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고문 끝에 간첩 누명을 쓴 나종인(79)씨 재심에서 상고를 포기했다. 불법 연행돼 가혹행위를 받았다는 객관적 자료가 없다며 항소했지만 2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되자 내린 결론이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23일 "나종인씨 재심에서 검찰은 상고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나씨는 간첩 누명을 쓴 지 30여년 만에, 재심을 시작한 지 2년5개월여 만에 완전한 자유를 얻었다.
앞서 서울고등법원 형사6부(부장 정선재)는 지난 18일 1980년대 누나의 권유로 월북해 공작 지령을 받아 간첩으로 활동했다는 혐의(국가보안법 위반 등)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옥살이를 한 나씨에게 재심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자료 부족' 등의 이유로 불복했지만 나씨의 간첩혐의는 장기간 구금과 가혹행위 속에서 허위 자백한 결과라고 한 1심 재판부의 판단이 타당하다고 본 것이다.
특히나 이번 결정은 지난 8일 문무일 검찰총장이 역대 총장 중 최초로 과거사 사건에 사과한 후 나온 것이라 더욱 의미 있다. 그동안 검찰은 수많은 과거사 재심에서 법원이 피해자들에게 무죄를 선고하면 어김없이 불복해 상소를 제기했다.
하지만 문 총장이 "재심 등 관련 사건에서 법원의 일관된 판단이 나온다면 더 이상 다투지 않고 존중하겠다"고 약속했고, 실제로 나씨 재심에서 상고를 포기하면서 '피해자들을 끝까지 괴롭힌다'고 평가받은 검찰의 상소 관례는 깨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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