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신문발전위원회에는 블랙리스트가 없었나."17일 오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의 지역신문 지원정책의 방향과 과제' 토론회에서 나온 질문이다.
지난 2004년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 공포 이후 12년이 넘은 정부의 지역신문지원제도의 한계를 짚어보고 개선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이 토론회의 참가자들은 한결 같이 "지역신문 발전 없는 지역분권은 없다"며 지역신문에 대한 정부의 폭넓은 지원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날 토론에서 지역신문 대표들은 우선지원사 선정과정에서의 투명성과 종이신문에 대한 집중적 지원을 주문했으나 정부와 학계는 언론사보다는 언론인 양성 그리고 디지털 전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모습이었다.
지역신문 "지역신문 지원하자는데 일간지 출신을 위원 선임"발제자로 나선 이용성 한서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우선지원대상사 선정기준이 편집자율권과 독자위원회 등을 제도적으로 정착시키고, 지역신문사와 관련된 각종 비리 및 불법행위 등 사이비 행태를 감소시키는 등의 기여를 했다"고 지역신문지원제도의 긍정적인 면을 평가했다.
이 교수는 그러나 이 제도가 ▲지역신문의 독자시장과 광고시장의 난립구조를 개선하지 못했고 ▲12년이 넘는 지원에도 불구하고 지역신문의 자생구조를 마련하지 못했으며 ▲정부와 지자체의 광고 및 홍보예산 배분 개선을 이끌어내지 못했고 ▲언론진흥기금에 의한 지원제도와 공존해 동일 대상, 동일 사업의 중복 지원이라는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우선지원대상사의 육성 지원을 위한 책무규정을 추가하고 ▲발전기금 재원의 다각화를 위한 재원 모색 ▲신문법과 지역신문법의 장기적인 통합을 위해 신문 지원을 총괄할 위원회 설치 ▲지역신문법의 유효기간을 삭제하여 상시법으로 전환할 것 등을 제시했다.
이어 최종길 <당진시대> 편집인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지발위)의 우선지원사 선정 과정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즉, "점수 산정에 심사위원들의 주관적인 입김이 작용할 여지가 높다"며 "지발위에는 블랙리스트가 없나, 정치권이 작용하지 않았나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발위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사 심사 등을 위해 문체부에 설치한 기관이다.
그는 그 예로, <양산시민신문>이 우선지원사 선정을 놓고 지발위에 대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패소한 뒤 재심사에서 다시 탈락하고 다음 사업자 선정에서도 탈락한 사례를 들었다.
그는 5년 이상 선정사 제한조치 등 주요 정책과제에 대한 의견 수렴이나 소통절차가 없고 최근 들어 기획취재 등 주요 공모사업에 대한 선정, 탈락 이유 등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도 소통부재 사례로 꼽았다.
최 편집인은 지발위가 지역신문 지원법임에도 불구하고 중앙지 출신을 선임하는가 하면 지방일간지 경력 위원을 2명을 선정한 반면 지역 주간지 경력 위원은 한 명도 없다고 꼬집기도 했다.
오원집 <원주투데이> 대표는 미디어의 난립과 지자체 스스로의 미디어 운영으로 지역신문의 설 자리가 점점 위축되는 현실을 토로한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시정신문, 시정방송 등 지자체의 미디어 운영을 제한하고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의 '선택과 집중'에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대표는 특히 인구 규모별로 발전기금의 지원 신문사수를 제한할 것과 언론사주의 사유화, 토착권력과 밀착 등 건강성에 대한 배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 전북민언련 정책실장은 회의소집권과 안건상정권이 문체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언론진흥재단에 부여돼 지발위가 사실상 '식물위원회'가 됐다며, 독립사무국 설치 및 전문위원실 복원 등을 주장했다.
문체부 "언론인양성-디지털전환 틀로 3개년계획 수립 중"이에 대해 김도형 문체부 미디어정책과장은 "지역 언론사보다는 건강한 지역 언론인 양성, 종이신문보다는 디지털 전환이라는 두 가지 틀을 가지고 지역신문발전 3개년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며 "충분한 시간을 두고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인터넷신문의 지원에 대한 논쟁도 벌어졌다.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특별법에서 지역인터넷신문의 배제 문제를 지적하며 "특별법 제정 당시에야 지역의 종이신문 시장의 질서 회복과 역할 수행이 두드러질 수밖에 없었더라도 그 후 십 수년 사이의 매체환경, 지역민들의 정보 수용 행태를 고려할 때 응당 지역인터넷신문이 '지역신문'의 범주로 다뤄졌어야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역신문 대표들은 "설립이 너무 쉬워 정체불명의 언론사가 난립한다", "등록만 하고 바로 지자체에 와서 광고를 달라고 한다", "아직은 종이신문이 대세다"라며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이날 토론은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바른지역언론연대, 지역민주언론시민연합, 한국언론정보학회 등이 주최하고 오마이뉴스와 미디어오늘이 후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