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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11일 문재인 대통령이 지명한 장관 후보자 5명을 발표하면서 일부 내정자의 음주운전과 위장전입(주민등록법 위반) 전력을 미리 공개했다.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 자녀의 위장전입과 이중국적 사실을 밝힌 것에 이어 후속 인사에서도 문제가 되는 이력을 미리 밝힌다는 기조를 유지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고위 공직자 배제 5대 원칙'(병역면탈·위장전입·논문표절·부동산 투기·세금탈루)을 제시했다. 그러나 앞서 강 후보자를 비롯해 이낙연 국무총리,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등의 위장전입까지 불거지면서, 사실상 5대 원칙을 완벽히 지키는 인물을 찾기 어렵다는 현실론이 제기됐다.

청와대 "높은 기준으로 검증했다"

 문재인 정부의 첫 국방부 장관에 지명된 송영무(68) 전 해군참모총장은 일찌감치 문재인 대통령의 '군사 브레인' 역할을 맡아왔다. 사진은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안보연구소 연구위원 위촉식에 참석한 당시 문재인 대표와 송영무 전 해군참모총장.
문재인 정부의 첫 국방부 장관에 지명된 송영무(68) 전 해군참모총장은 일찌감치 문재인 대통령의 '군사 브레인' 역할을 맡아왔다. 사진은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안보연구소 연구위원 위촉식에 참석한 당시 문재인 대표와 송영무 전 해군참모총장.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장,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송영무 전 해군참모총장, 환경부 장관 후보자에 김은경 지속가능센터 '지우' 대표,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 조대엽 고려대 노동대학원 원장 등 5명을 지명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장관 후보자들을 발표한 이후 "오늘 지명한 장관 후보자 중에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음주운전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검증과정에서 파악됐고,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주민등록법 위반이 확인됐는데 이것은 군인의 특성상 발생한 문제로 파악했다"라고 말했다.

앞서서도 청와대는 지난달 21일 강 외교부 장관 후보자를 발표하면서 "강 후보자의 딸이 1년간 친척집에 주소지를 뒀다"라고 위장전입 사실을 미리 밝힌 바 있다. 논란이 될 만한 사안을 미리 공개하며 여파를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그러나 이후 위장전입 주소지가 친척집이 아닌 이화여고 관계자 명의 집으로 밝혀지면서 현재까지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송영무 후보자의 위장전입 의혹에 대해서는 "법적으로는 주민등록법 위반이라 표현한다. 송 후보자가 위장전입인지 아닌지는 청문회에서 다뤄질 걸로 예상한다"라고 설명했다. 조 후보자의 음주운전 이력에는 "사고를 낸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고위 공직자 배제 5대 원칙이라는, 가급적 높은 기준을 갖고 계속 검증해왔다"라며 "되도록 높은 기준을 적용하되 구체적 기준을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국회에서 마련해줄 것을 요청했다. 내부에서는 그런 기준을 (수정해) 마련하는 것은 확정한 바 없다"고 말했다. 기존의 원칙으로 검증했으며,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부분은 양해를 구하는 차원에서 사전에 공개했다는 의미다.  

이 같은 청와대의 태도는 현재 야권이 강경화·김상조 후보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에 제동을 건 상황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의 높은 국정지지도를 바탕으로 각 후보들의 참신함과 경쟁력을 앞세워 '인사 난맥'을 뚫겠다는 전략이다. 이러한 지점에서 강경화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더라도 임명을 강행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여당 핵심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강 후보자뿐 아니라 이번에 지명된 다른 후보자들도 충분히 맡은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인사들"이라며 "청문회를 거치면서 후보자들에게 제기되는 의혹들도 상당부분 해소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는 또 "지금은 야권을 설득하는 게 최선이지만, (해당 인사 임명을 바라는) 국민들을 실망시켜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코드인사", 국민의당 "청와대 고백이 면죄부 아니다"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민주주의와 노동문제 연구에 몸담아온 학자로 노동정책에 대한 전문성과 이해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사진은 2016년 5월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KU노사정포럼에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야기 나누는 모습.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민주주의와 노동문제 연구에 몸담아온 학자로 노동정책에 대한 전문성과 이해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사진은 2016년 5월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KU노사정포럼에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야기 나누는 모습. ⓒ 연합뉴스

그러나 야권의 반발도 극심하다. 당장 자유한국당은 이번 인사를 문 대통령의 '보은인사, 코드인사'로 규정하고 청와대가 내세운 인사 배경을 평가절하했다.

