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문재인 정부의 첫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정현백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는 학계와 시민사회 양쪽에서 왕성하게 활동해온 역사학자다. 사진은 2015년 3월 참여연대 공동대표 시절 세계여성의날 기념식에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자리한 모습.
 문재인 정부의 첫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정현백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는 학계와 시민사회 양쪽에서 왕성하게 활동해온 역사학자다. 사진은 2015년 3월 참여연대 공동대표 시절 세계여성의날 기념식에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자리한 모습.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재협상 등 긴급한 현안도 차질 없이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이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했다는 것을 알리며 정 후보자를 위와 같이 소개했다. 그러나 이 표현은 곧장 삭제됐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인사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한일 위안부 재협상에 대한 기정사실화 같은 오해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라며 "하지만 (정 후보자가) 역사학자로서도 그렇고 장관으로도 (재협상에) 직간접적 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해당 표현은 여성가족부가 '위안부 재협상'의 주무부처가 아니라는 점에서 부적절한 면이 있었지만, 정 후보자가 위안부 문제 해결에 주요한 역할을 할 것임을 오히려 확인 시켜준 셈이다. 실제로 여성가족부는 위안부 재협상과 같은 외교적 사안을 제외한 국내에서의 위안부 피해자 관련 주무부처다. 그리고 정 후보자는 역사학자로서, 여성운동가로서 위안부 문제에 오랫동안 천착해 왔다.

정 후보자는 여성단체연합, 참여연대의 대표를 맡는 동안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의 활동에도 적극 참여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매주 수요일 일본 대사관 앞에서 개최하는 '수요집회'에도 수차례 참여했고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을 위한 '전쟁과 여성인권박물관' 설립을 주도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이력을 봤을 때 정 후보자는 일본과의 위안부 합의 재협상에도 상당한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정 후보자는 참여연대 공동대표로 있던 지난 2015년 4월 수요집회에 참석해 "과거사 반성 없이 패전국의 위치를 벗어나려는 일본의 모습에 슬픔을 느낀다"라며 "반성과 사과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정 후보자는 한일 정부 간의 위안부 합의에 반발해 정대협 등과 함께 만든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재단'의 이사를 맡고 있기도 하다.

정 후보자가 국내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주도해 나간다면 일본과 실제 재협상에 나서야 하는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와 호흡을 맞춰야 한다. 강 후보자 역시 위안부 문제에는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만남은 시너지 효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 두 사람이 사실상 위안부 문제의 국내외 파트너로서 일본과의 재협상을 이끄는 투톱으로 나서는 것이다.

강 후보자는 지난 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일 정부 간의 합의와 관련해 "구두로 양국 장관이 발표한 것이기 때문에 법적 구속력은 없다"라며 "불가역, 최종적인 합의라는 데 대해서 이것은 어떤 군사적인 합의에서나 나올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위안부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해 "인권유린 상황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피해자 중심의 법적 책임과 배상"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강 후보자가 실제로 임명될 것인지 현재까지 불투명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 후보자 지명 발표 직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를 정식으로 임명했다. 국회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상황에서 임명을 강행한 것이다. 자유한국당 등 야권이 즉각 반발했고, 강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문 대통령이 다시 한 번 야권의 반발을 감수하고 강 후보자를 임명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같이 정국이 얼어붙으면서 정 후보자의 청문회 역시 쉽게 풀리지는 않을 전망이다. 자유한국당은 정 후보자 지명이 발표되자 "조국 민정수석과 장하성 정책실장 등과 같이 참여연대 출신으로 특정 시민단체 출신 내각 장악으로 편향적 국정운영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라며 비판했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이후 내각인사 청문회를 완전 보이콧할 가능성도 있다. '위안부 재협상'의 책임자들이 최전방에 나서기까지는 아직 많은 고비가 남았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를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 생각에 잠긴 강경화 후보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를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태그:#정현백, #강경화, #위안부, #문재인, #청문회
댓글6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