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TV조선은 <'국민의례 권고' 삭제… 비판>(8/23 https://goo.gl/vAd76R)에서 정부가 최근 기초단체와 학교에 국민의례를 권고하는 규정을 삭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를 전하며 TV조선은 '운동권 정부'가 '국민의례를 민중의례로 바꿔치기' 하려는 것 같다는 우려를 소개했습니다.
국민의례는 기본 예의인데 없앴다는 TV조선기본적으로 TV조선은 국민의례 권고 규정이 개정되었다는 사실 자체에 몹시 화가 나 있는 모양새입니다.
실제 이 보도는 전원책 앵커의 "국민의례는 국가와 공공 행사에서 국민으로서 마땅히 갖춰야 할 기본 예의이자 격식입니다. 그래서 정부는 기초단체와 모든 학교에 국민의례를 권고하는 규정을 둬 왔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정부가 대통령 훈령을 고치면서 이 권고 조항을 삭제했습니다. 야당은 국민의례를 거부하는 운동권의 '민중의례'를 학교와 공공 행사에 허용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습니다"라는 멘트로 시작됩니다. 즉, 격식과 예의를 파괴하고 운동권의 문화를 도입하려 하고 있다는 주장인 것이지요.
이어 백대우 기자는 "정부가 지난 10일 대통령 훈령 개정안 고시를 통해 국민의례 권고 조항을 삭제"했고 이 때문에 "기초 단체와 각급 학교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 애국가 제창과 묵념 등의 국민의례를 하도록 더 이상 권고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전하고는 바로 그 뒤에 "지자체와 일선 학교에서 국민의례 대신 운동권식 민중의례를 하도록 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야당의 반발을 덧붙이고 있는데요.
1분42초짜리 보도에서 30초 가량이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의 "전교조라든지 각 시민단체, 소위 좌파 시민단체에서 우리의 국민의례는 무시하고 민중의례만 하는 것이 사실상 대한민국의 역사를 부정하고…" 등을 포함한 야당의 '운동권 민중의례 음모론'을 전하는데 할애되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이런 주장이 가능한 것일까요?
국민의례 규정 개정은 애초 박근혜 정부 작품우선 TV조선은 "얼마전 정부가 대통령 훈령을 고치면서 이 권고 조항을 삭제했다"고 말하고 있는데요. 이 표현을 보면 마치 문재인 정부가 권고 조항 삭제를 시도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국민의례 규정에 대한 개정 추진을 시도한 것은 박근혜 정부입니다.
실제 행정안정부가 23일 내놓은 보도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 2016년 12월 30일 개정 이후 운영상 나타난 일부 미비점을 개선·보완코자, 지난 2월부터 국민의례 규정에 대한 개정을 추진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물에 대한 적용이 시작된 것이 이달 10일이었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박근혜 정부는 대체 왜 이 규정을 수정했을까요? 박근혜 정부가 운동권 정부라서 민중의례를 도입할 빌미를 만들기 위해서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대통령훈령은 중앙행정기관에만 적용되어야 함에도, 국민의례 규정은 대통령훈령임에도 지금까지 지방자치단체와 각급 학교를 권장대상에 포함하고 있었는데요. 이를 바로잡았을 뿐입니다. 또한 국민의례 규정이 아니더라도 국가보훈기본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와 각급 학교 등은 국민의례를 실시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유한국당은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무시하고 '민중의례'를 운운하며 문재인 정부에 대한 색깔공세를 펼친 것이고, TV조선은 저녁종합뉴스를 통해 그런 자유한국당의 억지를 '말이 되는 소리'라도 되는 양 그대로 홍보해 준 셈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8월 23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