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를 '틀'에 가둔 보도돈을 많이 벌면 좋을까요? 나쁠까요? 밀수를 하거나 사기를 치거나 담합과 특혜 등으로 법을 어기면서 돈을 벌면 안 됩니다. 이런 것을 우리는 죄를 저질렀다고 합니다. 사기 친 금액이 크거나 너무나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등 죄질이 나쁠 경우 뉴스에까지 나옵니다.
물론 그 반대의 상황도 뉴스에 나옵니다. 돈을 많이 벌 때입니다. 어떤 사업이 흥행이라든지 어떤 기업이 승승장구할 때 그 성공 신화를 다루게 됩니다. 기업이 이익을 창출할 때와 노동자들이 더 많은 임금과 좋은 노동환경을 원할 때 언론은 다르게 접근합니다. 노동자의 권리보다 기업의 권리를 중요시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또 헌법이 보장한 노동자의 권리(특히 단체행동권)에 대해 시끄럽거나 불편을 끼치거나 이기적인 것이라는 틀로 가둬 놓으려 합니다.
지난 한 달(6월) 지상파 뉴스에서 노동자의 삶을 어떻게 봤는지 보겠습니다. 6월 한 달은 노동계에서 최저임금 1만 원과 노동자의 권리 보장,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던 달입니다. 특히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사회적 총파업'까지 시작됐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지상파 방송은 노동자들이 보다 나은 삶을 요구했을 때 어떻게 접근했을까요?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4월 1차 회의를 시작으로 2018년 최저 임금을 정하는 논의에 들어갔습니다. 6월 1일 2차 회의를 했고, 7월 6일까지 7차례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시간당 최저 임금을 현 6470원에서 1만 원까지 끌어 올리겠다고 공약한 바 있습니다. 노동계는 최저 임금을 저임금 노동자 및 그 가족의 생계 보호와 국민경제 발전을 위한 '정책 임금'임을 강조하면서 사회 안정과 지속가능한 사회 발전을 위해 최저임금 1만 원 실현을 원하고 있습니다.
뉴스의 노동 관련 보도, 양도 적고 내용도 문제적최저임금위의 회의 진행 소식은 노동자뿐 아니라 사용자는 물론 모든 사회 구성체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사안입니다. 하지만 지상파는 노동 의제에 소홀했습니다. 노동계의 총파업을 앞두고 나서야 부랴부랴 꼭지를 내보냈습니다. 그 전에 MBC만 두 꼭지를 보도했을 뿐입니다.
MBC는 지난 6월 15일 최저임금위 3차 회의 소식을 <'최저임금' 협상 개시... 팽팽한 기 싸움>이란 제목으로 전달한 뒤 영세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은 정책을 공감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는 내용의 <"내가 종업원 할까"... 영세업자 '아우성'>이란 꼭지를 내보냈습니다.
노동계의 총파업을 앞두고 방송은 노동자의 권리보다는 급식 차질 우려를 했습니다. 따지고 보면 모든 파업은 차질을 빚습니다. 하지만 파업은 하루아침에 전격적으로 단행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절차를 밟고 예고되고 경고되어 왔던 사안입니다.
언론은 학교 내 비정규직 문제 등 열악한 노동환경 문제에 접근해 짚어내고 풀어가려는 노력을 선행해야 했었습니다. 하지만 방송은 당장 내일 파업에 들어가니 급식이 중단되고 단축 수업을 한다는 리포트를 내보냅니다. 또 <최저 임금 1만 원 안 반가운 경비원>(6.29 MBC), <"1만 원, 표준 생계비" vs "영세업체 직격탄">(6.30 KBS) 등으로 최저 임금 문제를 자영업자와 노동자 또는 노동자와 노동자의 갈등 관계로만 풀어가는 경향도 있습니다. 아울러 <광화문으로 행진 … 곳곳 '아우성'>(6.30 MBC)이란 꼭지에서는 집회에 따른 교통 통제로 시민들의 불편이 컸고, 소음도 많았다는 내용의 보도도 있었습니다.
정치, 경제 문화, 스포츠... 그런데 '노동'은?6월 한 달 중 그나마 노동 의제를 관심 있게 다룬 사례도 있었습니다. SBS는 뉴스 첫머리에서 일부 공공기관에서 신규계약이나 해고 등으로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는 문제를 전했습니다. SBS는 22일 <'비정규직 제로' 선언한 곳서 해고 위기>와 <정규직화의 역설 … 곳곳서 '재계약 거부'>에서는 비정규직 숫자를 줄이기 위해 계약 기간이 끝난 직원과 재계약을 하지 않는 등의 편법을 쓰고 있다고 고발했습니다. 또 MBC는 6월 26일과 27일 <연속기획: 간호사가 없다>라는 제목으로 간호 인력이 인구 1천 명당 5명 정도로 북유럽 국가와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으로 OECD 회원국 평균의 절반 수준임을 지적하며 병원 내 인력 부족 문제를 전했습니다.
저녁 뉴스에서 정치 꼭지는 늘 있습니다. 정치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랍니다. 아 또 경제도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문화도 스포츠도 늘 있습니다. 그런데 노동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정치, 경제, 문화, 스포츠만 매일 새로운 사건이 터져서일까요? 노동은 보도가 없어도 괜찮은 것일까요? 진지하게 물어봅니다.
덧붙이는 글 | '시시비비'는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마련한 고정 언론칼럼으로 매주 한 번 <오마이뉴스>에 게재됩니다. 각자 자신의 영역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하면서도 한국사회의 언론민주화를 위한 민언련 활동에 품을 내주신 분들이 '시시비비' 필진으로 나섰습니다.
앞으로 김성원(민언련 이사), 김수정(민언련 정책위원), 김언경(민언련 사무처장), 김영훈(전 민주노총 위원장), 김유진(민언련 정책위원), 서명준(언론학 박사), 엄주웅(전 방통심의위원), 이기범(민언련 편집위원), 이병남(언론학 박사), 이용마(MBC 기자), 이호중(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장경호(녀름 농업농민정책연구소 소장), 정민영(변호사), 장행훈(언론광장 공동대표)의 글로 여러분과 소통하겠습니다. - 기자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