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영은 물러가라! 이인호도 같이 가라!""김장겸은 물러나라! 고영주를 구속하라!"푹푹 찌는 날씨에도 '파티'에 모인 200여 시민들은 더위도 잊은 듯 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한목소리로 외치는 '공영방송 정상화' 구호가 여름 밤이 깊어갈수록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공영방송 정상화와 적폐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는 'KBS·MBC 정상화 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의 첫 번째 '돌마고 불금 파티'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KBS 앞에서 열렸다.
앞서 지난 13일 전국 214개 언론단체와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발족한 시민핸동은 매주 금요일 오후 7시 KBS와 MBC 앞에서 번갈아가며 '돌마고 불금 파티'를 개최하기로 했다.
'돌마고'는 '돌아오라 마봉춘·고봉순'의 준말로, '마봉춘'과 '고봉순'은 각각 MBC와 KBS의 애칭이다. 시민행동은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해 돌마고 불금 파티를 비롯한 온·오프라인 활동으로 국민여론을 형성한다는 계획이다.
첫 번째 돌마고 불금 파티는 그야말로 '파티' 분위기였다. 행사 시작시간이 가까워지면서 울려퍼진 흥겨운 음악 소리에 여의도공원 옆을 지나던 시민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파티에 합류한 시민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KBS·MBC를 국민의 품으로!', '돌아오라! 마봉춘 고봉순'이라고 적힌 피켓을 손에 들었다. 무대를 바라보고 자리에 앉은 시민들 뒤로는 시원한 음료와 팥빙수를 제공하는 푸드트럭도 자리했다.
하늘이 조금씩 어두워지기 시작한 오후 7시, 조금씩 모여든 시민들이 200명 가까이 됐을 때 쯤 첫번째 불금 파티가 시작됐다. 사회는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조합원인 최원정·이상호 아나운서가 맡았다.
"공영방송 되돌리기 위해... MBC 앞으로 몰려가야"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파티의 성격을 설명하면서 시민들에게 ▲ 돌마고 불금 파티'에 매주 참석해 줄 것 ▲ 시민행동의 홈페이지인 '돌마고 닷컴'의 콘텐츠를 SNS에 공유할 것 ▲ '이명박·박근혜 정부 언론 피해자 증언대회'에 함께 할 것 등 '3가지 지령'을 내렸다. 이 '지령'에 "그러겠노라"고 큰 소리로 답하는 시민도 있었다.
처음 열린 불금 파티의 축사에 나선 김종철 자유언론실천연합 이사장은 "오늘 이 자리는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간 언론인에겐 지옥같이 돼버린 KBS와 MBC를 예전의 자랑스러운 시절, 자유언론과 공정방송이 꽃 피던 시절로 되돌리자는 것"이라며 "오늘은 여기(KBS 앞)서, 다음 주 금요일엔 상암동 MBC로 10배, 20배가 몰려가야 한다"고 말해 큰 호응을 얻었다.
시민들은 투쟁의 주인공인 성재호 언론노조 KBS본부장과 김연국 MBC본부장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성재호 KBS본부장은 KBS 앞에 모인 시민들에게 고개 숙이며 "이렇게 KBS 앞으로 오시게 해서 죄송하면서도 감사를 드린다"고 운을 뗐다.
성 본부장은 이어 기쁜 소식을 전했다. 그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당시 길환영 사장이 청와대의 꼭두각시 노릇을 한 것 때문에 우리가 출근 저지 투쟁을 했다가 중징계를 받았는데 오늘 남부지방법원에서 '이유없다'고 판단해 우리가 승소했다"고 말했다. 이에 시민들은 모두 자기 일인 듯 기뻐하며 환호했다.
김연국 MBC본부장은 "오늘 오후 6시부터 <PD수첩> 제작진이 제작 거부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제작진의 제작 거부 사유는 '아이템 불발'이라고 설명했다.
김연국 본부장은 "2017년 대한민국의 노동현실을 조망하던 제작진에게 사측이 '민주노총 조합원은 노동 문제를 다뤄선 안 된다'는 이유로 불허하자, 이에 제작거부에 들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의 전언에 시민들은 박수를 치는가 하면 함성을 지르기도 했다.
"김장겸 물러나라" 김민식 MBC PD 2차 징계위도 정회시민행동의 멘토단이기도 한 칼럼니스트 황교익씨가 마이크를 넘겨받았다. 그는 지난 5·9 대선 전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시민 모임 '더불어 포럼'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KBS 출연 금지 리스트(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황교익씨는 "제가 만만하게 보였나보다. 하지만 잘못 생각한 것이다. 제가 참 악착같다"면서 "전 반드시 KBS의 사과를 받아낼 거다. KBS 같은 거대조직이 개인에게 사과한 일이 없다고 하는데, 잘못했으면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부를 국민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광화문 광장에 나섰던 것처럼, 이젠 매우 금요일마다 KBS·MBC 앞에 와야 한다"며 "종사자들만의 힘으로 바로잡히지 않는다. 주인이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이 자리엔 MBC 사옥에서 큰 소리로 "김장겸은 물러나라"고 외쳐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김민식 MBC PD도 자리했다. 그는 이날 오후 6시부터 열린 두 번째 징계위원회에 출석한 뒤 바로 파티 장소로 온 것이다.
김민식 PD는 특유의 유머감각을 발휘하며 방금 전까지 자신이 출석해 있던 징계위원회 현장을 묘사했다. 김 PD는 징계위원회에 출석해 징계위원으로 자리한 임원들이 그동안 어떻게 MBC 방송 망가뜨려 왔는지를 1시간여의 시간 동안 열거했으며, 그들이 임원이 돼 있는 것 자체가 김장겸 사장이 물러나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두 번째 징계위는 결국 다시 정회됐고, 다음 주에 다시 열리게 됐다.
그는 "저는 끝까지 할 거다. 다음 주엔 또 새로운 것을 준비해 갈 것"이라며 "저는 MBC의 경영진이 참 무능하다 생각하는 게, 사장보고 물러나라고 한 직원을 2주째 징계도 못하고 있다. 이게 일을 똑바로 하는 건가"라고 꼬집었다. 시민들은 김민식 PD의 생생한 현장 묘사와 재치 있는 말에 폭소를 터뜨렸다.
마지막 마이크는 시민행동의 멘토단인 코미디언 노정렬씨가 넘겨 받았다. 그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부터 문재인 대통령까지, 역대 대통령의 성대모사를 하며 KBS·MBC 정상화에 대한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약 1시간 30분 정도 진행된 행사는 모든 시민이 큰 소리로 "고대영은 물러가라! 이인호도 같이 가라", "김장겸은 물러나라! 고영주를 구속하라"라는 구호를 함께 외치며 마무리 됐다.
한편, 오는 27일에는 시민행동 주최로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언론장악 피해자 증언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언론 장악 세력의 퇴진을 촉구하는 두번째 '불금파티'는 28일 상암동 MBC앞에서 열린다.
덧붙이는 글 | <언론노보>에도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