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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학생들 1,700여명이 행정관 앞에서 성낙인 총장 퇴진과 시흥캠퍼스 실시협약을 위한 집회에 참여해 구호를 외치는 모습. 학생들은 대학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지난해부터 1년 넘게 투쟁을 계속했다.
 서울대 학생들 1,700여명이 행정관 앞에서 성낙인 총장 퇴진과 시흥캠퍼스 실시협약을 위한 집회에 참여해 구호를 외치는 모습. 학생들은 대학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지난해부터 1년 넘게 투쟁을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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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와 성낙인 총장 퇴진을 요구하며 행정관 점거를 진행했던 학생들에게 사상 초유의 징계가 내려졌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8명의 학생들에게 무기정학을, 4명의 학생들에게는 6개월에서 12개월의 유기정학을 내렸습니다.

민주화 이후 서울대 사상 유례가 없는 규모와 수위인 '최악'의 중징계입니다. 거기에 더해 4명의 학생들에 대한 형사고발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이미 지난해부터 저를 비롯한 주요 학생들의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불법 채증과 사찰 자료가 총장실과 보직교수 사무실에 놓여 있었던 걸 생각하면, 이번의 중징계는 예견된 참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학생들의 농성을 진압하기 위해 뿌려졌던 물대포와 사지가 들려 농성장 밖으로 내던져진 학생들을 생각한다면 말입니다. 

대학의 민주주의와 공공성을 외쳤다고 내려진 최악의 징계사태. 그러나 저를 비롯한 서울대 학생들은 이 징계가 부당하고 우리의 목소리가 정당했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게 바로 여전히 투쟁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정치활동 탄압하는 서울대, 절차 어겨가며 '제멋대로' 징계

저를 비롯한 12명의 학생들이 징계를 받은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바로 지난해 10월 10일 전체학생총회에서 결정한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를 실현하기 위해 열심히 투쟁했기 때문입니다. 학생총회의 결정에 따라 본관을 점거했고, 대학공공성을 파괴하는 시흥캠퍼스의 문제를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광장에 나가 유인물도 나눠주었고, 총장님이 계신 곳에 찾아가 피켓을 들거나 민주주의를 파괴하지 말라고 직언을 드리기도 했습니다. 난방이 차단된 차가운 농성장에서 겨울을 보냈고, 에어컨이 차단된 숨 막히는 농성장에서 여름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대학은 우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총장님을 만나기 위해 총장실 앞에서 단식농성을 진행했고, 결국 함께 단식농성을 하신 부총학생회장은 응급실에 실려갔습니다. 그래도 총장님은 우리를 만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몰랐습니다. 총장님은 우리를 만나지 않았지만, 늘 우리를 지켜보고 계셨다는 것을요. 피켓을 들거나 집회에서 마이크를 잡은 학생들을 총장님은 유심히 지켜보고 계셨습니다. 이름, 학과, 학번, 지도교수, 학생회 활동 경력과 정치 성향까지. 박근혜 정부에서 문화예술인을 관리하기 위해 존재했다는 '블랙리스트'가 총장실 책상에서 발견되었습니다.

학생들은 불법사찰이 아니냐며 따졌고 총장님은 "사찰은 아니고, 어떤 학생들이 시위를 하는지 궁금해서 알아보라고 시켰다"고 답하셨습니다. 작년 10월 12일의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7월 21일, 12명에 대한 징계처분이 통지되었습니다. 사유는 '총장이 참석하는 행사에서 구호를 외친 것', '행정관에서 농성을 진행한 것' 등입니다. 민주주의를 위한 정치활동이 무기정학의 근거가 되는 곳. 서울대학교의 현실입니다.

서울대의 징계가 이중잣대라는 논란도 있습니다. 대학원생 제자에게 8만장의 도서를 스캔하라고 했던 '스캔노예'사건의 교수에게 서울대는 징계사유가 아니라고 통지했습니다. 여제자와 여직원에게 성추행과 성희롱, 각종 막말과 갑질을 일삼은 사회대 H교수에게 인권센터는 3개월 정직 처분을 권고했답니다.

