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직원 : "오마이뉴스입니다."
최아무개씨 : "윤근혁 기자님 연락처 좀 알 수 있을까요?"
오마이뉴스 직원 : "실례지만 어디시죠?"
최아무개씨 : "아, 언론정보중재위원회인데요."
오마이뉴스 직원 : "언론중재위요? 언론정보중재위요?"
최아무개씨 : "언론중재위원회인데요. 어... 개인적으로 연락을 드리는 건 아니고요. 성명권 침해 부분이 걸려 있어서 연락을 드렸어요."
오마이뉴스 직원 : "성명권이요? 성명권?"
최아무개씨 : "성명권을 침해하는 기사를 올리셨더라고요. 익명처리해야 하는 부분을 개인의 동의 없이... 최근에 올린 국정교과서 관련 기사인데요."
오마이뉴스 직원 : "공개된 이름이 뭔가요?"
최아무개씨 : "최인섭이요. 다른 사람들은 A팀장, 유아무개 이렇게 기사화가 됐는데 그 신청인만 성명권 침해 부분에..."
오마이뉴스 직원 : "중재위라고 하셨나요?"
최아무개씨 : "그런데요."
오마이뉴스 직원 : "그럼 문서로 보내주세요. 팩스로."
최아무개씨 : "번호 불러주시겠어요?"
지난 23일 오후 1시 30분께 <오마이뉴스>에는 "언론중재위원회"라며 '며칠 전 게재한 기사에 문제가 있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하지만 이 같은 말을 한 사람은 '언론중재위 직원'이 아니었다. 현직 교장으로는 유일하게 국정교과서 '복면집필'에 참여한 최인섭 중국 Y한국국제학교장 딸인 것으로 밝혀졌다.
최 교장의 가족이 신분을 숨긴 채 '준사법기관'을 사칭해 언론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 것이어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날 최 교장의 딸인 최아무개씨는 <오마이뉴스> 직원에게 "최근에 올린 국정교과서 기사에 익명 처리해야 하는 부분을 개인의 동의 없이 실명과 나이, 직장을 공개했더라. (기사 속) 신청인만 성명권 침해 부분이 걸렸다"면서 관련 기사를 작성한 윤근혁 기자의 연락처를 요구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해 11월 교육부가 박근혜 정부 아래서 진행된 국정교과서 집필에 참여한 인사들의 명단을 발표한 뒤 이들의 행적을 추적하는 기사를 꾸준히 보도했다.
특히 최인섭 교장은 현직 교장으로는 유일하게 '복면집필'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당시 재직 중이던 충남 부성중 학생들이 학내에 이를 비판하는 대자보를 붙이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관련기사 :
중학생의 일갈 "국정교과서 집필진 교장, 부끄럽다").
이후 교육부가 지난 16일자로 최 교장을 요직인 해외기관장으로 파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특혜 시비에 불이 붙었다(관련기사 :
국정교과서 '복면집필' 교장 해외기관장 파견, '특혜' 의혹). 최 교장의 해외기관장 파견 소식이 알려진 뒤 충남지역 시민단체들은 세종시 교육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친일-독재 미화한 교장의 국제학교장 임명 취소하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중재위'라던 최 교장 딸, 돌연 "대리인"이라 말 바꿔최 교장의 딸인 최아무개씨가 '성명권'을 침해 받았다고 주장한 기사는 지난 18일 <오마이뉴스>가 보도한
<'국정교과서 제작' 3명, 해외 '요직'으로 보냈다>이다.
문제는 최 교장의 딸인 최씨가 '언론중재위' 직원을 사칭해 언론사에 기사 정정을 요청하려 했다는 점이다. 언론중재위는 언론기본법에 의해 설치된 준사법기구로, 언론 보도로 피해를 입은 이들을 구제하고 언론보도 관련 분쟁을 중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최 교장의 딸 최씨는 <오마이뉴스> 직원과 통화한 뒤 자신이 문제 삼은 기사를 쓴 윤 기자와 전화통화를 하면서도 지속적으로 자신의 신분을 속였다. 통화 초반 언론중재위 직원인 것처럼 행동하다가 돌연 '최인섭 교장의 대리인'이라고 말을 바꿨다.
16분 49초 분량의 통화 녹취록에서 최씨는 "(최인섭 교장) 가족 내외와 아는 사람이다. 언론중재위 일도 하고 신청을 대리해서 했다. 손해배상은 안 바라고 성명권은 개인 사생활이기 때문에 조정이 가능한 것으로 안다. 대리인으로 전화한 거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후 최씨의 발언을 이상하게 여긴 윤 기자가 "누구인가, 이름이 뭔가"라고 묻자 결국 "최 교장 가족이다, 딸이다"라고 실토했다.
언론중재위 직원을 사칭해 <오마이뉴스>에 정정을 요구하려 했던 것에 대해 최씨는 "아빠 대리인으로 신청한 거다. 가족이 고통을 받고 있는 거라 가족으로서 부탁드린 거다"라며 "기관인처럼 행동하지 않았고 대리인이라고 말했다"고 자신의 사칭 행위를 강하게 부정했다. 이어 최씨는 "아버지는 원하지 않았고 개인적으로 (언론에 대응할) 방법을 알아보던 중이었다"면서 최 교장과의 관련성을 부인했다.
하지만 이날 <오마이뉴스> 직원과 통화한 녹취록에 따르면 최씨는 '언론중재위라면 요청 내용을 공문으로, 팩스로 보내달라'는 요청에 "알았다, 팩스 번호가 어떻게 되느냐, 받아 적겠다"라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녹취록 확인 결과 최씨는 2분 30여초 동안 지속된 통화에서 '최인섭 교장의 대리인'이라는 말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은 것으로 나온다.
최아무개씨가 언론중재위를 언급하며 언론사에 기사 내용 정정요청을 하려 했던 이날, 공교롭게도 최인섭 교장은 해외교육기관장 파견 특혜 논란이 벌어진 이후 처음으로 심경을 밝힌 글을 Y한국국제학교 공식사이트에 올렸다(관련기사 :
중국 간 '복면집필' 교장 "국정교과서 참여는 불찰이지만...").
최 교장은 "국정교과서 집필에 참여했던 저의 부임으로 Y학교 가족 여러분들이 가졌을 상실감을 이해한다"라면서도 "부임하던 날 학부모님들께서 저에게 보내 주신 걱정의 말씀들은 소중하게 마음에 담고 역사 앞에 더 자숙하고 성찰하는 계기로 삼도록 하겠다"고 사퇴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딸인 최아무개씨가 언론중재위 직원을 사칭한 것에 대한 입장을 듣고자 24일 오전 최인섭 교장이 재직중인 Y한국국제학교 교장실로 수차례 전화를 걸고 문자를 남겼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이후 학교 관계자에게 '최인섭 교장의 입장을 듣고 싶다'며 내용을 전달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최 교장의 입장을 들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