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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고양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사람을 잔뜩 경계한다.
 길고양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사람을 잔뜩 경계한다.
ⓒ 지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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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고양이의 눈망울에선 슬픔이 엿보인다.
 길고양이의 눈망울에선 슬픔이 엿보인다.
ⓒ 지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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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은 생각지도 못한 기념일을 맞게 된다. 어제, 그러니까 지난 8월 8일은 세계동물복지기금(IFAW)과 여러 동물단체가 모여 제정한 열 여섯 번째 '세계 고양이의 날'이었다고 한다.

이런 기념일이 있는지도 몰랐다. 가끔씩이나마 길고양이에게 먹을거리를 챙겨주지 않았다면, 그래서 길고양이들이 길 위에서 어떤 일을 당하는지 몰랐다면 이 날은 영영 관심 밖이었을 것이다.

요즘 난 내 스스로에게 놀란다. 전부터 고양이는 괜실히 주는 것 없이 미웠던 존재였는데, 한 1년 전부터인가 길고양이에게 먹을거리를 챙겨주고 있으니 말이다. 먹을거리를 가져다 주지만 길고양이와 친해지기는 정말 쉽지 않다. 워낙 경계가 심한데다, 새끼를 돌보는 어미 고양이에게선 섬뜩함마저 느껴진다.

 길고양이들은 본능적으로 사람을 경계한다.
 길고양이들은 본능적으로 사람을 경계한다.
ⓒ 지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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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고양이의 눈망울에선 슬픔이 엿보인다.
 길고양이의 눈망울에선 슬픔이 엿보인다.
ⓒ 지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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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고양이들의 삶은 늘 고달프다.
 길고양이들의 삶은 늘 고달프다.
ⓒ 지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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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수년 동안 길고양이를 돌봐준 '캣맘', '캣대디'에 비하면 난 초짜(?)다. 그래서 이런 글을 쓰기도 민망하다. 오랫동안 길고양이를 가족처럼 여기며 산전수전 다 겪었을 캣맘들의 이야기가 훨씬 풍부할 것이기 때문이다.

 새끼를 키우는 어미 고양이에게선 가끔씩 섬뜩함마저 느낀다.
 새끼를 키우는 어미 고양이에게선 가끔씩 섬뜩함마저 느낀다.
ⓒ 지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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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고양이들은 밥을 먹을 때도, 물을 마실때도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길고양이들은 밥을 먹을 때도, 물을 마실때도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 지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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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고양이의 눈망울에선 슬픔이 엿보인다.
 길고양이의 눈망울에선 슬픔이 엿보인다.
ⓒ 지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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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짧은 기간 동안에도 많은 일을 겪었다. 얼마 전 올 봄 태어난 새끼 고양이가 차를 피하지 못하고 참변을 당하는 장면을 눈앞에서 목격해야 했고, 심하게 다친 모습이 역력함에도 경계심이 심한 탓에 그저 상처 입은 모습을 보고만 있어야 했을 때도 종종 있었다. 한 번은 고양이 가족들이 한꺼번에 붙잡혀 시장에 물건처럼 전시된 경우도 봤다.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간 동안 겪은 일이 이 정도니 오랜 기간 길고양이들을 돌본 캣맘들의 사연은 이루 말할 수 없으리라.

간간히 길고양이들을 카메라에 담을 때가 있다. 찍은 사진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길고양이들의 눈빛에서 슬픔이 보인다. 물론 가끔씩은 서로의 몸을 부비며 한가로움을 즐기지만 말이다. 먹을거리가 늘 부족하고, 언제 사람들에게 잡혀 학대를 당할지 모르니 슬픔은 어쩌면 운명일지도 모르겠다.

10년째 고양이의 삶을 글과 사진으로 담아내는 이용한 작가는 올해 1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사람을 만난 길고양이가 재빠르게 도망가는 나라는 전 세계에 많지 않은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정말이지 이 작가의 말에 공감한다.

부디 길고양이들이 슬프지 않고, 아프지 않고, 그저 행복하게 살아가면 좋겠다. 캣맘, 캣대디들 역시 행복하기를 바란다.


#길고양이#세계고양이의날#이용한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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