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대구은행 제2본점 입구, 창립 50주년을 기념하는 문구가 붙어 있다.
대구은행 제2본점 입구, 창립 50주년을 기념하는 문구가 붙어 있다. ⓒ 조정훈

대구은행이 간부급 직원들의 비정규 여직원 성추행 파문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피해자들에 대한 보호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대구은행과 피해 여직원들에 따르면 본점 감사팀과 인사부, 노조가 지난달 피해 여직원들과 가해자로 지목된 간부급 직원들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이 중 가해자 4명에 대해 대기발령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조사 과정이 내부에 알려져 신분이 노출되고, 자신들에게 가해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질문을 던지기도 해 2차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일부 피해자는 회유하려는 듯한 발언을 듣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은 또 조사를 받고 나온 후에는 다른 직원들이 "어디까지 조사했느냐"고 물어보기도 해 이미 신분이 노출돼 피해를 입고 있는데도 은행에서는 전혀 보호를 해주지 않았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뿐만 아니라 가해자들이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면서 "나 혼자 좋아했겠느냐. 서로 좋아한 것"이라며 사실을 왜곡하고 있지만 서로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징계를 내리지 않는 것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피해자들은 "박인규 행장이 사과를 했지만 고객들에 대한 사과일 뿐 피해자나 그 가족들에게는 단 한마디의 사과 발언도 없었다"면서 "당장 소나기를 피하고 보자는 듯한 모습에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이들은 "다른 계약직 직원들 가운데도 피해를 입은 직원들이 있었을 것"이라며 "감찰반의 조사를 받고 나오면서 울음을 터뜨린 여직원들도 있었다"고 말해 직원들의 추가 성추행 의혹을 제기했다.

 대구지역 여성단체들과 시민단체들은 10일 오전 대구은행 제2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피해직원 인권보호와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대구지역 여성단체들과 시민단체들은 10일 오전 대구은행 제2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피해직원 인권보호와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 조정훈

시민단체 관계자들도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와 2차 피해 방지,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은주 대구여성회 대표는 "직장의 성희롱은 범죄인데 대구은행은 그것을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돌리고 있다"면서 "시대의식보다 떨어진 대구은행의 해명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남 대표는 "피해자들은 굉장히 힘들어하고 대구은행을 전혀 믿지 못하겠다고 말했다"며 "조사과정에서도 피해자에게 '이런 말 하지 말라'거나 '너에게 불이익이 돌아갈 수 있다'고 하는 등 오히려 가해자의 이야기를 대변하는 듯한 말을 수없이 들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정현정 대구여성노동자회 회장은 "대구은행에서 발생했던 성추행은 가장 약하고 가장 대항하기 어려운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을 목줄로 쥐고 행해진 파렴치한 행동"이라며 "다시는 성희롱이 재발하지 않도록 여성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강혜숙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성폭력은 직장 내 권력관계가 있다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사건"이라며 "고통을 겪고 있는 피해자가 마음을 추스르고 안정된 일상을 되찾을 수 있도록 우리가 함께 하자"고 말했다.

 대구지역 여성단체들과 시민단체들은 10일 오전 대구은행 제2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피해직원 인권보호와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대구지역 여성단체들과 시민단체들은 10일 오전 대구은행 제2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피해직원 인권보호와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 조정훈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과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대구민중과함께, 대구인권단체 등도 10일 오전 대구은행 제2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피해직원의 인권보호와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이들은 "대구은행은 머리 숙여 고객에게 사과하고 피해직원을 위로하고 환골탈태 할 것과 은행장 직속으로 인권센터를 설치하겠다고 했다"면서 "그러나 대구은행의 조치와 사과는 진정성을 의심하게 한다"고 비판했다.

참가자들은 과연 성추행 가해자들을 제대로 징계할 마음이 있는지, 피해자가 아닌 고객에게 먼저 사과하는지, 피해직원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고 은행의 안위만 걱정하는 것은 아닌지를 묻고 "직장 내 성희롱 범죄는 개인 간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해자는 범죄행위를 하고 회사는 이런 차별적 구조를 알면서 방치하여 조건을 제공했다"며 "가해자는 물론이고 대구은행도 성추행 사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했다.

이들은 성추행 사건을 해결하면서 가장 큰 원칙은 피해직원의 인권보호와 2차 피해방지라고 강조하고, 밝혀진 가해자들에 대해서는 진술이 엇갈린다는 핑계 대신 즉각 징계처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후, 박인규 대구은행장과 면담을 갖고 외부 전문가가 직접 참여하는 피해조사 즉각 실시와 피해자들에 대한 직접 사과,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등을 요구했다. 이에 대구은행은 대책을 강구해 해결점을 제시하기로 약속했다.

한편 정의당 대구시당도 이날 논평을 내고 "대구은행 여직원 성추행 사건은 비정규직의 열악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며 대구은행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대구은행 성추행#피해자 보호#2차 피해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구주재. 오늘도 의미있고 즐거운 하루를 희망합니다. <오마이뉴스>의 10만인클럽 회원이 되어 주세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