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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겉그림
겉그림 ⓒ 북뱅크
아이들은 배를 타면 매우 좋아합니다. 그런데 배를 탈 적보다 더 좋아하는 한 가지가 있어요. 무엇일까요?

바로 헤엄치기입니다. 그리고 스스로 헤엄을 쳐서 바다 깊이 들어가 보고 싶어 합니다. 바다 깊이 들어갈 수 있는 기계를 타고 들어가도 재미있어 할 테지만, 이보다는 아이 스스로 깊이 헤엄쳐서 들어가 보고 싶지요.

인형이 바다에 빠져 버렸습니다. "앗, 내 인형! 콩이야!" (2쪽)

이와이 도시오 님 그림책 <바다 100층짜리 집>(북뱅크 펴냄)을 읽어 봅니다. 아이들은 바다 깊이 헤엄을 쳐서 들어가 보고 싶지만, 막상 이렇게 들어가 보지 못하기에, 바다 깊은 곳을 보여주는 그림책을 매우 좋아합니다.

스스로 해 보지 못하는 일을 그림책으로 만나면서 마음으로 겪어요. 몸소 바닷속에 풍덩 뛰어들지 못하더라도 마음으로 '그림책 주인공'처럼 깊이깊이 들어가지요.

아니, 숨도 안 쉬고 어떻게 맨몸으로 바다 깊이 들어가느냐고요? 아이들은 이 대목을 안 따집니다. 바다 깊이 들어간다는 생각 하나만 할 뿐, 숨쉬기라든지 여러 장비는 따지지 않아요. 그림책 <바다 100층짜리 집>에 나오는 주인공 콩이도 이 대목을 안 따지지요.

다만, 이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인 콩이는 인형입니다. 그렇지만 콩이는 바다 깊은 곳으로 들어가더라도 몸이 쭈그러들거나 납작해지지 않아요. 인형 콩이는 바다에 빠진 뒤로 '어차피 바다에 빠진 김'에 바다 깊은 곳을 구경해 보고 싶습니다.

"그거 내 목걸이야." "이런 건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내 별 목걸이랑 바꾸지 않을래?" (9쪽)

"네 구두, 아기 요람으로 딱 좋더구나. 대신 이걸 신으면 어떻겠니?" "이걸 신으면 빨리 헤엄칠 수 있겠네." (14쪽)

 속그림
속그림 ⓒ 북뱅크

열 층마다 바다 이웃이 사는 집이 달라진다고 해요. 어느 열 층에는 문어가 살고, 어느 열 층에는 돌고래가 살아요. 어느 열 층에는 게가 살고 어느 열 층에는 해마가 살지요.

바다 깊은 집에 사는 이웃들은 인형 콩이가 바다에 빠지면서 떨어뜨린 옷 목걸이 모자 신 들을 하나씩 챙깁니다. 갑자기 하늘(바다 바깥)에서 떨어진 선물로 여겨요. 이러면서 바다 이웃은 콩이한테 뭔가 하나씩 주어요. 콩이 살림을 선물로 받고서, 저희 살림을 콩이한테 선물로 줍니다.

"나, 여자 아이한테 돌아갈 수 있을까요?" "갈 수 있고말고. 바다 친구들이 데려다줄 거야." "걱정 마! 우리에게 맡겨!" 콩이 뒤에서 한꺼번에 외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25쪽)

바다 깊은 곳으로 마실을 떠난 인형 콩이는 100층째에 이르면서 무척 재미있고 놀랍니다. 그리고 살짝 걱정을 해요. 늘 저를 아끼는 여자 아이한테 돌아가고 싶어요. 저를 아끼는 여자 아이는 배에서 그만 갈매기가 손을 치는 바람에 인형을 떨어뜨렸거든요.

인형 콩이는 바다 깊은 곳까지 마실을 마친 뒤에 배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떻게 돌아갈까요? 바다에 풍덩 빠진 뒤 한참 안 떠오르다가 불쑥 콩이가 떠오른다고 할 적에, 여자 아이는 '옷차림이 몽땅 바뀐 인형 콩이'를 보고 무엇을 생각할까요?

 속그림
속그림 ⓒ 북뱅크

인형 콩이가 바닷속에서는 사람하고 똑같이 살아서 움직이는 줄 알아차릴까요? 인형 콩이도 '사람이 안 보는 데'에서는 사람처럼 숨을 쉬고 말을 하며 돌아다니는 줄 깨달을까요?

그림책 <바다 100층짜리 집>은 우리를 둘러싼 이 지구라는 별에 어떤 이웃이 있는가를 상냥하게 보여줍니다. 사람 눈에 보이는 곳도 있을 테지만 안 보이는 곳도 많아요. 사람 눈으로는 '집이 있을는지 없을는지 모르는' 곳이라 하더라도, 수많은 이웃이 저마다 즐겁고 재미나고 아름답게 보금자리를 일군다는 대목을 아이들한테 들려줍니다.

바닷속 깊이깊이 나들이를 떠나 볼까요? 가만히 눈을 감은 채 아이들 손을 맞잡고서 꿈속에서 바다마실을 떠나 볼까요?

덧붙이는 글 | <바다 100층짜리 집>(이와이 도시오 글·그림 / 김숙 옮김 / 북뱅크 펴냄 / 2014.9.25. / 11000원)



바다 100층짜리 집

이와이 도시오 글.그림, 김숙 옮김, 북뱅크(2014)


#바다 100층짜리 집#이와이 도시오#그림책#어린이책#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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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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