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공단은 산재·고용보험 서비스와 산재의료 서비스, 근로자지원 서비스를 담당하는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이며 심경우 이사장은 일하는 사람들이 믿고 의지하는 세계 최고의 사회보장서비스 기관이 되겠다고 했다.
근로복지공단이 사업주로부터 징수하는 산재보험료는 근로자가 산업재해로 인하여 입게되는 신체 손상에 대하여 사업주의 보상책임을 담보하기 위해 국가가 보험료를 걷어 운영하는 것으로 결국 신체에 대한 손상을 입은 사람에게 그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근로자의 입장에서 산업재해보상보험을 보면 업무상의 재해를 입은 근로자가 사업주에게 당연히 청구할 수 있는 보상을 이를 대신하고 있는 국가에 청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산업재해란 업무상의 이유로 부상, 질병, 장해 또는 사망을 의미하는데 오늘은 업무상질병에 관해서만 살펴보기로 하자.
업무상질병은 업무로 인해 질병이 생긴 경우를 말한다. 치료를 위해서는 요양신청을 하고 치료가 끝났을 경우는 보상신청을 한다. 이 경우 지역본부에 심사청구를 하고 공단본부에서 심리 및 결정을 한다. 결정에 불복할 경우 재심사를 청구하거나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감사원에 심사청구를 할 수도 있다. 산재신청은 업주 측에서 인정하기만 하면 근로복지공단에서 쉽사리 산재로 결정을 한다. 하지만 산재가 빈발하면 산재보험료가 오르며 주변의 인식도 안 좋아지기 때문에 업주 측에서는 가능한 한 산재판정을 피하려고 한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업무상질병을 판정하는데 공단이 갑이 되어 일을 처리한다는 것이다. 자문의사로 위촉된 의사가 판정을 위해서 정해진 날에 심리를 하는데 이때의 수당을 공단에서 지급한다. 당연히 자문의사는 공단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가 없다. 또한 업무상질병을 판정하는 기준을 고용노동부고시로 지정하여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 이 기준을 만족하기는 거의 불가능한 상태다.
뇌심혈관 질환에 대한 만성 과로 판정기준을 보자.
4주 평균 64시간, 12주 평균 60시간 이상 노동을 해야 뇌심혈관 질환에 대해 업무상질병 판정을 받을 수 있다.
주5일제 근무를 하는 환경에서 토요일 오전 근무를 한다고 해도 주 44시간 근무가 평균 근무시간이다. 만성 과로로 뇌심혈관 질환업무상 질병 판정을 받으려면 매일 1.5배 정도의 근무를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하루에 8시간 근무를 한다고 보면 매일 12시간씩 4주를 연속해서 근무를 해야 업무상질병 판정을 받을 수 있는데 이는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순수 근로시간만으로 채워야 하므로 사실 이를 만족하기란 불가능하다.
부천시 세종병원 조리실에서 조리사로 13년을 장기 근속한 모범사원인 홍기숙씨. 그녀는 지금 뇌경색으로 쓰러져 모진 목숨을 이어가고 있다. 일주일마다 변경되는 근무로 인하여 출퇴근 시간이 불규칙한 직장 생활을 하였고 병원에서 공인인증을 받으려면 인증기관에서 요구하는 시험에 합격해야 하며 이 공부는 별도의 시간을 내서 공부를 해야 하므로 제대로 쉬지도 못하여 과로가 누적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쓰러지기 3주 전에 메인요리 담당자인 주방장이 조기 퇴직을 하게 되어 조리 전체와 특히 메인 요리를 배워야 했던 홍기숙씨는 과로와 스트레스로 불안감에 시달려 오다 요실금까지 생긴 터였다. 야유회에 참석하고 4:30분에 출근하여 1박2일 워크숍 참석, 뒤이어 휴무일임에도 불구하고 결원이 생겨 보충을 하느라 과로는 극도로 누적되었다.
이러한 상태에서 2013년 6월 7일 4시 반에 출근하여 9시까지 조식조리 및 설거지를 끝내고 잠시 쉬었다가 열을 뿜어내는 조리실에서 11시까지 완자전을 부쳤다. 조리실을 들어가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여러 대의 가스렌지가 뿜어내는 열기는 한증탕을 방불케 한다. 그리고 연소가스는 산소부족을 유발하여 머리까지 멍하게 한다. 11시 10분에 석식 조리분 제육볶음을 버무려 땀이 범벅이 된 상태에서 대형냉장고에 넣고 나오다 한기를 느꼈고 몸에 이상을 감지하고 동료에게 몸이 이상하다고 말하면서도 책임감 때문에 다음 일인 계란찜을 오븐에 넣으려다가 바닥에 주저앉아 동료들의 부축으로 11시 20분 경 응급실로 후송되었다.
배선팀에서 조리실로 옮긴 지 3개월 보름 만이었다. 홍기숙씨가 근무하던 병원에서는 지병인 고혈압 때문이라고 하며 산재신청에 협조하지 않았고 건강을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라 재활치료와 한방치료에 전념하다가 3년이 다 돼가는 시점에서 산재신청을 하였지만 근로복지공단 부천지사는 고용노동부고시 기준에 미달한다며 불승인 하였다. 만약 부천 세종병원에서 산재임을 인정하고 협조를 하였더라면 산재판정을 받는데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질병판정위원회는 공단출신 퇴직자, 의사, 변호사, 노무사들이 위원으로 참석하여 판정을 한다. 위원회가 개최되면 웬만한 소신을 가진 위원이라 할지라도 공단의 조사복명서에 게시된 방향을 거스르는 의견을 개진하기가 어렵고 개진한다고 하더러도 다른 위원들의 다수결에 묻히기 일쑤이다. 공단이 조사복명서에 처리지침을 제시한다는 말이다.
게다가 1년에 초기 산재요양 신청만 9만 건에 이를 정도니 제대로 세밀히 심사하기란 불가능하다 할 것이며 이렇게 억울하게 불승인하고 아낀 돈은 엉뚱한 곳으로 새 버린다.
치료 후 후유장해가 남으면 그에 다른 보상을 추가로 해 준다. 장해등급을 높게 받으면 보상이 많아지므로 브로커가 개입하여 장해등급을 판정하는 직원과 짜고 부정이 개입할 소지도 많다. 실제로 검찰은 브로커에게 2천만 원을 받고 근로자 8명의 장해등급을 조작한 백모씨를 구속했고, 7년 동안 뒷돈을 받고 장해등급을 올려주던 박모씨도 구속했다. 근로복지공단이 7년간 자체적으로 적발한 부정수급 사례도 1300여 건으로 금액도 8백억 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허위진단서를 발급해주는 부정한 의사, 이를 연결해주는 악질 브로커, 검은 돈을 먹으려는 공단 직원 간의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를 철저히 단절하고 업무상질병 판정을 완화하는 것은 어떨까?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제도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업무상질병판정을 받기 어렵게 만들어진 있으나마나한 고용노동부고시를 완화하고,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독립된 기구로 설립되어 심사위원들도 시민사회단체에서 위촉을 하도록 하여 홍기숙씨 같은 억울한 사람들이 생기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만들어야만 한다.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홍기숙씨 같은 조리사들이 이언주가 말한 밥하는 동네 아줌마인가?
덧붙이는 글 | 서울의 소리, 신문고 뉴스에도 동시에 올라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