김성원 한국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개혁과 전문성을 내세웠지만, 전형적인 캠프 보은인사이자 코드인사"라며 "김상곤 교육부장관 후보자는 교육감 당시 시국선언 참여 전교조 교사에 대한 교육부의 징계 방침을 거부한 일이 있으며, 학업성취도 평가 4년 연속 꼴찌를 하는 등 능력과 자질에 대한 비판이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놓고는 "조국 민정수석과 마찬가지로 사법시험을 통과하지 않은 인사"라며 "저명한 법학자라고는 하지만 검찰 조직 등에 대한 이해나 실무경험은 검증된 바 없다. 최종 학력 위조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라고 말했다.

조대엽 고용노동부 후보자는 "문재인 대선 후보 싱크탱크 국민성장 실무를 총괄하는 등 전형적인 폴리페서"라며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는 시국선언에 앞장서며 정치 편향성을 보여왔다"고 일침했다. 또 "김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 역시 참여정부 인사며, 송영무 국방부장관 후보자는 존경받는 해군 출신임은 인정하나 역시 친문재인 인사"라고 평가했다.

특히 청와대가 조 후보자의 음주운전, 송 후보자의 위장전입 사실을 자진 신고한 점에 "강경화 후보자의 사례를 볼 때, 청와대의 검증은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며 "이번에도 청와대가 발표한 흠결들이 빙산의 일각은 아닐지 염려가 앞선다"라고 지적했다

국민의당도 인사 의도를 일정 인정하면서도 조 후보자와 송 후보자의 '흠결'에는 비판적이었다. 김유정 대변인은 "음주운전은 대통령의 5대 인사원칙에는 포함되지 않으나 묵과할 수 없는 범죄로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며 "청와대의 선제적 고백이 곧 면죄부는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해둔다"라고 강조했다.

박지원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에서 음주운전과 위장전입 이력이 있는 후보자 지명을 "이현령비현령(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인사"라고 비판했다. 이어 "청와대에서 인사를 발표하며 (흠결을) 인정하면 오케이인가?"라며 "100% 흠결 없는 사람이 있겠냐는 대통령 말씀은 옳다. 그렇다면 약속한 '인사 5대원칙'을 수정하면 된다"라고 꼬집었다.

한편, 김상곤 후보자 역시 석사·박사 논문에 표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김 후보자는 5대 원칙에 어긋나지 않나?'라는 기자 질문에 "논문표절에 대한 질문 같은데, 높은 원칙을 가지고 들여다봤다. 청문회에서 (어떻게) 다뤄질 것인가는 별개"라고 말했다.

 김상곤 신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대표적인 진보성향 인사로, 교육계 내에서는 '혁신의 대부' 내지는 '혁신의 아이콘'으로 통한다. 사진은 지난 3월 서울 대영초등학교에서 열린 교육정책 간담회에서 당시 공동선대위원장으로서 문재인 후보와 나란히 입장하는 모습.
김상곤 신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대표적인 진보성향 인사로, 교육계 내에서는 '혁신의 대부' 내지는 '혁신의 아이콘'으로 통한다. 사진은 지난 3월 서울 대영초등학교에서 열린 교육정책 간담회에서 당시 공동선대위원장으로서 문재인 후보와 나란히 입장하는 모습. ⓒ 연합뉴스



#문재인#송영무#조대엽#음주운전#위장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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