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렛츠런파크)에서 마필관리사 2명이 잇따라 자살한 가운데, 이들이 가입했던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부산경남경마공원노조와 한국마사회가 협상하기로 해 관심을 끈다.
한국마사회와 공공운수노조는 10일 오후 3시 과천경마장에서 협상하기로 했다. 지난 8월 1일 이현준 마필관리사 자살 소식이 알려진 뒤 10일 만이다. 앞서 부산경남경마장 마필관리사 박현근씨가 5월 27일 자살한 뒤, 양측은 지난 7월 30일까지 13차례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날 협상에는 한국마사회측에서 고중환 부산경남지역본부장과 김영철 부산경마처장, 조교사 등 관계자들이 나서고, 공공운수노조측에서는 석병수 부산본부장과 양정찬 부산경남경마노조 위원장 등이 참여한다.
박현근·이현준 마필관리사의 유족들은 장례 등 모든 사항에 대해 공공운수노조에 위임한 상태다. 두 유족들은 김해와 진해에 빈소를 차려놓았지만, 아직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측은 '해고자 복직'과 '집단교섭 보장', '임금 삭감 없는 인력 충원', '열사 명예회복과 유족 보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12일 오후 3시, 부산 서면 대규모 집회
한편 마필관리사 두 명이 연달아 스스로 목숨을 끊자 노동계는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민주노총 영남권본부는 오는 12일 오후 3시 부산 서면 쥬디스태화 앞에서 '정부와 국회가 앞장서서 노동자 죽음의 행렬을 멈추어라'는 제목으로 집회를 연다.
이날 집회에는 민주노총 부산, 경남, 울산, 대구경북본부 소속 조합원들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10일 낸 자료를 통해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소속 마필관리사 2인의 연쇄 자결은 이른바 공기업이라는 한국마사회와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의 착취 체계가 낳은 예고된 죽음이며,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할 공공기관이 초래한 명백한 타살이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2011년에도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서는 마필관리사가 착취체계를 고발하며 자결했지만 문제를 방치하고 사태를 악화시킨 결과 고 박경근 조합원, 고 이현준 조합원의 자결이라는 연쇄 죽음을 초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이들은 "현 한국마사회 경영진은 최순실 국정농단 부역자인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임명한 마사회장과 정유라 승마 비리에 관여한 이들로 이뤄진 적폐 세력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한국마사회 경영진 퇴진', '죽음 방조한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경영진 처벌', '국회 진상규명위원회 설치', '고용노동부 작업중지 조치', '막말을 자행한 적폐 인사 부산고용노동청장의 퇴진' 등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한국마사회와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의 착취구조를 없애고, 우리나라의 모든 경마장, 모든 노동현장이 안전한 일터가 될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며 "부산에서, 경남에서 목청껏 '죽음의 경마를 멈추라'고 외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