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에서 식용유로 많이 사용하고 있는 카놀라유. 이 카놀라유의 원료가 되는 유채씨는 대부분 캐나다에서 수입된다고 하는데, 일본도 예외는 아니어서 98%이상이 캐나다의 GM유채씨라고 한다.
이렇게 일상생활에 너무 가까이 있는 GMO로부터 농업과 밥상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GMO식품 표시제를 철저히 실시하는 것과, 직접 재배를 철저히 규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직접 재배를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런 유채씨의 원료가 수입되는 과정에서 씨앗이 날아가 우리가 알 수 없는 지역에서 자생하거나 다른 종과 교배를 하게 된다면 생태계 파괴는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일본 중부 지역을 달리는 국도 23호선. 이 도로는 이 지역의 교역항인 욧카이치 항을 통해 수입된 물건들이 통과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이 지역의 식용유 제조공장으로 옮겨지는 GM유채씨앗도 이 도로를 통과하게 된다. 시민들은 약 40km 정도 떨어진 공장으로 이동하게 되는 과정에서 운반 트럭으로부터 떨어진 GM유채씨앗들이 도로 주변 등에 자생을 하면서 생태계를 교란하고 예기치 않은 GM작물이 생겨날 것을 우려한다. 이들은 매년 봄과 가을 이 국도 23호선을 중심으로 GM유채 제거 활동을 벌이고 있다.
올 여름 최고 기온인 35도를 기록한 지난 7월 2일. 이런 무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40여 명의 시민 참가자들이 국도 23호선과 접해있는 미에현 스즈카시의 한 공원에 모이기 시작했다.
단순한 조사 활동이 제거 활동으로 "처음에는 조사활동만을 생각했었는데,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개체 수에 놀라 '이건 안되겠다'하는 생각으로 2006년부터 본격적인 제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이 분야의 전문가이며 분자생물학자인 '유전자 변형식품을 생각하는 중부지역 모임'(중부모임)의 대표인 가와타 마사하루 선생은 처음의 조사활동이 제거 활동으로 바뀌게 된 계기를 이야기했다.
지난 2004년, 일본 후생성은 이바라기현에서 야생의 GM유채를 발견했다고 발표한다. 이 뉴스를 접한 '중부모임'도 욧카이치항에서 수입되는 GM유채들이 야생으로 확산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조사활동을 시작한 것이 지금의 활동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처음 조사활동에는 샘플을 채취해 그것이 유전자변형 성분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는데 그쳤다고 한다. 그런데, 실제로 자생하고 있는 개체 수가 너무나 많아 이것들을 없애지 않으면 더 크게 확산될지도 모른다는 염려에서직접적인 제거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조사 실시 이후 가장 많이 발견된 지난 2016년 봄 활동에서는 무려 6200개의 개체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특히 이 날은 최근 잡초나 브로콜리, 양배추 등 채소에서도 GM유채씨앗과의 교배로 발생하는 잡종이 늘고 있는 것에 주목해, 좀 더 구체적인 실태조사를 하기 위해 실시되었다. 참가자들은 먼저 정해진 구역으로 나뉘어져 맡은 구역의 도로변에서 발견한 개체들을 채취해 온다. 그 뒤 정해진 장소에 모여 본인들이 직접 검사를 통해 유전자변형 여부를 판단한다. 이어서 가와타 선생이 유전자 변형작물의 현황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하고 그날 채취된 개체들의 검사결과 를발표한다(좀더 정확한 통계와 분석은 활동을 정리한 뒤 정식으로 정리돼서 후일 보고된다).
참가자들은 이렇게 채취와 검사, 강연의 전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이 활동은 자연스럽게 GMO에 대한 실천과 교육의 장으로써 기능하게 된다. 후에 좀더 정확한 정리가 필요하겠지만 이날 바로 현장에서 검사한 결과 GM작물용 제초제인 '라운드업'과 '바스타'에 양성반응을 보인 개체가 각각 20개와 17개였다.
이 지역에서 이런 자생 GM작물들이 계속 발견되는 데는, 트럭으로 운반하는 과정의 적재방법이 큰 이유라고 한다. 지금까지는 GM유채씨앗을 운반하는 트럭에 비닐시트를 덮는 정도에만 그쳐 그 과정에서 떨어진 씨앗들이 주변으로 흩어져 날아가게 되었다고 한다. 이에 '중부모임'은 해당 업체에 대한 설득과교섭을 통해 올 8월부터는 이동과정에서 씨앗이 떨어지는 것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 철저한 밀폐설비를 갖추기로 했다고 한다.
가와타 선생은 다만 이 대책이 세워져서 더 이상 씨앗이 확산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지금까지 뿌려져 자생하고 있는 개체들이 세대교체에 의해 얼마나 확산되었는지는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이를 위해서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조사활동이 필요하고 그를 위해서는 시민들의 더 많은 관심과 참여가 절실하다고 할 것이다.
몬산토를 비롯한 다국적 기업의 힘은 개인이 맞서기에는 너무나 크다. 하지만, 시민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식탁을 지키기 위해 직접 실천하고 배우며 현실을 깨닫는 데서 사회를 바꾸기 위한 첫걸음이 시작되는 게 아닐까? 법률이나 제도를 통해서 다국적기업의 횡포를 막아내는 것이 물론 근본적 해결책이겠지만, 그런 노력들도 지금 당장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막기 위해 나서는 시민들의 실천이 없고서는 불가능할 것이다.
실제로 일본 국내에서는 '중부모임'과 같은 활동들이 전국적으로 이어지고 있고, 이 지역적 활동들 덕택에 기업을 감시하는 힘을 발휘하고 있다고 한다. 그 실천의 한 축을 꿋꿋이 지키고 있는 '중부모임'의 활동을 앞으로도 주목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