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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인 민주당이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 대야 접촉을 거듭하고 있지만 좀처럼 실마리가 풀리지 않고 있다. 현재 추경안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상정된 상태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는 추경안이 8월로 넘어가면 실질적으로 집행하는 것은 10월이 돼야 가능할 것이므로 추경의 의미가 없어진다면서 야권을 압박한다.

청와대와 여당의 절박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야당은 꿈적을 하지 않는다. 국방부장관 후보자 송영무와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의 지명철회를 요청하면서 만일 이들의 임명을 강행할 경우 앞으로 국회의 협조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으름장을 놓고 있는 상태다. 여당이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로서는 진퇴양난에 빠져 있는 꼴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후 고위직 인사에 대한 청문회를 거치면서 많은 논란이 제기되었다. 문 대통령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세금 탈루, 논문 표절의 5대 비리 전력자에 대하여는 공직에 임명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그러나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후보로 지명한 자들이 5대 비리 전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직에 임명하려 하자 야권에서 문 대통령이 공약을 파기했다면서 반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야권이 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일부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하자 여야가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는 것이다.

국방부 장관 후보자 송영무와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은 청문회 과정에서 여러가지 문제점이 발견되었다. 야권에서는 당연히 지명철회를 요청하였고, 문 대통령은 아직 그럴 뜻이 없음을 나타내자 야당이 강력 반발하면서 국회 일정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역대 정부에서 인사청문회 과정을 살펴보면 여당은 여러가지 하자에도 불구하고 직무를 수행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야당은 여러가지 도덕적 하자로 인하여 공직을  수행하는데 부적절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대립해 왔다.

그러나 조금 더 살펴보면 여당이든 야당이든 청문회에 임하는 국회의원들의 태도는 후안무치(厚顔無恥)에 가깝다. 지난 정부에서 여당 의원들(당시는 야당이었음)은 같은 잘못에 매서운 칼날을 들이댔던 자들인데 갑자기 순한 양으로 돌변해서 여러가지 하자 있는 후보자들을 감싸기에 급급하다. 행정부를 감시하는 국회의 본질을 잊고 맹목적으로 감싸려 든다. 야당 국회의원들의 태도 또한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반대를 위한 반대에 앞장선다. 얼마 전만 해도 같은 잘못에 대하여 공직을 수행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부득불 우겨대던 그들이 아닌가?

입장이 바뀌었다고 자신의 신념을 버린 것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소신 따위는 없었던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의원들은 국회의 구성원이다. 행정부를 감시하라는 국회의 존재 의미를 생각해야 하고 청문회의 목적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여야의 입장이 바뀌었다고 표변해서 다른 태도를 보이는 것은 국민을 모욕하는 일이다. 

청문회 나온 조대엽 후보자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6월 3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나와 의원들의 질의를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청문회 나온 조대엽 후보자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6월 3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나와 의원들의 질의를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 남소연

조대엽 후보자의 경우 논문표절, 음주운전, 사외이사 겸직 후 영리활동 등 여러가지 의혹이 제기되었지만 명쾌한 설명이 되지 않고 있다. 더욱이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노동현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그의 경력을 살펴보면 고려대학교 노동대학원 노동복지 정책학과 주임교수와 대학원장을 경험한 경력이 노동관련 분야의 전부로 보인다. 노동분야보다는 오히려 사회복지 분야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왔던 학자 출신이다. 심지어 고려대학교 출교사태에서 그가 보여준 태도들 또한 곁에서 지켜봤던 제자들마저도 후한 점수를 주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송영무 후보자는 어떠한가? 음주운전을 하고도 아무런 처법을 받지 않은 무소불위의 태도, 해군참모총장으로 퇴직한 후 사기업에 취업해서 10억원의 자문료를 받은 문제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하자들이 쏟아져 나온다. 두 사람의 후보자들에 대하여 이를 감싸려는 여당에서마저도 한숨이 절로 나오는 상황이다. 그동안 여당 국회의원들은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명한 공직후보자에 대하여 여러가지 비판을 거듭해 왔는데 조대엽과 송영무 후보자는 그들보다 더 나은 점을 발견하기 어렵다. 

