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강 : 22일 오후 2시 16분]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에 남관표 스웨덴 대사를 임명함으로써 통일외교안보 분야 인사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이번 인사의 가장 큰 특징은 문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 정책의 전체 틀을 만들고 그 정책기조 아래 안보실 체계를 짠 다수의 인사들이 빠졌다는 점이다.
대선 캠프 인사들보다 관료들 약진정의용 안보실장은 대선 과정에서 외교자문그룹인 '국민아그레망' 단장으로 지근 거리에서 문 대통령을 보좌했지만, 통일외교안보분야 전체를 주도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서훈 국정원장이 단장이었던 '안보상황단'이 이같은 역할에 가까운 조직이었다.
이상철 안보실 1차장(겸 NSC사무처장)은 안보상황단 멤버이기는 했지만, 자신의 전공인 '군비통제 분야' 등 특정분야 업무에 주력했다는 평이고, 남관표 2차장은 대선 선거 운동 그룹이 아니었다. 1차장 산하 안보전략비서관과 2차장 산하 외교정책비서관에도 전문 외교관인 권희석 아프리카중동담당 대사와 신재현 주샌프란시스코 총영사가 임명됐다.
내각도 비슷하다. 대선과정에서 문 대통령의 국방 분야 핵심참모였던 송영무 장관 후보자를 제외하면 계속 유엔에서 활동한 강경화 외교 장관이나,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사실상 야인이었던 조명균 통일 장관 후보자는 대선 캠페인과는 무관했다. 세 부서의 차관들도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서주석 국방 차관을 제외하면, 외교부 임성남 1차관과 조현 2차관, 통일부 천해성 차관 모두 해당 부서의 전문 관료 출신들이다.
결국, 문재인 정부의 통일외교안보라인은 대선그룹보다는 관료 그 중에서도 외교 관료 중심으로 구성된 것이다.
멤버 구성이 이렇게 되면서, 김대중 정부 시절 임동원 장관이나 노무현 정부 이종석 장관처럼 전체 판을 이끌어갈 전략가 또는 컨트롤 타워가 보이지 않는다는 평이 많다. 정의용 실장은 '문재인 그룹'의 원로이지만 다자외교·통상 분야 전문가다. 그래서 인선 과정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급한 한미FTA재협상 문제 등을 감안해 주미대사로도 유력하게 거론됐다.
애초 대선과정에서는 서훈 국정원장이 이같은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으나 그는 국정원장으로 나갔다. 국정원 당면과제가 내부 개혁인 데다 청와대 외곽에 있는 그가 전체 판을 이끄는 구심이 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안보상황단 등에서 활동했던 한 인사는 "대선 선거운동 과정에서는 남북관계를 안보실 업무의 중심에 놓고 국방과 외교를 틀어쥐고 가는 것이었는데, 서훈 단장이 국정원장으로 나가면서 전체 판이 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국가안보실에 남북관계·통일 분야 전문가 안 보여현재 안보실 인사들 중에는 남북 군사회담 경험이 많은 이상철 1차장 정도를 제외하고는 뚜렷한 남북관계·통일 분야 전문가는 눈에 띄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의 첫 통일외교안보라인이 이른바 '대화파'가 대거 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외교부 출신 인사들이 중심이 되면서, 문 대통령의 대선캠프 인사들 사이에서는 외교부 특유의 미국 중심성에서 탈피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난제 중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전보다는 관리형이 되지 않겠냐는 우려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리뷰가 끝나기도 전에 한미정상회담을 서둘러 추진하고,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의 "북한 핵·미사일 도발 중단하면, 한미 군사훈련 축소 검토" 발언에 대해 '엄중 경고'조치로 과잉 대응한 것도 이같은 흐름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물론 이같은 우려에 대해 아직 정부 출범 초기이고 문 대통령이 전체 상황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더 지켜봐야 한다는 유보론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