시간에 대검찰청 간부와 청와대 고위직으로 내정된 모 인터넷업체 고위 임원, 검찰 출신 변호사, 언론사 관계자 등 5명이 별도 자리에서 저녁자리를 했다는 내용이다.
MBC는 이를 '사건의 단초 전해준 옆방 손님들'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지만 이후 각 포털사이트에는 '돈봉투 만찬 같은 식당서 검찰·언론 관계자 모임?'이라는 제목으로 내보냈다. 수정된 제목으로 봤을 때는, 해당 모임이 '돈봉투 만찬'과 상당한 연관성이 있다는 뉘앙스다.
앞서 '돈봉투 만찬'을 단독 보도한 <한겨레>는 이 전 지검장과 안 전 국장을 알아본 해당 모임 참석자의 이야기를 듣고 취재에 들어갔다고 밝힌 바 있다. <한겨레>는 지난달 21일 '돈봉투 만찬' 취재 과정을 설명한 기사에서 "회동일(돈봉투 만찬일)에서 그리 오래 지나지 않은 시점에 두 가지 얘기를 전해 들었다"라며 "'수사 끝나고 이영렬과 안태근이 저녁에 만나 술 한 잔 했다더라', '장소는 예술의 전당 근처에 있는 ㅂ음식점이다.' 그래서 처음엔 회식 날짜가 언제인지도 정확히 알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한겨레>는 해당 사실을 알린 참석자가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우병우 전 민정수석 수사에 대상이었던 안 전 국장과 수사팀이 회동을 한다는 것 자체에 의문을 가졌고, 이를 파고들어가 '돈봉투'를 돌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별도의 식사를 하고 있던 인사들은 단순 제보자이지 돈봉투를 직접 목격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MBC는 별도 저녁식사를 하고 있던 사람들이 돈봉투를 목격하고 언론사에 제보한 것처럼 보도했다. MBC는 해당 기사에서 "이른바 '돈봉투 만찬 사건'은 모 언론사의 보도를 통해 처음 불거졌다. 참석자 명단은 물론 돈 봉투에 든 금액까지 정확히 확인됐다"라며 "이 때문에 법조계 안팎에서는 '만찬 참석자 중 한 명이 제보를 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다"라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해당 언론사는 취재 경위를 설명하면서 '당시 식당에 다른 손님이 더 있었다'고 밝혔다"라며 "이영렬 전 지검장과 안태근 전 국장을 아는 이가 화장실을 가다 마주쳤고, 이 얘기를 전해 듣고 취재를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당시 식당에는 검찰과 언론 관계자 등이 별도의 저녁 자리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MBC는 해당 식사자리에 참석한 인사들 나열했다. 또 "변호사는 최순실 게이트 관련 피고인 중 한 명의 변호를 맡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검찰 간부가 포함된 이 모임 역시 부적절한 성격으로 보일 수 있다"라고 보도했다. 이어 법무부가 '돈봉투 만찬' 관련 감찰을 벌이며 이들을 조사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해당 인사들이 '돈봉투 만찬'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감찰에서 조사하지 않았다는 것을 문제 삼으면서 해당 모임의 성격까지 부적절한 것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후 기사는 '청와대 고위직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모 인터넷업체 임원'에 초점을 맞췄다. MBC는 "당시 이 자리의 음식값은 인터넷업체 임원이 지불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MBC는 "해당 임원은 '개인 돈으로 음식값을 지불했으며, 추후 김영란법을 어기지 않는 선에서 참석자들에게 차액을 되돌려 받았다'고 해명했다"라고 덧붙였다. MBC가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해당 임원의 말을 반론으로 실으면서 식사비를 낸 것이 김영란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해당 보도는 '돈봉투 만찬을 언론에 제보한 인사들을 감찰하지 않았다', '그 모임도 부적절 하다', '그 모임에 청와대 고위직에 내정된 인터넷업체 임원이 있다', '식사비는 임원이 냈고, 김영란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제기를 동시에 하고 있다. 이 가운데 기사에서 실제로 확인되는 사안은 해당 인사 5명이 그 자리에서 식사를 했다는 것뿐이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돈봉투 만찬과 청와대 고위직 내정자가 참석한 별도 저녁식사 자리는) 서로 전혀 관련성이 없다"라고 일축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내용이 뒤죽박죽이라 무엇을 지적한 건지 도저히 알 수 없다"라며 "그 자리에 청와대 고위직 내정자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무리하게 기사를 엮은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