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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아파트(자료사진)
 서울의 한 아파트(자료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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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울산에서 한 아파트 관리소장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지난 7일 서울 강동구의 한 건물 관리소장을 만나러 찾아갔다. 

10층 건물의 관리실은 지하 2층 주차장에 있었다. 지하 계단으로 내려갈 때마다 센서등인 황색 전등이 잠시 켜졌다가 다시 꺼졌다. 관리실 입구에는 A4 용지에 '관리사무실'이라고 인쇄한 종이가 붙어 있었다.

문을 두드린 뒤 관리실 안으로 들어갔다. 방재실 일부 공간을 관리 사무실로 개조해 사용 중이었다.

"누추한 데를 찾아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건물 관리소장 박아무개씨(62)가 인사를 건넸다. 다음은 A씨와 나눈 일문일답.

- 관리소장이 된 지는 얼마나 됐나요?
"얼추 15년 정도 됐지요. 한동안 개인 사업을 하다가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다시 직장 생활을 하게 됐습니다."

- 15년 전이라면 건물 관리소장 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요.
"저의 경우는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지요. 직장에서 생활하다가 아무 준비 없이 사업에 뛰어들어 쓴맛을 봤어요. 아내가 무척 반대했는데…. 사업 실패 후 방황 중일 때 다행히도 지인 소개로 5층 건물 관리소장 일을 시작했습니다."

- 관리소장 연령대가 50대로 내려간 현실과 무관하지 않군요.
"예전에는 관리소장이 보통 60대였지요. 요즘은 조기 퇴직 등으로 이쪽 업계도 취업 경쟁이 심해졌답니다. 웬만한 경력 가지고는 이 나이에 관리소장 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라고 할까요."

-최근 아파트 관리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있었는데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글쎄요. 아직 원인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모함이나 업무 과중에 따른 스트레스에 시달린 게 아닌가 싶습니다. 관리소장은 아파트와 건물 관리로 구별할 수 있는데, 아파트 관리는 건물에 비해 관리적 측면에서 복잡한 편이에요. 특히 아파트 관리소장은 주택관리사보 국가자격증도 있어야 합니다."

- 건물 관리소장도 별도의 자격 요건을 갖춰야 하나요?
"유사 경력만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요즘엔 아파트든 건물이든 관리소장 채용 경쟁이 치열해요"

-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뭐 특별할 게 있나요. 몸 건강하고, 나이 칠십을 넘어서도 일할 수 있는 게 바람이죠."

박씨의 마지막 말이 귓가를 때렸다. 기자의 나이 역시 60대다. 건물 지하 계단을 올라오는 발걸음이 그렇게 가볍지만은 않았던 건 남 일 같지 않아서였을까?


태그:#관리소장, #아파트 관리소장, #건물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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