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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엘시티 비리 사건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게 된 허남식 전 부산시장이 지난 2월 20일 오전 부산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허 위원장은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말 외에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해운대 엘시티 비리 사건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게 된 허남식 전 부산시장이 지난 2월 20일 오전 부산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허 위원장은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말 외에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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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7일 오후 8시 18분]

부산 지역 언론이 지난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허남식 전 부산시장을 도왔다는 자료가 나왔다. 기자와 언론사 임원들이 허 전 시장 측으로부터 골프 접대를 받는 등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7일 오전 특정 범죄 가중처벌법 뇌물·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허 전 시장에게 부산지법은 징역 3년에 벌금 3천만원을 선고했다. 허 전 시장이 대대적인 정관계 로비가 문제가 된 엘시티 사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를 인정한 판결이다.

이 재판에서는 허 전 시장의 비공식 참모로 활동한 고교 동창 이아무개(67)씨도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지역 언론인 출신인 이씨가 언론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로비를 했다고 판단했다.

이씨가 지난 2009년 남긴 '부산 언론인 접촉 중간결과 보고서'에는 "9월 63명에게 추석 선물로 최상급 소갈비 한 상자씩 전달" 등의 구체적 로비 내용이 담겨 있다. "일선 기자들에 대해서도 새해부턴 크로스 스킨십 절대 필요", "곧 간부, 기자들에 대한 대규모 인사가 있을 부산일보에 대해선 특단의 대책 필요" 등의 문구도 보인다.

이 같은 노력 때문일까. 이씨는 보고서에서 "언론인, 부산시의원, 부산시 공무원 등과 접촉하여 허 시장에 대한 호의적 여론을 생산, 확산 시켜 허 시장의 3선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크게 퇴조하였다"라고 분석했다.

허남식에 유리한 여론조사... 언론에는 '보은 행사'

언론사에 대한 로비 정황은 이뿐 만이 아니다. 이씨가 작성한 '2010년 부산시장 선거에 대한 소회' 문건에서는 선거를 도와준 언론인들을 위한 '보은행사'가 언급된다.

문건에서 "(지역 유력 업체 대표가) 부산 언론사 사장단들을 7월 17일, 18일 중국에 골프 초청했으며 이씨는 6월 12일 조선일보 등 중앙지, 13일 부산일보, 19일 KNN, 7월 3일 국제신문 기자들과 골프 회동을 갖는 등 순차적으로 보은행사를 준비"라는 표현이 발견된다.

실제 검찰이 확인한 개인별 출입국 현황을 보면, 당시 해당 기업체 대표와 지역 언론사 사장급 임원들은 중국을 다녀왔다. 이씨가 지역 언론인들에게 '보은행사'를 했다고 메모한 날 골프장에서 수십만원에서 백여만원까지를 결제한 내역도 확인된다. 

지난 2013년 10월 28일 열린 엘시티 기공식에는 허남식 당시 부산시장 등이 지역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지난 2013년 10월 28일 열린 엘시티 기공식에는 허남식 당시 부산시장 등이 지역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 부산광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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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부산MBC에서 지지율 조사결과 허 후보의 지지율의 39%로 터무니없게 적게 나오자 폐기 처분을 지시, 조사 담당 동의대 측은 부랴부랴 다시 조사한 결과 57%를 내놓아 부산일보와 공동 보도했다"고 적었다.

<국제신문>의 여론조사도 허 전 시장의 지지율이 37%로 나타나자 이를 사전에 알아채고 항의해 허 전 시장이 앞서는 '당선 가능성 67%'를 제목 부제로 넣었다는 내용이 있다. 해당 여론조사를 시행한 여론조사업체와의 계약을 해제했다는 부분도 발견된다.

이씨의 문건에는 지역 MBC와 KNN의 PD들이 토론회 전에 미리 질문 사항을 허 전 시장 측에 전달했다는 내용이 있다. 실제 해당 신문 보도를 찾아보면 허 전 시장에게 유리한 취지의 기사가 확인된다. 하지만 언급된 언론사 측은 이번 문건이 이씨의 개인적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특히 <부산일보> 측은 "허 전 시장에게 불리한 여론조사를 폐기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면서 "허 전 시장의 지지율이 35.2%로 나온 여론조사도 당시 보도했다"고 반박했다.

법원 "허남식 당선 확실한 상황 아니었다"... 시민단체 "특검 포함 재수사 필요"

이와 관련해 허 전 시장은 재판에서 자신이 앞서고 있었으므로 불법적인 접대를 할 이유나 동기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2010년 부산시장 선거는 이전 선거와는 다르게 야권단일화 상대 후보가 김정길 1명밖에 없었고, 선거 결과도 이전 선거에 비하면 허 전 시장의 득표율이 10% 정도 하락한 것에 비추어 보면 당선이 확실한 상황이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당시 부산 지역 선거는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한 김정길 민주당 후보가 선전하며 3선에 도전하던 허 전 시장을 거세게 추격하는 모양새였다. 선거 결과에서는 허 전 시장이 55.42%를 얻어 당선했고, 김정길 민주당 후보가 44.57%로 낙선했다.

해당 소식을 접한 시민단체에서는 광범위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미숙 부산참여자치민연대 사무처장은 "엘시티 비리가 건설 비리가 아닌 지역 토착 세력의 유착 관계로 시민들의 의사까지 왜곡시켜 도출시킨 정황이 드러났다"면서 "특검을 포함한 재수사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태그:#허남식, #엘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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