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가 채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이 당원들의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면서 지역 여론도 제대로 수렴하지 못하고 있어 지역민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임대윤 전 대구시당위원장은 지난해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원들에게 금품을 나눠준 사실이 드러나 지난 2일 중앙당으로부터 정치자금법상 정당회계기준 준수 위반으로 당직 자격 정지 1년의 징계를 받았다.
임 전 위원장은 당시 지역위원장들에게 50-100만 원의 현금을 나눠준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정치자금법상 정당 회계기준은 중앙당 지원금을 현금이 아닌 물품으로 나눠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임 전 위원장은 당원권 1년의 징계와 함께 시당위원장직을 박탈당하자 너무 가혹하다며 재심을 요구해, 오는 21일 중앙당 징계위원회의 재심을 앞두고 있다.
대구시선관위도 임 전 위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은 임 전 위원장뿐 아니라 지역위원장들의 당비대납 사건까지 묶어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당위원장이 물러나고 검찰 수사까지 시작되자 일부 당원들은 기자회견을 갖고, 대구시당은 위기상황을 수습할 능력이 전혀 없다며 중앙당이 나서 시당위원장의 공백상태를 해소하고 조직을 재정비해 달라고 호소했다.
정기철 수성을 지역위원장 등 '대구시당을 사랑하는 당원일동'은 16일 오전 대구시당 사무실에서 '대구시민과 당원동지에게 드리는 호소문'을 통해 "민주당으로선 동토의 땅이라 불리는 이곳 대구에서 대구가 바뀌어야 대한민국이 바뀔 수 있다는 신념 하나로 숱한 핍박과 서러움 속에서 신고의 세월을 견디었다"며 "하지만 민주정부 수립의 기쁨은 고사하고 존폐의 위기에 내몰린 시당의 처지를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임대윤 전 시당위원장의 당적 박탈을 들며 "그동안 침몰하는 대구시당을 구해 보고자 온갖 노력을 기울여 왔다"면서 "하지만 그 모든 행위를 편가르기로 치부해 버리는 풍토에서 현 위기 상황을 수습할 능력이 없다는 부끄러운 고백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필요하다면 우리가 가진 일체의 기득권을 내려놓을 것"이라며 "줄탁동시(啐啄同時) 하듯이 저희들의 자정결의를 헤아리어 조속히 대구시당 위원장의 공백상태를 해소하고 조직을 재정비해 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기자회견을 갖기로 하자, 이에 반대하는 일부 당원들은 사전에 합의되지 않은 내용이라며 강한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임 전 위원장을 둘러싼 내분이 당원들의 진흙탕 싸움으로 비화된 것이다.
일부 당원들은 "사전에 논의되지 않은 사항들을 외부에 알리려는 의도가 무엇이냐"면서 "해당 행위를 하는 것"이라는 고성이 나오기도 했다. 또 다른 당원은 "당원이라면 무슨 내용이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 아니냐"면서 발언을 막아섰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오는 24일 민주당 대구경북특별위원회(위원장 홍의락)가 대구에서 2차 회의를 갖고, 지역 현안과 발전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하지만 대구시당은 전혀 대비를 하지 못하고 있다.
대구특위는 대신 이날 민주당과 무소속으로 구성된 시·구의원 모임인 민주자치연구회 '파랑새'와 공식 정책간담회를 갖고, 권영진 대구시장과도 만나 지역 발전 방안에 대해 모색할 예정이다.
민주당 대구시당은 또 지방선거가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아무런 대비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시당위원장 공석을 둘러싸고 싸움만 벌이다 보니 지방선거에 전혀 대비할 수 없어 그나마 취약한 지역에서 존재감마저 없다는 비판이다.
한 당원은 "우리가 집권당이 맞기나 한지 모르겠다"면서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대구시당은 벌써부터 지방선거를 대비해 당원들을 대거 모집하고 준비하고 있는데 우리만 집안싸움에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당원은 "집권당이 되면 지역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던 사람들은 모두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면서 "집권당이 되니까 권력이 마치 자기 손에 들어온 것처럼 날뛰기만 하면 지역민으로부터 과연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 한탄스럽다"고 말했다.
정치평론가인 이형락 포스트커뮤니케이션즈 수석컨설턴트도 "민주당의 고질적인 밥그릇싸움은 하루이틀이 아니다. 또 인재도 제대로 영입하지 못하면서 비판만 있고 대안 제시도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집권여당이지만 지역에 대한 책무가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할지 로드맵도 없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