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현 알바노조 위원장은 지난 12일 종로경찰서로부터 소환장을 받았다. 알바노조가 6월 26일 오전 11시 40분께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불법 집회를 했다는 이유에서다.
실상은 다르다. 당시 알바노조는 최저임금 1만 원을 요구하는 '알바들의 만원캠핑'을 시작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애초 경찰도 이를 기자회견으로 인식했다.
이 자리에서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1만 원을 원하는 이유를 담은 피켓을 바닥에 펼치고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바닥에 앉아 내용을 소개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그러자 경찰이 갑자기 '불법 집회'라면서 해산을 요구했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낮 12시께 자리를 떠나야 했다.
당시 경찰은 처음부터 몇 가지 이유를 들며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이 불가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노조 조끼를 입고 둘 이상이 함께 걸어가면 집회로 간주된다'면서 노동조합 조끼를 벗으라고 요구하는가 하면, 앰프 사용도 불가하다고 잘라 말했다.
알바노조는 경찰과 합의한 끝에 길을 걸어갈 때는 조끼를 벗은 뒤 분수대 앞에서 다시 착용하는 조건으로 기자회견을 열게 됐다. 이 때문에 오전 10시 30분 시작 예정이던 기자회견은 30분이 지나서야 가까스로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경찰은 단지 퍼포먼스를 했다는 이유로 경찰은 기자회견을 불법 집회로 해석하고 이 위원장을 소환한 것이다.
노조 조끼 벗었더니... 퍼포먼스 이유로 '불법집회' 해석시민에게 개방된 공간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로서 저지될 수 없다고 본다. 당시 기자회견은 JTBC, <연합뉴스>, <국제신문>, <매일노동뉴스> 등 다수 언론사가 취재했으며, 보도자료에 준하는 취재요청서도 배포했다. 통상적인 기자회견에서 자주 등장하는 구호조차 외치지 않았다.
상식적인 선에서 집회로 인식하기 어려운 기자회견을 '불법'으로 해석하는 경찰의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 청와대 앞길을 시민에게 개방하는 현 정부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조치다. 오히려 기자회견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불법 집회'로 낙인찍은 경찰 자신들을 수사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반문해봐야 한다.
이런 일은 처음이 아니다. 알바노조는 지난해 7월 3일 국회 앞에서 최저임금 1만 원을 요구하는 기자회견과 인간띠잇기 행사를 진행했다. 영등포경찰서는 이를 집회로 해석하고 기소의견으로 송치했으며, 서울남부지방법원은 10여 명의 알바노조 조합원에게 벌금형 처분을 한 상황이다.
또 올 3월 23일 경산CU알바노동자 피살사건 해결을 위한 선릉역 CU 본사 항의방문 기자회견도 강남경찰서는 불법 집회로 해석하고 이 위원장을 소환 조사했다.
경찰의 자의적 불법 집회 판단과 수사 남용은 경찰력 낭비이거니와,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억압하는 '국가폭력'에 가깝다. 경찰의 불법 집회 판단은 같은 옷을 입거나, 구호를 외치거나, 여러 명이 같은 행동을 하면 무조건 적용된다. 명백한 공권력 남용이다.
경찰이 독재정권의 '앞잡이'로서 인권을 탄압한 부끄러운 과거를 반성하고 있다면, 즉각 자의적 불법 집회 낙인찍기를 중단해야 한다. 새 시대의 경찰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