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달 26일 경북교육청에서 이영우 교육감이 일반직 공무원과 대화하고 있는 모습.
 지난달 26일 경북교육청에서 이영우 교육감이 일반직 공무원과 대화하고 있는 모습.
ⓒ 경북교육청

관련사진보기


이영우 경상북도교육감이 유치원, 초등, 중등 1급 정교사 자격 연수에 참가한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에서 성차별적인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자 경북지역 교육단체들이 강하게 규탄하고 나섰다.

이 교육감은 지난달 28일 경북교육연수원에서 열린 '미래 교육 방향과 교사의 자세'를 주제로 한 특강에서 "여교사는 최고의 신부감", "많은 사람들이 여교사 며느리를 보고 싶어 한다", "처녀 여자 교사들 값이 높다"는 등의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500여 명의 교사들이 교육에 참여했다.

연수를 받은 교사들 일부는 이 교육감의 부적절한 발언을 문제 삼는 글을 경북교육연수원 누리집에 올리기도 했다.

김아무개 교사는 "교육감 강연 중 '처녀 여자 교사들이 값이 높다' 이런 표현은 누가 보더라도 논란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면서 "저도 강연을 듣는 중에 놀란 것은 당연하고 여기저기서 탄식이 나오는 것을 들었다"고 썼다.

경상북도교육연수원 누리집에 한 교사가 지난 1일 글을 올려 이영우 교육감의 발언에 대해 비판했다.
 경상북도교육연수원 누리집에 한 교사가 지난 1일 글을 올려 이영우 교육감의 발언에 대해 비판했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최아무개 교사는 "'앞서가는 연수, 변화하는 교육'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이번 연수와 어울리지 않는 시대착오적인 발언"이라며 "저는 일등 신붓감이 되고 싶어서 교사가 된 것이 아니다. 교사라는직분을 결혼 상대자로서의 제 '값'을 높이는데 사용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라고 강조했다.

최 교사는 이어 "어떤 교사가 '나는 시집을 잘 가려고 교사가 되었다'라고 한다면 그를 좋은 교사라고 말할 수 있으신가요?"라며 "더 나은 교육자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연수를 들으러 온 여성 교사들을 '좋은 신붓감'이라는 수동적인 객체로 규정하는 그런 발언은 교사로서의 자긍심에 상처를 준다"고 비판했다.

우 교육감의 부적절한 발언 내용이 알려지자 경북교육연대와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은 3일 오전 경북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영우 교육감이 성차별적인 여성혐오 발언을 했다며 강력 규탄했다.

교육단체들은 "우리 사회는 차이가 차별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제도로서 강제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여성교사'를 상품으로 매도할 수도 있음을 내포하는 '값'이라는 단어를 쓰고도 무엇이 문제인지를 모르는 교육감의 몰상식한 태도에 우리는 분노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 교육감이 여성혐오적 성희롱 발언으로 교사들과 도민들에게 수치심과 모욕감을 주었다며 공개 사과를 요구하고 성평등 교육문화 조성을 위한 성인지교육 확대와 강화를 요구했다.

전교조 경북지부도 논평을 통해 "여성의 성을 상품화하는 차별의식이 담긴 발언을 해 놓고 문제의 심각성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영우 교육감의 '처녀 교사들의 값' 운운 발언은 전형적인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인식을 여과 없이 드러내 개탄스럽기 그지없다"고 비판했다.

전교조는 이어 "이영우 교육감에게 교육자로서의 깊은 철학이 있는지 되묻고 싶다"면서 "'말실수' 혹은 '말의 취지와 다르다'며 간단하게 덮고 갈 만큼 가벼운 문제가 아니라 교사들과 도민들에게 공개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경북지역 교육단체와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은 3일 오전 경북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여성 교사들을 성상품화하는 듯한 발언을 한 이영우 교육감을 규탄했다.
 경북지역 교육단체와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은 3일 오전 경북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여성 교사들을 성상품화하는 듯한 발언을 한 이영우 교육감을 규탄했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정의당 경북도당도 이영우 교육감의 발언에 대해 부적절하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정의당은 "경북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이 교육감의 발언은 직업과 신분, 성별에 대한 차별의식을 보여준 것으로 미혼 여성 교사들을 마치 결혼시장에 값을 올리기 위해 교사가 된 것처럼 폄하하고 상품화시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의당은 이어 "경북교육청은 선택적 복지라는 이름하에 전국 꼴찌 수준의 무상급식을 하고 있다"면서 "또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고 역사를 사유화하고자 한 박근혜정권에 충성하고자 전국 유일의 역사교육 국정교과서 지정을 밀어붙이다가 법원에 의해 효력이 정지되는 수모를 겪고도 한마디 반성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경북교육을 위해서나 경상북도민을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교육감에서 물러나는 것이 바른 길"이라고 사퇴를 요구했다.

한편 경북교육청 관계자는 "배우자로서 교사라는 직업이 좋다는 것을 강조하다 보니 '값'이라는 단어로 표현된 것일 뿐"이라며 "여성 교사들을 폄하할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태그:#이영우, #경북교육감, #여성혐오발언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구주재. 오늘도 의미있고 즐거운 하루를 희망합니다. <오마이뉴스>의 10만인클럽 회원이 되어 주세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