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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가게 옆 으로 난 좁은 계단을 올라가야 북까페로 갈 수 있다.3층에 있다.
▲ 북까페 1 우동가게 옆 으로 난 좁은 계단을 올라가야 북까페로 갈 수 있다.3층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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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사장님은 진보쵸의 얼굴입니다. 우리가 무척 좋아하는 분이지요. 사실 일본의 대형서점 기노쿠니야 같은 곳에 가면 책이 너무 많아 고르기가 쉽지 않아요. 규모가 큰 곳에서 한나절만 있다보면 즐거운 게 아니라 몸과 마음이 너무 피곤합니다. 하지만 이곳에 오면 차도 마실 수 있어 마음이 편한 데다가 사장님이 좋은 책을 골라주니 부담도 없고요."

도쿄 최대의 고 서점가 진보초(神保町)의 한국 북카페 <책거리>(CHEKCCORI)에서 만난 출판사 쇼분사(晶文社)의 사이토 노리타카씨는 <책거리> 김승복 대표를 그렇게 소개했다. 마침 이 자리에는 쇼분사의 아다치 에미 부장도 함께 했다.

일본 거리의 한국 북카페 '책거리'

앉아서 책을 보고 있는 북카페 "책거리"
▲ 책거리2 앉아서 책을 보고 있는 북카페 "책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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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일 오후 7시 책거리 주최로 '계속 이어지는 도시의 기억 모던인천(生き続ける都市の記憶モダン仁川)'이란 주제의 강연이 있었다. 강사는 서울에 살고 있는 도서출판 토향 도다 이쿠코(戸田郁子) 대표와 한양대 도미이 마사노리(富井正憲) 객원교수였다.

그날 기자는 처음으로 진보초에 한국 북카페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일본에 올 때마다 진보초 서점가를 그렇게 드나들었는데... 등잔 밑이 어둡다고 지난 7월 7일에 두 돌을 맞이한 사실도 까마득히 몰랐다.

그도 그럴 것이 <책거리>가 자리한 건물 1층엔 오래된 우동집이 있는데, 그 우동집을 끼고 작은 계단을 올라가야 <책거리>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놓치기 쉬운 자리에 있는 것도 책방의 존재를 모르게 하는 한 원인인 듯싶었다.
    
왼쪽부터 아다치 에미, 김승복 대표,사이토 노리다카 일본 출판사 관계자들
▲ 출판사 왼쪽부터 아다치 에미, 김승복 대표,사이토 노리다카 일본 출판사 관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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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유학으로 한국을 떠나와 그동안 한국 문학 관련 책 등을 번역 출판하며 '문학 한류'를 전파하는 데 앞장서 온 김 대표는 도서출판 쿠온도 운영하고 있다. 김 대표는 미리 사전에 대담 약속을 하지 않고 찾아 간 기자를 반갑게 맞이했다.

8월 1일 도다 이쿠코 작가의 강연 날에 한 번 찾아간 뒤 다시 찾은 것이었다. 마침 기 대표는 일본 출판사 관련자들과 모임을 갖고 있었으나 이내 마치고 기자의 질문에 친절히 답해주었다.

"요즈음 한강씨의 <채식주의자>가 잘 나가는 편입니다. 한국의 좋은 책들을 번역할뿐 아니라 저희가 직접 책을 내기도 하지요. 그간 50여 종을 냈습니다. 한국인들도 오지만, 일본인들도 많이 찾습니다. 한국의 신간을 비롯하여 따끈따끈한 한국의 문학서적 뿐 아니라 그림책, 만화책, 어학책 등 1주일에 100여 권의 새로운 책들이 고국에서 들어옵니다. 이곳 사람들도 한국의 문학에 굉장히 관심이 많습니다."

김 대표는 시원한 음료수를 권하며 2년간 <책거리>를 운영하면서 겪은 일들을 솔직 담백하게 말해준다.

"한 달에 평균 10회 정도 작가를 초청하여 책 소개를 하는 등 책과 관련 행사를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1일 도다 이쿠코 작가의 '계속 이어지는 도시의 기억 모던인천(生き続ける都市の記憶モダン仁川)' 강연 때도 70석 좌석이 모두 만석이 될 정도로 평이 좋았습니다."

북까페 책거리의 베스트셀러 책들
▲ 책거리2 북까페 책거리의 베스트셀러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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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도 이제 소통의 시대이다. 책만 진열해 놓고 사가라는 시대는 지난 것 같다. 책방 주인이 항상 곁에서 책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차도 마시면서 편안한 쉼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곳이 <책거리> 같았다.

독자를 위한 작가와의 대화, 출판 기념회, 강연회, 독서 토론회 등을 통해 독자의 독서 동향을 파악하고 그들이 원하는 '책방'을 만들려고 애쓰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책방 이름이 <책거리>(일본 발음 책코리)인 것에 대해 김 대표는 "옛날 서당에서 책을 한 권 뗄 때마다 학동이 훈장에게 음식 등을 대접하던 전통이 책거리"라고 설명한다. 책이 읽히지 않는 시대에 더군다나 도쿄 한복판에서 한국 책을 알리고 판매하며 문화를 전파하는 김 대표의 눈빛이 반짝반짝 빛났다.

"앞으로 기획하는 게 있어요, 한국 인물 100선집을 내는 것이죠. 이 책을 보면 한국을 알 수 있는 인물 100명을 뽑아 책을 내는 것입니다. 내년부터 1명씩 책이 나올 겁니다. 하지만 일본에서 책을 만들어 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고국의 많은 관심이 필요하며, 특히 뜻있는 분들의 후원을 기다립니다."

야무진 김 대표의 포부가 이어졌다. 그의 머리 속에는 벌써 1년 아니 10년의 청사진이 들어 있었다. 부디 일본 최대의 고 서점가 진보초에서 한국 북카페 <책거리>가 일본인과 동포들의 사랑방을 뛰어 넘는 당당한 '한국 서점'으로 자리 잡길 바란다.

8월2일자 마이니치 신문에 크게 소개된 한국 북까페와 김승복 대표 기사
▲ 김승복 8월2일자 마이니치 신문에 크게 소개된 한국 북까페와 김승복 대표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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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친 이날은 한국의 고등학생들이 배낭 여행 끝에 책거리를 찾았다. 대덕소프트웨어 마이스터 고교 3학년인 이들은 전성우,김진서,주민수 학생들이다, 아래 가운데는 기자
▲ 책거리3 마친 이날은 한국의 고등학생들이 배낭 여행 끝에 책거리를 찾았다. 대덕소프트웨어 마이스터 고교 3학년인 이들은 전성우,김진서,주민수 학생들이다, 아래 가운데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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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東京都 千代田区 神田町 1-7-3
*찾아 가는 길 : 지하철 진보초(神保町) 역에서 출구 A5 또는 A7에서 나와 1분 거리 삼광빌딩 3층(1층은 우동집으로 바로 이 식당 옆 좁은 계단으로 올라간다)
*매주 일요일과 월요일은 쉰다.
TEL:03-5244-5425 / FAX:03-5244-5428
E-mail : info@chekccori.tokyo

덧붙이는 글 | 신한국문화신문에도 보냈습니다.



태그:#북카페, #책거리, #김승복, #진보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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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박사. 시인.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 한국외대 외국어연수평가원 교수, 일본 와세다대학 객원연구원, 국립국어원 국어순화위원,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냄 저서 《사쿠라 훈민정음》, 《오염된국어사전》, 여성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시집《서간도에 들꽃 피다 》전 10권, 《인물로 보는 여성독립운동사》외 다수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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