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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코리아에이드 시범운영 행사에 참석한 박근혜 전 대통령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코리아에이드 시범운영 행사에 참석한 박근혜 전 대통령 ⓒ 청와대

지난 6월 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개최한 국제개발협력위원회에서는 새 정부의 국제개발협력 추진 방향을 설정하고,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기존 사업을 정비 차원에서 폐지했다. 이때 폐지된 사업은 '새마을 ODA' '개발협력 구상' '코리아에이드'였다. 모두 박근혜 정부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했던 ODA(공적개발원조) 사업들이다.

그간 타당성과 효과성 측면에서 끊임없이 문제제기가 있었던 만큼, 지금이라도 폐지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한국 ODA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현지 파트너국의 몫으로 남는다는 점이다.

한국이 추진한 ODA는 과연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비록 이전 정권의 잘못일지라도 양국 간의 신뢰관계를 훼손한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향후 개편 계획을 함께 논의하여 끝까지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참 문제가 많았던 박근혜표 ODA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해당 사업들은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분명한 철학과 이념이 부재한 가운데 상대 국가의 필요를 제대로 고려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많은 문제를 낳았다. 전 정부에서 예산을 2배 이상 확대한 '새마을 ODA'는 과거 새마을운동의 요소를 맥락이 다른 국가에 적용하고, 기존 농촌개발사업들까지 모두 무리하게 '새마을 ODA'로 분류하는 등의 문제로 비판을 받았다.

또, 지난해 아프리카 순방을 계기로 출범한 '코리아에이드'는 한식과 한류문화 홍보에 ODA를 이용해 사업 초기부터 큰 논란이 있었고, 국정농단 사태를 통해 기획 단계부터 최순실과 미르재단 등 비선실세가 개입한 것이 밝혀졌다. 

문제사업을 추진한 이전 정부만이 아니라 이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승인한 국제개발협력위원회에도 책임이 있다.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최상위 의사결정기구인 국제개발협력위원회는 지난해 '개발협력 4대 구상 이행 마스터플랜(안)' '새마을운동의 국제적 확산방안'을 통과시켰다. 지난 정권의 이해에 따라 해당 사업들의 추진전략을 승인하고, 중점 사업으로 추진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폐지를 결정한 셈이다.

폐지했지만... 파트너국의 피해는 어찌할 것인가

가장 큰 문제는 해당 사업들을 무리하게 추진했다 결국 폐지함으로써 발생하는 피해를 모두 파트너국이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다. 외교부는 '새마을 ODA'를 농촌종합개발사업으로 개편하는 방안은 외교부 산하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 사업에만 적용되며, 타 부처와 지자체 등의 사업은 자체 검토 후 결정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시행기관에 따라 사업 추진여부가 달라진다면 파트너국에 오히려 혼란을 가중할 수 있다.

코리아에이드는 지난해 출범 당시 보건·음식·문화가 결합된 형태에서 국정농단 사태 이후 보건 사업으로 축소됐다가 올해는 모자보건 아웃리치 사업으로 변경해 사업내용만 이미 수차례 바뀌었다. 뿐만 아니라 내년부터는 기존 3개국의 사업예산과 기간도 축소하고, 올해 시작한 신규 3개국은 사업을 아예 취소한다. 파트너국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한국 입장에 따라 사업 계획이 계속 뒤바뀐 것이다.

국제개발협력은 용어의 의미 그대로 전 세계의 발전을 위해 상호 간 협력하는 과정으로, 특히 ODA는 국가 간에 맺은 중요한 약속이다. 하지만 한국은 많은 비판에도 '새마을 ODA', '코리아에이드'와 같이 자국 중심의 브랜드 사업을 무분별하게 확산하다 실패했고, 결과적으로 양국 간의 신뢰를 무너뜨렸다.

이는 '가진 자', '주는 자'의 권력으로 상대 국가를 무시하는 행태이며 국제적으로도 큰 망신이다. 앞으로도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파트너국은 물론 세금으로 ODA 재원을 마련하는 한국 국민들부터도 한국의 ODA를 신뢰하지 못할 것이다. 

정부는 이번 폐지 결정에 대해 파트너국에 정중히 사과하고, 구체적인 개편 계획도 상대 정부와 충분히 협의해 조정해야 한다. 나아가 지난 정부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정권의 단기적 이익이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철학과 목적에 부합하는 사업을 신중하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가 되었다"는 자화자찬은 이제 그만 멈추고, 우리의 마땅한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돌아볼 때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발전대안 피다의 블로그(http://pida.or.kr/221051195240)에도 중복게재되었습니다.



#ODA#새마을운동#코리아에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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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대안 피다(구 ODA Watch)는 시민들과 함께 '개발'을 넘어 '발전'을 고민하고, 국내의 부조리하고 불평등한 개발을 '감시'하며 '대안'을 찾아가는 시민사회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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