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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기자회견을 보도하는 AFP 뉴스 갈무리.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기자회견을 보도하는 AFP 뉴스 갈무리. ⓒ AFP

[기사 대체: 2일 오전 11시 35분]

북한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미사일 '화성-14형' 2차 발사에 성공한 이후 미국 정부 내에서 군사 대응을 공개적으로 거론하고 대북 전문가와 언론도 '김정은 정권 교체'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대북 강경론이 높아지는 가운데, 틸러슨 국무장관이 "어느 시점에 북한과 대화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은 1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한 공개 브리핑에서 "미국은 북한 정권의 교체나 붕괴를 추구하지 않으며, 한반도 통일 가속화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최근 미국 정계 일각에서 제기하는 '북한 정권 교체론'을 일축하며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분명하게 밝힌 것이라는 점에서 눈길이 쏠린다.

앞서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미국 정부의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핵 개발 능력과 핵 개발 의도가 있는 인물을 떼어놓는 것"이라며 사실상 북한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틸러슨 장관은 "우리는 북한의 적이 아니다"라며 "그러나 북한은 우리가 수용할 수 없는 위협을 가하고 있으며, 우리는 위협에 대응해야만 한다"라고 북한이 도발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 포기하지 않으면 북한의 미래는 없을 것"이라며 "우리는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북한과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아 대화하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다만 "북한은 이러한 대화의 조건이 핵무기를 보유하거나, 핵무기로 미국이나 다른 국가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비핵화를 거듭 강조했다.

이어 "북한이 우리와 대화한다면 그들이 추구하는 안보와 경제적 번영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눌 수 있다"면서 "이는 동북아 전체의 번영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미국은)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틸러슨 장관은 북한의 도발을 둘러싼 미·중 갈등에 대해 "중국이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면서 미·중 관계는 약간의 전환점(pivot point)에 서 있다"라며 "그러나 북한이 양국 관계를 정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틸러슨 장관은 지난 7월 4일 북한의 '화성-14형' 1차 발사때 낸 성명에서도 북한을 비판하는 한편으로 "미국은 오직 평화적인 방식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의 도발 종식을 추구할 것(The United States seeks only the peaceful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and the end of threatening actions by North Korea)"이라고 말해, 북한에 대한 군사적 대응과는 선을 그은 바 있다.

NYT "대리인(중국) 내세워 이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핵 해결책을 조언하는 <뉴욕타임스> 사설 갈무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핵 해결책을 조언하는 <뉴욕타임스> 사설 갈무리. ⓒ 뉴욕타임스

미국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도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북한과의 협상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1일(현지시각) '북한에 대한 허세(bluster)를 그만두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통한 대북 압박이 아닌 북한과 직접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설은 "트럼프 대통령도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있듯 미국의 북핵 해결을 위한 접근법은 실패하고 있다"며 "북한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은 계속 발전할 것으로 가정하는 것이 현명하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성공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왔지만, 그런 일은 벌써 두 차례나 벌어지고 말았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에 대한 거의 모든 책임을 중국에 지우고 있다"라며 "그러나 대리인(중국)을 내세워 이 위기를 해결할 수는 없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서둘러 직접 개입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 책임론'을 일축하면서, 북한과의 대화 물꼬를 열기 위해 중국에 의존하지 말고 직접 나서라는 것이다.

"협상은 전제 조건 없이 시작하는 것"

사설은 중국에 대해 "중국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바라지 않지만, 더 두려운 것은 북한 정권이 무너져 수백만 명의 난민이 몰려들고, 한반도의 주도권을 한국에 넘겨주는 것"이라며 "중국으로서 이는 미국의 동맹인 한국과 국경을 마주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제재는 해답이 될 수 없다"며 "이미 고조된 한반도 긴장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시작되면 더 높아질 것이고, 북한은 이를 자신들의 정권을 전복하려는 신호로 받아들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허세를 그만두고 협상의 여지가 있는지를 탐색하기 위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나 다른 고위 인사를 평양으로 보내야 한다"라며 "틸러슨 국무장관이 북한에 가는 것만으로도 중요한 외교적 성과"라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협상하고 싶다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겠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협상은 전제 조건 없이(without preconditions) 시작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문가들은 최근 북한이 협상에 관심이 있다는 신호를 반복해서 보내고 있다고 말한다"라며 "하지만 누군가 북한에 가서 직접 물어보지 않는 한 절대 알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북한에 대한 미국 사회의 강경론이 확산되는 중에도 대화론이 나오고 있는 것은, 군사옵션이나 '미중 합의에 따른 김정은 정권교체' 시나리오가 실행되기 어렵다는 '현실적 고민' 때문이다. 북한 핵과 미사일은 지하 또는 이동식이라는 점에서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쉽지 않은 데다 한반도 전면전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현실화할 가능성이 극히 낮다. '미중 합의에 따른 김정은 정권교체' 역시, 중국이 수용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안이라는 게 지배적인 판단이다. 결국 트럼프 정부가 북한에 대한 강공을 실행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대화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틸러슨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불화로 장관직에서 사퇴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것은 맞다"라면서도 "하지만 나는 어디로도 가지 않는다"라고 사퇴설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만약 대통령과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침묵해야 한다면 더 이상 장관직을 수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렉스 틸러슨#미국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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