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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살충제 계란이 유통되었단 사실이 밝혀지면서 '계란 파동'이 퍼지고 있습니다. 정부 대책에 대한 비판부터 '농피아'의 문제점까지 지적되고 있습니다. 민간에서는 먹거리 소비에 대한 불안감이 번집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조선일보는 독특한 칼럼을 하나 내놨습니다.

살충제 계란으로 '남녀갈등' 프레임 만든 조선일보

 △ ‘살충제 계란’으로 남녀 갈등을 유발하는 조선일보(8/22)
△ ‘살충제 계란’으로 남녀 갈등을 유발하는 조선일보(8/22) ⓒ 민주언론시민연합

조선일보 <NOW/'살충제 계란'은 아빠몫>(8/22 안상현 기자 http://bit.ly/2wywBVL)는 인터넷 게시글에 농담처럼 올라온 이야기들을 재구성했는데, 남녀 갈등을 유발할 만한 내용입니다.

기사는 "계란에 08이라 적혀 있어 찝찝해 남편 먹였어요"라는 인터넷 게시글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이어 "이 글에 '남편이 실험 쥐냐' '시어머니는 안 드리냐' 같은 댓글이 달렸다. 살충제 계란이 인체에 얼마나 위험한지 알려지지 않던 시기라 논란은 더욱 거셌다"고 전했습니다.

조선일보는 더 나아갔는데요. "살충제 계란 파문 이후 '집에 남은 계란을 나 혼자 먹는다'는 남편들이 많다. 살충제에 오염된 계란은 인체에 별 해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어린아이 앞에 이 계란을 내놓기는 꺼려진다. 이미 구입한 계란을 버리기 아까운 주부들이 아이에겐 주지 않고 남편에게만 주는 것이다"라는 내용을 전개합니다.

황당한 사례도 찾아냈습니다. 기사는 "네 살 아이를 둔 30대 가장은 '주말 동안 아내가 아침 식사 때 계란국을 끓였는데 아이는 못 먹게 하고 나한테만 주더라'면서 '불만을 제기하니 성인은 먹어도 별문제 없다는데 계란 한 판을 그냥 버리느냐고 따져 묻더라'고 했다. 결혼 3년 차인 윤모(34)씨는 '아내가 임신 2개월째라 계란 요리를 나한테만 주는데 이해하면서도 섭섭했다'고 말했다"고 하네요.

여기서 더 극적인 것은 "남편들이 자발적으로 계란을 찾는 경우도 있"다는 겁니다. 조선일보는 광화문에서 직장을 다니는 김모(41)씨는 "라디오를 들어보니 성인은 하루에 계란 70개 먹어도 문제없다더라"라며 "아내는 걱정된다는데 버리기도 아깝고 해서 그냥 내가 먹고 있다"고 말했답니다.

근거 없는 이야기에 지면 할애... "확대 해석 지나쳐"

이 기사의 내용은 주부들이 문제가 있는 계란이 아깝다는 이유로 남편에게 먹이고 있고, 심지어 자발적으로도 먹는 남편도 있다는 건데요. 이런 가정이 얼마나 되는지 객관적 근거도 없습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이처럼 황당한 남녀갈등을 부풀려 그려낸 뒤, "남녀 혐오 논란이 벌어지기도 한다"고 진단했습니다. "여성 몸에 축적된 살충제는 임신하면 아이에게 옮아갈 수 있다" "여성은 환경호르몬에 더 취약하다"라는 주장과 "몸에 안 좋은 건 똑같다" "남성 혐오나 다름없다"고 반박한 내용을 함께 전한 것입니다.

그러곤 마지막으로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가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를 '아내와 남편'이라는 구도 때문에 남성 혐오로까지 확대 해석하는건 지나치다" "이건 그저 개인의 상식에 관한 문제일 뿐"이라고 말한 것을 전했습니다.

어떻게 마무리해도 무리가 있는 기사입니다. '한국의 아빠들이 아내에게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취급을 당하고 산다'는 내용을 전하고 싶었던 걸까요. 아니면 '한국의 아빠들이 서운하고 힘들어도 참고, 스스로 문제 있는 계란을 먹고 있다'는 미담(?)을 다루고 싶었던 걸까요. 의도를 떠나, 성별 갈등을 만들 수 있는 보도라고 판단됩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8월 22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조선일보#살충제계란#남녀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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