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피자 본사 측의 횡포에 저항해 가맹점주들은 몇 개월째 철야농성을 했다. 가맹점주협의회를 이끌다가 폐점 후 '피자협동조합'을 설립하자 본사 직영점의 보복성 입점과 소송에 견디지 못한 가맹점주는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결국 '가맹점 상대로 한 갑질'로 미스터피자가 검찰조사를 받자, 지난 26일 미스터피자 정우현 회장은 '대국민 사과' 기자 회견을 열었다. 얼마 전까지 비록 경쟁 업체지만 미스터피자 앞 가맹점주들과 함께 '공정'을 외쳤던 필자도 매우 관심 있게 지켜보았다.
'세월호' 참사 때 미용사가 만들어줬다는 박근혜의 헝클어진 머리를 연상시키는, 다듬어지지 않은 수염과 초췌한 얼굴로 정우현 회장은 힘없는 목소리로 사과문을 읽어 나갔다. 그는 사과문 말미 복받치는 감정에 목이 멨는지 아니면 곧 깊이 허리 숙여 사과할 생각에 긴장이 됐는지 헛기침을 했다. 단상 앞으로 나온 그는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다른 피자 먹자?"... 과연 착한 프랜차이즈가 있을까
당연히 이번 기자회견은 각 포털에 톱 기사로 올라갔고 대중들의 분노는 온라인상에서 댓글로 통해 노도와 같이 쏟아졌다. 그 많은 글 속에서 유독 많이 보이는 "피자가 미스터만 있는 것도 아니고 앞으로 다른 브랜드 피자를 먹겠다"라는 글들, 그렇다면 다른 피자 브랜드들은 '갑질'이 없는 '착한' 프랜차이즈일까?
필자가 가맹했던 피자 브랜드로 수 년간 인지도를 쌓은 P업체도 동종업계의 미스터피자와 피자헛과 비슷한 시기에 공정위에 제소를 시작으로 분쟁에 돌입했다. 분쟁의 사유는 지금까지 언론에 꾸준히 오르내린 미스터피자와 피자헛 사례와 대동소이하다.
'광고비 부당징수, 불투명한 광고비집행 및 전용, 재료 유통의 본사독점과 그로 인한 폭리수취, 인테리어 폭리수취, 전단지 강매, 부당한 영업일수 제한, 가맹점 보복행위, 기타 불공정 약관' 등등, 서울시 '불공정상담센터'에서 만났던 변호사 한 분이 우리가 공정위에 제소한 제소장을 보고는 한숨을 쉬면서 이렇게 말했다.
"어쩌면 이 나라 프랜차이즈들은 '판박이'처럼 똑같은 갑질을 하는지..."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던 어느날 믿었던 공정위로부터 '본사(미스터피자) 무혐의'라는 통지서가 전달됐다. 미스터피자 본사가 가맹점주단체 임원들의 가맹해지를 단행하자 업계 상황과 공정위의 눈치를 보던 P업체 본사도 과감히 가맹점주단체 임원중 회장, 부회장 3명의 가맹해지를 시행했다. 가맹법에 명시된 '10년차 갱신 거부권'(본사가 개점 후 10년이 지난 매장의 '계약갱신'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이 근거였다.
그중 협회부회장으로 활동하던 김O무씨는 매장을 7년을 영업했지만 어이없게도 '10년차'라는 이유로 가맹해지를 당했다. 이미 3년을 운영하던 기존 매장을 '양도'받은 것이 그 이유였다. 기존 3년에 양도 후 7년을 운영했으니 10년이 됐으므로 '갱신거부'의 사유가 된다는 것이다.
김O무씨는 본사의 일방적이고 부당한 행위에 속은 분노로 끓어올랐지만 당장 아내와 아직 학생들인 세 명의 아들을 생각하면 '살려달라'고 사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본사의 임직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김O무씨는 매장 양도양수때 본사에 가맹금 '1천만 원'을 넣었으니 그때부터 10년이 계산되어야 맞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지만, 본사는 그 가맹금과 관계없이 기존 3년까지 포함이 되는 것이 맞다며 김씨의 주장을 일축했다고 한다.
필자는 법률가는 아니지만, 상식적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답변이었다. '양도양수' 매장이 기존 매장의 운영 기간까지 승계해야 한다면 당연히 가맹금 또한 기존의 가맹금이 승계되어야 합리적인 것 아닌가? 그리고 그것이 '공정한 거래'가 아닐까? 그러나 본사는 가맹금은 승계되지 않아 다시 내야 하지만 매장의 운영 기간은 기존 것을 승계해야 한다는 대단히 일방적이고 불공정한 거래를 당당하게 주장했다.
그렇게 김O무씨가 7년을 공들인 매장은 하루아침에 폐점처리 됐다. 그리고 그동안 살면서 남의 일이라 생각했던 '갑질'에 자신과 가정이 짓밟힌 것, 그리고 그것에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는 자신이 용납되지 않았다는 김O무씨는 폐점하는 날 매장 앞에 '7년 동안 사랑해주신 고객분 들에 대한 인사와 권력과 자본을 가진 본사의 갑질에 항의하다 강제로 폐점 당했다'는 내용의 큰 현수막을 걸어 놓음으로써 자신의 마지막 자존감을 지켜보고자 했다.