문 대통령은 자신이 선거운동 과정에서 밝힌 5대 비리 전력자 임명 문제와 관련하여 조금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미 비서실장을 통해서도 유감의 뜻을 밝힌 바도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5대 비리 전력자의 경우 원칙적으로 공직 임명을 배제하겠다는 기본 원칙은 정당하고 지켜져야 한다. 공직은 국가와 국민의 전체 이익을 위해서 일하는 자리다. 선공후사(先公後私)와 멸사봉공(滅私奉公)의 자세를 기본으로 한다.

여러가지 비리가 있는 경우 공직에서 일할 인성이 갖춰지지 못한 것이며, 지나치게 사익을 추구해온 사람 또한 공직을 맡기에는 부적당하다. 더욱이 공직을 마친 다음 자신이 재직했던 공직 경험을 팔아서 사적 이익을 취했던 사람은 어떤 경우에도 다시 공직에 임명해서는 안된다. 그들이 고위 공직을 마친 다음 다시 그 자리를 이용해서 사익을 추구할 것이라는 것은 불문가지 아닌가? 또한 공직에 재직하면서도 이미 경험한 사적 이익의 유혹에서 쉽게 벗어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어느 모로 보더라도 두 후보자가 반드시 임명되야 할 당위성은 전혀 없다.  

보수야당이 문재인 정부의 출범 후에 보여준 태도들은 비난받기에 충분한 것들이 많다. 반대를 위한 반대를 외쳐온 경우도 자주 있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조대엽과 송영무 후보자에 대한 반대는 충분한 명분이 있고 합당하다. 진영논리에 휘둘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것은 무조건 옳고, 보수야당의 태도는 모두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결국 경색된 정국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두 후보자의 지명은 철회되어야 한다. 그리고 어느 정부가 되더라도 두 후보자 정도의 하자가 있는 사람들을 공직에 임명해서는 안된다. 지명철회는 결코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잘못된 것을 강행하려는 것보다는 그 잘못에 대하여 눈을 감고 실천하려는 것이 더 부끄러운 것이다.

청문회 나온 송영무 후보자 송영무 국방부장관 후보자가 6월 2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나와 자리로 향하고 있다.
청문회 나온 송영무 후보자송영무 국방부장관 후보자가 6월 2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나와 자리로 향하고 있다. ⓒ 남소연

청와대에서 인사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더라도 문제 있는 후보자의 지명은 불가피하다. 후보로 지명된 사람들이 자신의 과거를 진실되고 말하지 않는 한 청와대의 검증은 한계가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청문회 과정에서 용납하기 어려운 하자가 발견되었을 경우에는 후보사퇴를 권고하고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과감히 후보지명을 철회하는 용단이 필요하다. 자신의 과거를 숨길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청문회에 출석하여 망신을 자초하는 것이야말로 얼마나 후안무치한 행동인가?

문 대통령은 청문보고서의 채택이 이루어지지 않은 후보자를 임명하면서 국민여론이 높다는 점을 명분으로 삼았다. 그러나 조대엽과 송영무 후보자의 경우에는 지명 여론보다는 사퇴여론이 높다. 이들의 임명을 강행해야 할 어떠한 명분도 없는 셈이다. 오히려 문재인 대통령의 일부 극렬 지지층이 말하는 문재인 대통령은 뭘 해도 옳다는 주장은 합리적인 명분이 될 수 없다.

내각 구성이 늦어지고 있다거나 개혁과제를 수행할 적임자라는 점만을 내세우려는 것은 명분이 아니라 아집이다. 이러한 행태가 반복되면 국민들은 언젠가는 지지를 철회할 것이며, 공직에 대한 신뢰성을 상실하게 된다. 국회 일정이 아니더라도 결코 임명을 강행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시간이 조금 걸려서 내각 구성이 늦어지더라도, 개혁과제를 수행하는데 조금은 부족하더라도 도덕적 자질과 업무능력을 갖춘 사람을 다시 찾아야 한다. 적당한 사람이 없다는 것은 결코 합리적인 이유가 아니며 자신의 마음에 맞는(소위 코드가 통하는) 사람만 찾으려 하기 때문이다. 널리 인재를 구하는 마음, 심지어는 상대편에서 활동했더라도 충분한 자질을 갖춘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열린 마음을 가지면 된다. 어떤 경우에도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이 걸어왔던 잘못된 길을 그대로 따라 걸어서는 안된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인사야말로 국민들로부터 무한한 신뢰를 얻는 지름길이다.

덧붙이는 글 | 김정범 기자는 법무법인 민우 변호사이자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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