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상님들은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했다. 말을 잘하면 사람 마음을 얻어 어려운 일이나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해결할 수 있다는 말씀이다. 반면, '입만 살았다'는 말로 실천은 하지 않으면서 말만 그럴듯하게 잘하는 사람을 나무라기도 했다. 아무리 말솜씨가 좋아도 상대방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입만 산 '말쟁이'라고 빈축 사기 마련이다. 결국 조상님들은 '말만 잘하는 것'과 '잘 말하는 것'이 차이가 있음을 말해 왔던 것이다.
주위에서 말쟁이라고 빈축 사는 사람은 본의 아니게 인생에서 많은 손해를 본다. 그럼 그가 '성격이 별로'라서 그럴까? 심리학 연구가로 1년에 수천 명을 만나는 심리컨설팅업체 대표인 이토 아키라는 그것은 '말투'의 문제라고 조언한다.
정말로 매력 있는 사람, 진정한 의미에서 아름다운 사람은 '말투가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말 때문에 손해 보는 사람은 '말을 하는 방법', 대화법을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화법'은 그 사람의 인상이나 매력을 결정하는 것임과 동시에 그 후의 인간관계를 결정한다." - 4쪽(머리말)
<할 말 다 해도 괜찮습니다>는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아름다운 화법을 구사하기를 원하는 사람을 위한 대화법 연습 교재라 할 만하다.
저자는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말과 상처를 주는 말, 사람을 멀어지게 하는 말과 다가오게 하는 말, 괜히 손해 보는 말과 절대 손해 보지 않는 말 등을 조목조목 실례를 들어가며, 어떤 화법이 갖는 힘과 영향력을 보여준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요, 섬섬옥수 주옥같은 예시들로 엮어서 논리든, 감성이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럴까, 너무 당연한 말이라 새롭다는 느낌은 덜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상하지 않은 건 예시하고 있는 말들이 상당한 설득력을 갖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부제로 달고 있는 '속 시원하게 말하고도 절대 미움 받지 않는 대화법'이라는 문구에 뭔가 콱 막히는 느낌이다. 오죽 쌓이는 게 많고, 할 말 못하고 사는 세상이면 그럴까 싶다. 하고 싶은 말을 꾹꾹 눌러야 하는 건 가진 자가 아니다. 힘없고 돈도 없는 약자다.
조그만 말실수라도 하면 '갑'의 횡포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미움 받기 딱 좋은 '을'이다. 그래서 말 한 마디를 해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부제를 보며 뭔가 콱 막히는 느낌이라고 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속 시원하게' 말한다고 하지만, 전제 자체가 지나치게 수동적이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겠다는 당당함보다, 빚을 더 지는 일이나 없었으면 좋겠다는 느낌이 든다. 내 속내를 다 드러내고도 미움 받지 않는 대화법이라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 <할 말 다 해도 괜찮습니다>는 '을'에게 지뢰를 밟지 않도록 안내하는 지침서 성격이 강하다. 정말 속 시원하게 울분이라도 털어놓으려면 상스런 소리도 좀 하고, 험담도 좀 하고, 이것저것 재지 않고 털어놓으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지만, 저자는 다르게 말한다. 할 말 다 해도 괜찮다고 하는 것은 기분 내키는 대로 다 말하라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한 마디를 해도 가려 하라고 말이다.
"한마디를 우습게 여기면 인생을 망칠 위험성이 부쩍 올라간다. 한편, 한마디를 중요하게 여기면 그것은 인생에 커다란 선물을 안겨준다." -28쪽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질문을 던져 보았을 것이다. "왜 그 사람은 내 말에 상처를 받을까? 내 뜻은 그게 아닌데, 사람 속도 몰라주고" 하며 속상해 하면서 말이다. 그 이유는 각 사람에게 있는 인지 필터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니 내 속을 몰라준다고 너무 섭섭해 하지 마시라.
"당신이 한 말은 상대방의 필터를 통과한 뒤에 상대방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의도한 대로 전달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 44쪽<할 말 다해도 괜찮습니다>는 크게 3부로 구성되었다. 3부 전체에서 소개하고 있는 화법들의 공통점을 말하라면 '배려'라고 할 수 있다. 듣는 사람의 기분과 입장을 고려해서, 완곡한 표현을 쓰기도 하고, 상대방의 의견에 맞장구도 치면서 자신의 주장을 하는 것은 상대방의 말을 잘 듣는다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한다.
"대화 기술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상대방의 말을 진지하게 들어주는 사람이 되는 편이 '화법의 달인'이 될 수 있는 훨씬 빠른 지름길이다." -160쪽 '널리 사물의 이치와 도리에 정통한 사람이나 특정 분야에 통달하여 남달리 뛰어난 역량을 가진 사람'을 달인이라 했다. 화법의 달인은 그냥 되는 게 아니다. 상대방의 기분과 상태에 공감을 표시하는 것을 물론이고, 말을 할 때는 한 번 더 생각하면서 때와 장소에 맞는 적절한 말을 하도록 하는 것은 부단한 노력, 연습을 필요로 한다. 그런 연습이 사람의 인상이나 매력을 결정하는 것임과 동시에 그 후의 인간관계를 결정한다.
이런 사실을 생각하면 <할 말 다해도 괜찮습니다>는 어른에게든 아이에게든 한 번쯤 권해볼 만한 책이다. 얇지만 결코 가볍지 않고, 진지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어렵지 않다는 점에서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여러 번 읽을 수 있어 더욱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