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에게 있어서 소방관과 개의 관계는 마치 야구와 애플파이의 관계처럼 대단히 밀접하다.
미국에서 개가 처음으로 화재조사의 영역에 투입된 것은 1986년도부터다.
첫 화재탐지견(Accelerant Detection Canine 또는 Arson Dog)으로 알려진 매티(Mattie)는 리트리버 종으로 미국 주류.담배.화기단속국(ATF)과 코네티컷 주 경찰국의 지원을 받아 화재의 원인이 되는 다양한 인화성 액체를 탐지하는 훈련을 받았다.
사람보다 10만 배 이상 더 뛰어난 후각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개가 화재탐지견으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200시간의 훈련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한다. 게다가 매년 시험을 통과해 자격도 갱신해야 한다. 제대로 된 화재탐지견 한 마리를 만들어내는데 소요되는 비용은 총 2만3천 달러 (우리 돈 2500만 원) 정도다.
현재 미국에서 화재탐지견의 자격을 인증하는 기관은 미국 주류·담배·화기단속국, 파이어 케이 나인(Fire K9), 그리고 북미 최대 보험사인 스테이트 팜(State Farm) 등이 있다.
현재 미국 전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화재탐지견 팀은 총 350여 개로, 각각의 팀은 화재탐지견 1마리와 1명의 핸들러(Handler)로 구성된다. 화재탐지견은 핸들러와 함께 24시간을 보낸다. 즉, 그들은 같이 일하는 파트너이자 곧 가족이 되는 셈이다.
화재탐지견은 뛰어난 후각기능을 활용해 소방과 경찰, 그리고 미국 주류·담배·화기단속국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2014년 미국방화협회(NFPA)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해마다 26만여 건의 방화가 발생한다. 이로 인해 440명의 사망자, 1310명의 부상자, 그리고 1천억 이상의 재산손실을 입고 있다. 그야말로 방화는 미국 사회에 큰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화재탐지견은 이러한 방화사고의 원인을 신속하고도 정확하게 탐지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사람이 하면 보통 며칠 걸릴 수 있는 현장을 고작 30분 이내에 냄새로 파악이 가능하며, 혹시라도 현장에 방화범이 있다면 그의 옷이나 신발에 묻은 냄새를 통해서 탐지가 가능하다.
일단 화재의 원인이 되는 물질을 탐지하면 화재탐지견은 그 자리에 주저앉는 것으로 핸들러에게 신호를 준다. 핸들러가 정확한 지점을 알려 달라고 말하면 자신의 발을 해당 지점에 올려놓는다.
화재탐지견은 오로지 냄새라는 진실만을 추적하기 때문에 사람처럼 편견이나 선입견에 사로잡히지 않는 점도 강점이다.
화재탐지견들은 자신의 핸들러와 함께 평생을 근무하며 은퇴해서도 핸들러와 같이 여생을 보낸다.
인간과 끈끈한 유대감을 과시하며 지역사회의 안전에도 일익을 담당하는 화재탐지견들은 오늘도 끊임없는 훈련과 타고난 후각을 통해 화재조사 현장을 누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