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이끄는 도민우선회의 의회 선거 압승을 보도하는 NHK 뉴스 갈무리.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이끄는 도민우선회의 의회 선거 압승을 보도하는 NHK 뉴스 갈무리.
ⓒ NHK

관련사진보기


일본 도쿄도 의회 선거에서 아베 신조 총리의 집권 자민당이 참패했다.

일본 NHK에 따르면 2일 치러진 도쿄도 의회 선거에서 자민당은 총 127석 중 23석을 얻는 데 그쳤다. 기존 57석에서 34석이나 잃은 것으로 1965년과 2009년 선거에서의 38석 이후 역대 최저 의석이다.

반면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이끄는 도민우선회는 49석을 획득하며 자민당을 밀어내고 제1당으로 올라섰다. 도민우선회와 협력을 맺은 공명당의 23석을 더하면 과반을 훌쩍 넘는다.

일본의 '심장부' 도쿄도 의회 선거는 지방선거를 넘어 정국의 풍향계로 불린다. 자민당은 2009년 도쿄도 의회 선거 패배의 여파가 다음 중의원(하원) 선거로 이어져 역사상 처음으로 민주당에 정권을 내준 바 있다.

자민당은 최근 아베 총리가 자신의 친구가 운영하는 사학재단의 대학에 수의학부 신설 특혜를 제공했다는 '사학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당 지지율까지 급락하는 악재를 극복하지 못했다.

더구나 아베 총리가 적극적인 해명을 내놓지 않았고, 오히려 찬반 논란이 많은 테러대책법(공모죄법)을 사실상 '날치기' 통과시키는 등 독단적인 국정 운영도 발목을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개헌 추진력 잃은 아베, 내년 중의원 선거도 '비상'

이로써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하고 일본을 전쟁 가능한 국가로 만들겠다는 아베 총리의 국정 장악력이 크게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내년으로 다가온 중의원 선거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자민당의 후루야 케이지 선거대책위원장은 "겸허하게 결과를 받아들이고 종합적으로 분석해 자민당이 신뢰를 되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당이 더욱 결속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시모무라 하쿠분 자민당 간사장 대행도 "안타깝게도 자민당이 유권자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는 것을 겸허하게 인정한다"라며 "예상보다 훨씬 엄격한 결과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선거 결과를 보고받은 아베 총리는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 장관,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등 측근들과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언론의 기자회견 요청은 받아들이지 않아 심각한 상태를 반영했다.

반면 도민우선회의 승리를 이끈 고이케 도지사는 "도쿄도의 개혁을 바라는 유권자의 기대가 선거 결과로 이어졌다"라며 "세계 대도시와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고 2020년 도쿄 하계 올림픽도 철저히 준비하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자민당 꺾은 고이케, '포스트 아베' 될까

아베 총리의 자민당을 꺾고 지역 신생정당에 불과한 도민우선회의 돌풍을 이끈 '일본 여성 정치인의 선두주자' 고이케 도지사는 이번 선거의 최대 승자로 꼽히면서 엄청난 주목을 받고 있다.

TV 아나운서로 쌓은 인지도를 앞세워 정계에 입문한 고이케 도지사는 지난해 도쿄도지사 보궐선거에서 자민당의 공천을 받지 못했다. 2012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아베 총리를 지지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아베 총리와의 관계가 완전히 틀어지자 자민당에서 나와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고, 도쿄도 역사상 첫 여성 도지사에 올랐다. 곧이어 도민우선회를 창당해 독자 세력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고이케 도지사는 공정하고 투명한 행정을 내세우는 개혁 이미지로 지지율이 70%대까지 치솟았고, 아베 총리에 버금가는 존재감을 과시하며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감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본 최대 우익단체 '일본회의' 소속인 고이케 도지사 역시 야스쿠니신사를 정기적으로 참배하고 일본군 위안부 강제 동원을 부인하는 등 아베 총리 못지않은 강경 우익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태그:#고이케 유리코, #아베 신조, #일본 도쿄도 선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