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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마산회원구 국립3.15민주묘지 내 3.15기념관에 붙어 있는 '3.15의거 정신'이란 팻말을 김영만 전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장이 가리키고 있다.
 창원 마산회원구 국립3.15민주묘지 내 3.15기념관에 붙어 있는 '3.15의거 정신'이란 팻말을 김영만 전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장이 가리키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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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5의거 정신
자유·민주·정의"

창원 마산회원구 소재 국립3·15민주묘지 내 기념관에 붙어 있는 문구다. 최근 국립3·15민주묘지관리소는 기념관에 이같이 쓴 팻말을 붙여 놓았다.

3·15의거는 1960년 3월 15일, 이승만 자유당정권이 저지른 부정선거에 항의하며 마산의 학생과 시민들이 벌인 시위를 말한다.

정·부통령 선거에서 자유당정권은 유령 유권자 조작 등 엄청난 부정선거를 자행했고, 이에 시민들이 크게 반발했다. 옛 마산상고 신입생 김주열 열사가 그해 4월 11일 마산 앞바다에서 주검으로 떠올랐고, 이것이 기폭제가 되어 4·19혁명으로 이어졌다.

그런 3·15의거의 정신을 '자유·민주·정의'로 해놓다. 그것도 국립3·15민주묘지를 관리하는 국가보훈처에서 말이다. 그런데 이는 한 번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과거 독재정권마다 '자유'와 '민주', '정의'를 정당 명칭에 써왔다. 이승만정권은 '자유당', 박정희정권은 '민주공화당', 전두환정권은 '민주정의당'이었다.

국정농단으로 탄핵되고 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옹호했던 단체들도 3·15의거를 내세웠다. 탄핵 반대 단체가 마산역 광장과 오동동문화거리에서 이른바 '태극기 집회'를 열면서 3·15의거를 거론했던 것이다.

지난 3월 5일 마산역광장에서 '태극기 집회'를 벌였던 '마산창원진해 구국행동시민연합'은 "3·15정신, 자유, 민주, 정의를 실현한 민주성지 마산에서 좌익세력 뿌리뽑고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자는 시민들의 의지와 함께 하고자 한다"고 했다.

제19대 대통령선거에 후보로 나섰던 조원진 국회의원(새누리당)은 지난 4월 마산에서 유세하면서 "탄핵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의 당시 유세 영상 제목은 "3·15의거 정신으로 나라 살린다"였다.

이처럼 3·15의거 정신이라고 한 '자유·민주·정의'는 독재정권이 좋아하고, 국정농단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세력들이 써왔던 것이다.

국립3·15민주묘지 관리소 관계자는 "자유·민주·정의는 3·15의거 3대 정신으로, 3·15의거기념사업회에서 그렇게 정했던 것"이라며 "기념관을 찾아오는 관람객을 위해 문구를 붙여 놓았다"고 말했다.

안승욱 3·15의거기념사업회 회장은 "오래 전부터 학술회의와 여러 토론 과정을 거쳐 자유·민주·정의가 3·15정신으로 정립된 것으로 안다"며 "개인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 특별히 검토하거나 연구를 해본 적은 없다"고 했다.

'불의·부정·부패에 맞선 저항정신'

이는 따져봐야 할 문제다. 3·15의거 정신은 자유·민주·정의가 아니라 '불의·부정·부패에 맞선 저항정신'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영만 전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 회장은 "이전에는 기념관에 3·15의거 정신 팻말이 없었는데, 근래에 붙여 놓았다"며 "유독 3·15의거 정신이 자유·민주·정의라고 강조하는지 의문"이라 말했다.

김주열 열사와 옛 마산상고 동기인 김 전 회장은 "자유·민주·정의는 정치적, 이념적으로 내세우면 주관적이다. 이승만 독재정권 때 3·15가 났는데 당시 정당이 자유당이었다"고 했다.

이어 "그 다음에 박정희 독재정권은 민주공화당, 전두환 독재정권은 민주정의당이었다"며 "3대 독재자의 정당이 모두 자유·민주·정의였다. 독재를 하면서도 그 말을 써 왔던 것"이라 덧붙였다.

3·15의거기념사업회에 대해, 그는 "그 단체가 3·15의거 정신을 제대로 구현해 왔는지 따져봐야 한다. 박근혜 국정농단 사태가 벌어졌을 때 그 단체는 성명서 하나 내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그리고 3·15기념관에 박근혜 대형사진을 걸어놓고, 박정희·박근혜를 미화하는 슬라이드 영상을 틀어놓았을 때, 시민사회진영은 철거와 중단을 거세게 요구했다. 그때도 기념사업회는 입을 닫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 김 전 회장은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촛불에 맞서 태극기 집회를 열었던 세력이 내걸었던 캐치프레이즈가 3·15였다"며 "자유·민주·정의는 인류 보편적 가치이고, 그것이 3·15정신이라고 말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3·15정신은 불의·부정·부패에 맞선 저항정신이다. 그래야 3·15의거 정신이 되살아나는 것"이라며 "국가보훈처에서 관리하는 기념관에, 그것도 아주 최근에 자유·민주·정의가 3·15의거 정신이라고 붙여 놓은 것은 3·15의거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것"이라 했다.

창원 마산회원구 국립3.15민주묘지 내 3.15기념관에 '3.15의거 정신'이란 팻말이 붙어 있다.
 창원 마산회원구 국립3.15민주묘지 내 3.15기념관에 '3.15의거 정신'이란 팻말이 붙어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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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3.15의,거, #김영만, #국가보훈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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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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