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 문제가 야당 반대로 난항에 처한 가운데, 청와대가 정무수석을 통해 직접 야당(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등) 설득에 나섰다.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자유한국당을 차례로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곧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외교부 장관 없이 회담할 수 없지 않으냐. 책임 있는 제1야당으로서 협력·지원을 해줘야 하지 않느냐(라고 말했다)"라며 "국가·국익에 관한 문제이므로 여야를 떠나 적극적으로 협력해달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전 수석은 강 후보자와 관련해 반대 뜻을 명확히 한 국민의당·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설득 작업에 나섰다.
앞서 박주선 국민의당 비대위원장과 만난 전 수석은 박 비대위원장에게 "(현 정부가) 인수위원회가 없었기에, (다시) 세부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과정에 있다"며 "강 후보자가 UN중심으로 활동한 경험·역량이 외교 장관직을 수행하는 데 좋은 자산이 되지 않을까 싶다. 오로지 부탁만 하러 온 것이니 잘 좀 협조해 달라"고 협조를 요청했다.
이에 박 비대위원장은 "강 후보자에 대한 기대가 매우 컸는데, 이런 상황이 전개되다 보니 안타깝다"면서도 "2005년 인사청문회 제도 도입 이후 위장전입은 문제로 삼고, 이전은 문제 삼지 않는 건 납득이 어렵다"라고 말해 또 한 번 반대 뜻을 드러냈다. 그는 또 "대통령이 당선되면 적폐를 청산하겠다고 했는데, 사실 대통령 후보가 공약을 지키지 않는 것도 큰 적폐라고 본다"고 꼬집었다.
이후 전 수석과 만난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회동 종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김이수 후보는 국회 본회의 표결을 해야 되니 찬반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그러나 강경화·김상조 후보자는 분명히 안 된다는 입장, 우리 당 입장을 대통령께 보고를 드려주고 청와대에서 이에 상응하는 조처를 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김이수 후보자는 본회의에서 과정을 밟더라도, 두 후보자(강경화 김상조)에 대해선 분명한 조치를 청와대에서 이른 시일 내에 취해주기 바란다는 게 제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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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회, 보고서 조속히 채택해주길... 대통령도 요청"한편 청와대 측은 비슷한 시각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를 국회가 빠른 시일 내 채택해달라고 호소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에서 "국회에 간곡히 요청드린다"며 "강경화 후보자가 외교부와 UN에서 쌓은 경험과 리더십을 바탕으로 외교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간곡히 요청한다. 청문 경과 보고서를 조속히 채택해달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강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지난 7일 개최됐지만 청문회 경과보고서 채택 논의가 진척이 없어 보인다"라며 "국회는 그간 한미동맹 중요성을 누누이 강조해왔고, 문재인 정부 들어 첫 단추 끼우기를 앞두고 있다. 한미정상회담 개최, G20 정상 회담 가능성 등 외교 현안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강 후보자는 국제사회에서 검증된 인사로, 반기문·코피아난 전 사무총장 등이 모두 중용했다"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청와대 측 요청이 문재인 대통령에 의한 것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박 대변인은 "아침 회의에서 (이와 관련한) 대통령의 요청이 있었다. 발표문에 대통령의 말씀이 녹아있다"라고만 짧게 말했다. 대통령 또한 강 후보자 청문회 경과보고서 채택을 바라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회는 지난 7일, 외교통일위원회(심재권 위원장) 회의를 열고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강경화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개최했다. 강 후보자 경과보고서는 오는 14일까지 채택이 결정돼야 하지만, 강 후보자에 대한 야당의 반대가 완고해 채택 여부가 순조롭게 정리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만약 이날까지 보고서 채택이 되지 않을 경우 대통령은 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한 뒤 이후 임명을 강행할 수도 있으나, 이는 자칫 야당 의견을 무시한 채 결정을 강행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어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