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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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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다. 오늘도 30도가 훌쩍 넘는다. 하기 싫어도 할 수밖에 없는 일. 심었으니 거둔다. 심은지 8개월 만에 마늘이 햇빛을 본다.

올해는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태평농법 마늘이다. 봄에 웃거름도 안주고, 가뭄에 물도 안 대주고, 천연농약 잎마름병 방제도 안했다. 행위를 줄이는 '뺄셈농사'다. 결과는? 큰 놈은 크고 잔 놈은 잘다. 제 요량껏 가뭄을 견디고 알을 맺었다.

마늘을 건조대에 거는 걸 도와주시던 한결이 외당숙께서 흙먼지 뒤집어 쓰고 마시며 재채기에 콧물을 줄줄 흘리는 날 보고 안쓰러운지 묻는다.

"한결아빠는 왜 굳이 이 뼈 빠지는 농사를 지어? 다른 거 잘 하는 거 많잖어?"

한결이 외당숙은 내가 아스팔트 농사 짓고, 촛불집회를 제 맘대로 열고, 이런저런 행사 기획하는 걸 보시고는 만능재주꾼인 줄 아신다.

"그러게요. 제가 왜 농사를 짓게 된 거죠? 처음엔 이럴려고 농사 지으러 여기 온 게 아닌데요. 어찌하다 보니 이 꼴이네요. 뼈 빠지게 고생이 하고 싶었던가 보죠."

도시를 떠나 산골에서 조용히 농사짓고 아이 키우며 인간으로 사는 죄를 조금이라도 덜 짓고 살자던 내 발 밑이 흔들린다. 모래성 같다. 농민을 위하는 삶보다는 농민이 되어 함께 비를 맞으며 살아왔건만 요즘은 뭐가 뭔지 모르겠다.

10년을 살았는데 사방을 둘러보아도 마음 터 놓고 이야기 나눌 벗 하나 없는 외톨이. 일주일을 앞당긴 3백평 마늘 캐기는 어렵사리 경운기 수확기를 구해 일은 마쳤다만 해마다 농사일을 이리 전쟁처럼 치러야 하나?

건너편 마늘밭엔 베트남 사람들이 마늘을 캔다. 5백평밭에 베트남 사람 15명이 왔다. 이제 우리 마을에도 외국인 인력이 들어온다. 논은 외지인 인삼밭으로 점점 더 바뀐다.

농사지어 먹고 살 수도 없고 농사 지을 사람이 없으니 그리 되는 거다. 조금만 더 있으면 농사지으려 하지 않아도 저절로 퇴출될 거 같다. 한결이 외당숙이 내 걱정할 날도 얼마남지 않은 걸까?

마늘 다 걸고 나니 건조장이 남는다. 예년보다 소출이 20%는 줄었다. 밭주인이 정신줄 놓으니 마늘이 보란듯이 티를 낸다. 농사 지을 때는 온 정성을 다해도 잘 될까 말까인데 무관심의 댓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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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단양에서 유기농 농사를 짓고 있는 단양한결농원 농민이자 한결이를 키우고 있는 아이 아빠입니다. 농사와 아이 키우기를 늘 한결같이 하고 있어요. 시골 작은학교와 시골마을 살리기, 생명농업, 생태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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