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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에 임명된 류석춘 연세대 교수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를 떠나며 엘리베이터에 오르고 있다.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에 임명된 류석춘 연세대 교수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를 떠나며 엘리베이터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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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0일 우파 논객으로 이름을 알린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를 당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했다. 홍 대표가 강조해 온 인적·조직적·정책적 혁신을 단행할 칼자루를 쥐게 된 것이다. 혁신위는 당내 간섭을 막기위해 전원 외부 위원으로 구성되며, 의사결정 또한 의원총회의 의결이 따로 필요 없다. 이 '무소불위' 기구의 선봉장에 류 교수가 설 예정이다.

류 교수의 인선을 두고 당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당 혁신과 확장을 강조하면서, 그간 극우적 주장을 펼쳐온 류 교수를 임명하는 것은 그 취지와 상반된다는 주장이다. 류 교수는 현재 박정희연구회장과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부이사장직을 맡고 있으며, 참여정부 시절 뉴라이트 전국연합공동대표로 활동하기도 했다.

홍 대표가 '흡수의 대상'으로 지칭한 바른정당에서는 이미 한국당의 극우적 특성을 들어 '당 해체'를 주장하기도 했다. 하태경 최고위원은 전날(9일) '종북몰이 보수 어떻게 청산할 것인가'라는 토론회에서 "극좌를 대표한 통합진보당은 이미 해산이 됐고, 세력이나 조직으로서 종북은 사라졌다고 말하고 싶다"며 "세력으로서의 극우는 남아있는데, 그게 바로 한국당"이라고 말했다.

추혜선 정의당 대변인은 류 교수 임명을 직격하기도 했다. 추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공공연히 탄핵 불복을 선동한 친박 의원과 사실상 맥을 같이하는 류 교수가 혁신의 적임자라고 할 수 있느냐"며 "적폐의 연장일 뿐, 한국당의 기만적인 '혁신쇼'를 더 이상 보고 싶은 국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마이뉴스>는 류 교수의 과거 발언을 중심으로 이 같은 우려의 근거를 찾아 봤다. 

[건국절 논란, 임시정부 인사에 '색깔론']

우선 류 교수는 대표적인 건국절 제정론자다. 건국절 제정론은 대한민국의 건국 시점을 임시정부가 창설된 1919년이 아닌, 이승만 전 대통령이 정부를 수립한 1948년으로 보는 관점이다. 일부 역사학계는 이 같은 주장을 '친일 옹호론'이라고 비판해 왔다. 

류 교수는 지난해 8월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 주최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의 건국과 그 의미를 찾아서'라는 토론회에 참석해 "이승만은 독립 운동 내내 무국적자로 활동했는데 김구는 중국 국적, 안창호는 미국 국적, 김일성은 중국과 소련 국적을 모두 가진 사람"이라며 임시정부 핵심인사들을 건국 세력에서 배제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또 "1919년 (건국) 설을 주장하는 것은 남북 이념 대립을 희석하고, 좌우합작 노력을 높이 평가하는 것"이라며 "이는 (대한민국) 정통성을 북한에도 나눠 갖게 하려는 대국민 선전선동의 일환이다"라고 강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또한 이 같은 주장에 동조한 바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8.15 축사에서 "건국 69주년을 맞이하는 역사적인 날"이라고 언급해 건국절 옹호 논란에 휩싸였다.

[태극기부대는 극찬, 촛불집회는 비난]

류 교수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 반대 주장에도 '펜'을 통해 앞장섰다. 그는 지난 1월 22일 '태극기 집회는 의병활동'이라는 칼럼 기고를 통해 촛불 집회와 태극기집회의 차이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이 글에서 태극기 집회를 "특검이 유린하고 있는 대한민국 법체계를 수호하는 의병활동"으로, 촛불집회는 "연예인 보러 나온 청소년들이 삼삼오오 모여 희희낙락한 모습"으로 표현했다.

류 교수는 지난해 12월 14일 <조선일보> 기고 칼럼 '촛불이 전체 민심이라고?'에서 촛불 집회의 구조를 "정치적으로 매우 편향돼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치 편향 촛불'의 예로는 밀양송전탑, 강정해군기지, 세월호 참사,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 인사청문회 등을 들었다.

[네편 내편 역사관, 문재인 되면 '식민지' 주장도]

8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이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앞두고 '근대화의 국부 박정희를 다시 본다'를 주제로 개최한 시민강좌에서 류석춘 연세대 교수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8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이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앞두고 '근대화의 국부 박정희를 다시 본다'를 주제로 개최한 시민강좌에서 류석춘 연세대 교수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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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편향성은 류 교수의 발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는 지난 대선 당시 한국자유회의 회원 자격으로 '대한민국 수호를 위한 대국민 선언'을 발표, 홍준표 한국당 후보를 지지 선언한 바 있다.

류 교수는 또한 지난 4월 19일 한 한국자유회의에서 문재인·안철수 당시 후보를 겨냥 "두 후보 중 누구라도 당선이 되면 120년 전 청일전쟁 때 우리나라가 식민지로 전락하는 상황과 똑같은 상황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그 때 상황과 너무 비슷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홍준표 후보의 경우) 북한을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정리하는 방향으로 끌고갈 확실한 입지를 가진 분"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당시 야권 주자였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공격은 거침없었다. 류 교수는 지난해 8월 <미디어펜>과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이 "우리나라는 아직 민주공화국을 완성하지 못했다"고 발언했다며 "미완의 대한민국이라 일컬은 문재인의 정신세계가 의심스럽다"고 비난했다. 

[전태일 열사에도 '색깔론']

류 교수는 최근 한국 노동 현실의 참혹함을 알린 전태일 열사에 대한 재평가를 요구하기도 했다. 전태일 열사의 일대기를 담은 <전태일평전>이 왜곡됐다는 것이다. 청년 전태일은 "아름답지 않고, 다만 불행했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지난 5월 24일 <미래한국> 특별기획 '팩트와 페이크, 신화의 조합 <전태일 평전>'이라는 글에서 "(평전은) 전태일에게 접근했던 대학 출신 노동운동 활동가들의 존재를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며 "선동을 위해 사실을 왜곡한 전태일에 관한 글일 뿐"이라고 맹비난했다. 근로기준법 준수를 위해 싸운 전태일 열사의 행적에 '운동권 개입' 등의 색깔론을 덧씌운 것이다.

그는 '전태일 미화'의 근거로 전태일 열사가 '착취당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임금이 3년 동안 10배 상승했다"는 이유였다. 1960년대, 전태일 열사가 '시다'로 처음 취업해 받은 월급이 1500원, 이후 재단사로 승진해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월급이 1만 5000원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 같은 류 교수의 주장은 전태일 열사가 당시 재단사, 미싱사, 보조원(시다)등 동료 노동자를 위해 노력한 행적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채 기술됐다.

전태일 열사가 본격적인 노동운동을 위해 만든 조직 '바보회' 또한 ▲근로기준법 준수 투쟁 ▲근로기준법 연구 및 노동운동 연구 ▲노동실태 조사 ▲모범업체를 세우기 위한 독지가 발굴 등 네 가지 목표 중 모범업체 설립에만 주목, "비현실적인 구상"이라고 깎아 내렸다. 


태그:#류석춘, #홍준표, #문재인, #색깔론, #자유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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