 서울대 부당징계 철회 촉구 학생, 시민사회의 서명을 서울대 관계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학생과 시민들은 징계처분이 고지되기 이전부터 수 차례 대학본부에 이번 중징계가 부당함을 경고한 바 있다.
 서울대 부당징계 철회 촉구 학생, 시민사회의 서명을 서울대 관계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학생과 시민들은 징계처분이 고지되기 이전부터 수 차례 대학본부에 이번 중징계가 부당함을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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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최소 6개월부터 최대 무기정학을 받은 것과는 극명하게 대비됩니다. 농성을 하는 학생들을 폭행하고, 사지를 붙잡아 내동댕이치고, 심지어는 물대포를 살수한 성낙인 총장과 서울대 보직교수들은 또 어떻습니까. 자신들의 저지를 불법폭력과 불법사찰에 대해서는 한 마디 변명조차 하지 않는 이들이 민주주의를 외친 학생들을 징계하겠다고 합니다.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있을까요.

학생들을 하루빨리 징계할 생각이었던 것인지 징계위원회는 정해진 절차조차 지키지 않았습니다. 관련규정 따르면 징계위원회는 징계혐의대상 학생에게 회의에 출석에 소명할 기회를 주어야 하며, 이를 10일 전까지 통보해야 합니다. 그러나 학생들이 징계위원들을 만나기 위해 회의 장소에 찾아갔을 때, 징계위원들은 비밀리에 회의장소를 바꾸어 자기들끼리만 회의를 진행하고 양형을 정했습니다. 관련규정까지 어겨가며 징계를 강행한 의도가 과연 무엇일까요. 심지어 징계혐의라고 통보한 것 중에는, 해당 학생들이 하지 않은 일도 마구잡이로 적어 놓았던데 말입니다.

학교 안팎으로 퍼지는 분노, 투쟁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

사상 최악의 분노에 학생들은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그러나 충격은 이내 분노가 되어 삽시간에 퍼지고 있습니다. 성낙인 총장이 지난 5월 중징계와 형사고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선포했을 때부터 많은 학생과 시민들이 징계·고발 철회 운동에 함께했습니다. 1만이 넘는 서명이 모였고, 학내 게시판은 부당징계를 규탄하는 학생들의 대자보로 가득합니다.

분노는 행동으로 이어졌습니다. 문재인 정부에 서울대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과 집회가 이어졌고, 100명이 넘는 학생, 시민들이 참여했습니다. 서울대의 비민주적 시흥캠퍼스 강행과 학생폭행 사태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을 접수했고, 그 결과 국가인권위는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그러나 대학본부는 전혀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7월 10일, 성낙인 총장은 서울대 신뢰회복을 위한 협의회를 발족시키자며 징계 최소화와 형사고발 취하를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학생들이 협의회에 참여하자 일주일 만에 최악의 중징계를 내렸습니다. 게다가 형사고발 취하는 학생들이 협의회에서 고분고분하게 참여할 경우 취하할 수 있다며 말을 뒤집었습니다.

학생들은 그래서 투쟁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징계철회와 학생폭행에 대한 사과, 형사고발 취하, 그리고 대학공공성을 파괴하는 시흥캠퍼스 추진에 대한 사과를 반드시 받아내야겠습니다. 더욱 끈질기게 학생들의 정당한 요구를 제시하고, 대학본부가 이를 수용하도록 압박할 것입니다. 학교 안에서 지속적으로 대학본부의 문제를 지적하며 투쟁하고, 정부, 국회에 해결을 촉구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우리가 외친 민주주의가 옳았음을, 우리가 외친 대학공공성이 옳은 가치였음을 증명해 낼 것입니다.

1년을 넘는 기간 투쟁하며 많은 지지와 연대를 받았습니다. 추운 겨울과 무더운 여름을 견디게 해준 소중한 동력이었습니다.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서울대 당국의 반민주적 폭거에 맞선 학생들의 투쟁이 이어질 수 있도록 앞으로도 많은 지지와 연대를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반드시 승리하겠습니다.


#서울대#시흥캠퍼스#중징계#성낙인#대학공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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