그러나 공정위의 외면과 돈이 없어 법적 투쟁은 엄두도 못하는 소시민의 작은 저항에 본사는 '명예훼손'에 의한 형사고발로 응답했다고 한다.
아마 이 기사를 읽으시는 분들은 사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진짜 어떤 일이 벌어지는 상상하기 힘들 것이다. 그동안 수많은 기사가 쏟아졌지만 그건 피상적일 뿐이고, 실제 현장에서 당하는 가맹점주들의 고통과 특히나 사람의 존재가치인 '자존감'이 짓밟혔을 때 그 느낌은 아무리 자세하게 묘사한다고 해도 그대로 전달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파산 신청... 뿔뿔이 흩어진 가족
1년 전 한창 본사와 분쟁 중일 때 한 방송사에서 프랜차이즈 갑질과 관련하여 김O무씨 부부를 인터뷰한 게 생각난다. 장소가 여의치 않아 필자의 매장에서 2시간가량 이루어진 인터뷰에서 김O무씨 부인은, 남편이 가맹점주협회부회장으로 한창 활동하던 어느 날 건장한 본사 직원 수명이 들이닥쳐 '매장점검'을 한다며 어디 조폭 영화에나 봤을 법한 장면이 펼쳐졌다고 전한다.
하필 아직 사춘기인 막내아들이 매장에 있었고 너무도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란 그분은 막내아들을 꼭 껴안고 공포와 수치감에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리고는 기자에게 "흡사 자식이 보는 앞에서 폭력배들에 의해 완전히 발가벗겨져 바닥에 내동댕이 쳐진 기분"이었다며 울먹거렸다.
미스터피자 정우현 회장이 자식뻘인 기자들 앞에 허리를 깊숙이 숙였을 때 그도 '수치심'을 느꼈을까? 그리고 정말 '가맹점주'들의 고통과 수치심을 이해했을까? 그리고 이 광경을 지켜봤을 P업체의 회장과 사장 역시 자신들이 한 일을 기억하고는 있을까?
김O무씨의 삶은 어찌됐을까. 아래는 김O무씨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일단 병원부터 들어갔어요. 아내나 나나 온몸이 병들어 고통 속에 살았는데도, 쉴 수가 없어 병원에 가질 못했거든요. 최근에는 가뜩이나 매출이 떨어져 월세조차 버거운 상태였는데 하루 쉬면 월세, 전기요금 등 고정비용은 그냥 날리는 거니까요. 병원 가서 먼저 아내가 무릎 관절과 허리 수술을 했어요. 나는 팔에 인대가 염증이 생기고 찢어져 수술했고요. 수술하고 아내와 세 아들과 정말 간만에 여행 갔습니다. 비록 가진 건 없지만 7년 만에 처음으로 가족이 뭉쳤거든요. 이 소중한 시간을 그냥 보낼 수가 없었죠. 비록 당장 대책은 없었지만 우리 가족이 여행가는 비용 아낀다고 달라질 없다고 생각했죠. 아니 죽더라도 가족끼리 여행가는 행복도 누리지 못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죽을 때 죽더라도 먹고 죽자 생각했죠. 하하하...그때가 정말 행복했어요. 비록 낡은 차에 다 큰 아들들 태우고 아내와 함께 정말 간만에 웃음이 피어났죠. 그렇게 여행 끝나고 돌아오니 잔혹한 현실이 펼쳐지더군요, 다시 병원에 들락날락하고, 아프니 일자리를 찾기도 힘들었어요. 아내는 엄두도 못내는 상태였으니, 그렇게 폐업할 때 챙긴 작은 돈 야금야금 까먹게 되더군요. 드디어 본격적으로 생계가 걱정되기 시작했죠. 당장 집을 줄여 이사를 했고요. 이사 간 월셋집이 낡아서 물이 새서 난리도 아니었어요. 맏이는 지금 대학생인데 자기는 알바해서 알아서 살 테니 걱정하지 말라며 지금은 나가서 자취하고 있어요. 자취비용이나 학비는 알바와 장학금으로 해결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고등학생인 막내도 자기가 데리고 교육시키겠다며 데려갔어요. 아빠 엄마는 몸 치료하는 데나 신경 쓰라고, 다른 데 신경 쓰지 말라며 대학을 지금 6년째 다니고 있네요. 둘째는 현재 진학 안 하고 의무 복무중이고요. 집안 사정이 이러니 고등학생인 막내는 방학 동안 공장 알바 갔는데 돈 벌었다고 자랑하더라고요. 일부러 심야 잔업 지원해서 수당 받아서 다른 애들보다 더 받는다고... 체중이 6kg이나 빠졌다고 합니다."현재 김O무씨는 파산신청을 했다. 그런데 본인도 두 무릎, 두 팔이 성치 않은 상태에서 치매가 있는 아버지를 보살피고 있다. 아내는 과도한 주방 노동으로 망가진 허리에 이어 두 무릎의 연골이 닳아 없어져 인공관절 수술을 해야 했고, 현재 병원에 입원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