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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빙성이 전혀 없다."

'5.18 민주화운동에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전두환씨 주장에 법원의 답은 간명했다. 이런 주장이 담긴 그의 자서전은 출판과 배포가 금지됐다.

광주지방법원 민사21부(부장판사 박길성)는 4일 5.18기념재단 등이 낸 '전두환 회고록' 출판 및 배포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해당 서적을 출판 및 판매함으로써 5.18민주화운동의 역사를 왜곡하고 그 가치를 폄하해 5.18민주화운동 관련 단체 및 그 구성원들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켰다"고 판시했다.

"표현의 자유 무제한 허용될 수 없어"

나란히 놓인 <전두환 회고록>과 <이순자 자서전> 지난 4월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매장에 <전두환 회고록>과 <이순자 자서전 - 당신은 외롭지 않다>가 나란히 진열되어 있다.
나란히 놓인 <전두환 회고록>과 <이순자 자서전>지난 4월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매장에 <전두환 회고록>과 <이순자 자서전 - 당신은 외롭지 않다>가 나란히 진열되어 있다. ⓒ 권우성

'공적 사안에 대한 의견표명'일 뿐이라는 전씨 주장도 기각됐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공적인 사안이라도 표현의 자유가 무제한 적으로 허용될 수는 없다"고 한 뒤 "표현 내용이 진실이 아니고 그로 인해 타인의 인격권이 침해되는 정도까지 이르면 표현 행위를 금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5.18민주화운동 당시 군과 국과정보기관을 실질적으로 장악한 전씨의 의견표명이 특별한 파급력을 가진다는 점에서 이 사안을 더 무겁게 봤다.

따라서 전씨는 '북한군이 개입했다' '헬기 사격 없었다' '민간인에게 총을 겨누지 않았다' 등의 역사 왜곡 부분을 삭제하지 않고서는 앞으로 이 책을 출판할 수 없다. 인쇄, 복제, 판매, 배포 및 광고도 금지다. 이를 위반할 때마다 가처분 신청을 낸 단체 및 개인에게 500만 원씩 지급해야 한다.

다음은 이 사건 핵심 쟁점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을 정리한 내용이다.

[북한군 개입] "일구이언의 자기 모순적 주장"

전씨는 책에서 '5.18민주화운동 당시 북한특수군의 개입이 있었다'는 극우논객 지만원씨의 주장을 적극 인용하며 동조한다. 하지만 재판부는 그의 주장이 신빙성이 전혀 없다고 판단했다.

'북한군 개입은 없었다'는 내용의 국가 기관 문건이 여럿 나왔을 뿐더러 전씨 스스로도 지난해 6월 <신동아> 인터뷰에서 '북한군 침투 관련된 보고를 전혀 받은 바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는 이 인터뷰 시점으로부터 1년이 채 경과하기도 전에 '북한군 개입설'을 옮기며 5.18민주화운동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왜곡해 재편집했다. 재판부는 "일구이언의 자기 모순적 주장으로서 신빙성이 전혀 없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봤다.

[헬기 사격] "헬기 사격 존재 충분히 소명된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사격은 전혀 없었고 군인들은 자위권 발동 측면에서 최소한의 대응만 했다는 전씨 주장도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광주 전일빌딩에서 발견된 150개의 탄흔은 헬기에서 발사됐을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이미 결론 냈고, 헬기 사격이 아니라면 건물 외벽과 내부에 남은 이 흔적들을 달리 설명할 과학적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당시 군인들과 조비오 신부 등 목격자 진술까지 종합한다면 헬기 사격의 구체적 정황까지 특정할 수는 없어도 '헬기를 통한 공중 사격이 있었다'는 사정만큼은 충분히 소명된다고 밝혔다.  

[내 책임 없다] "허위이거나 허위 사실에 기반한 의견표현"

전씨는 책에서 '당시 시위진압은 불가피했으며 시민들을 향한 발포명령은 없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허위 사실이거나 허위 사실에 기반한 의견표현"이라고 판단했다.

핵심 근거는 전씨의 내란목적살인 책임을 인정한 1997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다. 이 판결은 전씨가 내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저항하는 시민들을 살상했다고 봤고, 당시 시위대의 무장상태와 작전 목표에 비춰봤을 때 '광주재진입작전'에는 시위대를 향한 발포 명령이 전제 됐다고 결론 내렸다.


#전두환#전두환자서전#전두환회고록#출판금지#5.18민주화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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