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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렛츠런파크) 마필관리사 고 박경근(40) 조합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보름이 지나도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노동자들이 집회를 열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은 10일 오후 부산경남경마공원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공공운수노조 부산경남경마공원지부를 비롯해, 영남권 조합원 등 45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이 이곳에서 집회를 열기는 지난 3일에 이어 두 번째다. 공공운수노조는 박경근 조합원의 사망과 관련한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고인은 5월 27일 새벽 부산경남경마공원 마굿간 주변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고인의 빈소는 김해 한 병원에 마련되었고, 유가족들은 공공운수노조에 모든 사안을 위임했다.

공공운수노조는 '마필관리사의 마사회 직접고용'과 '마사회의 사과', '노동탄압 중단', '박경근 조합원의 명예회복과 피해 보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부산경남경마공원의 마필관리사는 마사회→마주→기수→조교사→마필관리사의 재하청 구조다. 이에 마필관리사들은 1993년 이전까지 해왔던 '마사회 직접 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집회는 1시간 가량 진행되었고, 집회 참가자들은 경마공원 안에 있는 노동조합 사무실 앞 분향소에 들어가 조문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은 마필관리사 박경근 조합원의 사망과 관련해, 10일 오후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은 마필관리사 박경근 조합원의 사망과 관련해, 10일 오후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 이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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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회 '대화 노력 지속' ... 대책위 '거짓 선전'

'고(故) 박경근 조합원 명예회복, 노조탄압 분쇄, 마사회 착취구조 중단 대책위원회'는 10일 낸 자료를 통해 "한국마사회 부경지역본부는 조합원에 대한 거짓 선전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마사회 부경본부장은 9일 내부통신망(알맨)을 통해 '부경 마필관리사분들께 드리는 글'을 배포했다. 그런데 본부장의 글에 대해, 대책위가 반박하고 나섰다.

마사회 본부장은 글에서 "'이런 비극이 재발되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을 가지고 부경경마제도와 시스템의 부작용이나 문제점에 대해 꼼꼼히 살펴보고, 유족 측과의 대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마사회 본부장은 "조교사와 조교사협회 그리고 마사회는 유족과의 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그러나 유족으로부터 협상권을 위임받았다는 이유로 공공운수노조는 유족과의 접촉을 원천 차단하고 있으며, 부경의 경마시행제도를 바꿀 때까지 장례절차를 연기하겠다고 주장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책위는 "마사회 측은 고인에 대해 '우리 사업장에서 사람이 죽었으니 유감이지만 우선 장례부터 치르자'는 입장이다"며 "하지만 유가족은 구조 문제를 인정하고 진정으로 사과부터 하라고 한다. 장례 문제는 그 다음인 것"이라 했다.

또 마사회 본부장은 "신의와 성실의 원칙을 가지고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책위는 "저들이 '신의와 성실'을 말하면서도 노조가 '과장'과 '사실을 왜곡'한다고 이야기 하는 것에 대해서는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고 했다.

마필관리사의 직접 고용에 대해 마사회 본부장은 "경마의 본질을 훼손하면서까지 외부의 압박에 의해 제도를 변경할 수는 없다"며 "현 체계가 불가피하며 나쁘지 않다고 판단하며, 현재 구조에서는 직고용이 불가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만 현재 체계에서 고용체계, 임금체계에 대해서는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책위는 "이는 2011년 한 마필관리사가 돌아가셨을 때도 했었던 반복된 이야기"라며 "그때 책임지고 고쳤다면 또 다른 희생자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 했다. 이들은 "현행체제가 나쁘지 않고 고칠 이유가 없다는 것은 지금의 고용, 임금체계를 혁신시키지 않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또 마사회 본부장은 "이미 큰 틀에서 제도 개선을 약속했으므로 이해당사자들의 합의를 거쳐 일을 추진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부경 마필관리사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라 했다.

이에 대해 대책위는 "제도개선약속은 2011년에도 했다"며 "이 고용구조를 유지한 상태에서 어떠한 개선의 약속도 지켜질 수 없다"고 했다. 대책위는 "제도개선을 위한 약속이 있다면 그에 대한 '구체적인 이행계획'을 가지고 와야 한다"며 "'이행일자, 중간단계의 과정이 명확해야' 하고, 이것이 반드시 '상호간에 이행될 수 있도록 확약해야'만 한다"고 했다.

이들은 "성실한 대화와 논의를 통해서 해결을 바라는 것은 유가족과 노동조합도 원한다"며 "지난 시기 잘못을 해결하지 못해 또 다른 희생자가 나왔지만, 이제는 더 이상 죽지 않고 일하기 위해 이 불합리한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이것이 고인의 염원이다"고 했다.


태그:#한국마사회, #마필관리사, #경마공원,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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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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